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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무리 : 방랑자님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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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1건 조회6,151회 작성일2004-07-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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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justice.org에서 lovemind님의 글이 삭제당한 사건을 목도하고, 혹시 몰라 이곳에도 저장해 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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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바쁜 상황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짬을 좀 만들 수 있네요. 한숨 돌렸습니다. 워낙에 저를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아 점심시간 째고 왔지요.



방랑자님께서 제기하신 토론의제들과 기타 다른 부분들에 대해 의견을 밝힙니다.



1. '외노인들에 의해 생기는 문제'

방랑자님께서 주신 글에는, 계속해서 '외노인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라고 말씀을 하고 계십니다. 이 부분에 대해 먼저 명확히 해야겠군요. 님이 생각하시는 외노인들에 의한 문제란 과연 무엇입니까? 1)일자리경쟁 2)특히 이슬람문화로 인한, 한국여성 입장에서는 '사기결혼' 3)성폭력...
또 어떤 것들이 있는지 부언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저 위의 세 가지 먼저 말씀을 드리자면


1) 일자리 경쟁 - 이 사이트에 오시는 분들이 공유하고 계신 그 논리들에 의하면, 이주노동자, 혹은 외국인노동자들 때문에 일자리경쟁이 벌어지고, 이주노동자들만 다 쫓아내면 일자리경쟁이 없어질 것처럼 말씀하고 계십니다. 그러나 StopCrackdown.net에 있는 Q&A에도 있는 바, 전세계 모든 노동자들이 각자 일자리를 위해 살떨리는 경쟁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다양한 집단화를 이루며 말이죠. 학비를 벌기 위해 노가다를 뛰는 대학생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건설일용직으로 흘러온 사람들의 경쟁자입니까, 아닙니까? 용돈을 벌기 위해 패스트푸드점과 주유소,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더 싼 임금에 일을 하는 고등학생들이 대거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지금 내가 짤린다면 그 고등학생과 나는 경쟁자 관계가 맞습니까, 아닙니까? 나는 그 경쟁자들을 적대해야 합니까, 아닙니까? 이런 청소년이 미성년자라는 약점을 이용당하며 최소임금도 못 받고 임금을 떼이며 욕설과 인격모독을 당하고 있다면 그 청소년들 다 몰아내라고 주장해야 합니까, 그들이 노동착취를 당하지 않도록, 최소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합니까?

이런 다양한 층위의 실업과 일자리 경쟁 문제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바, '이주노동자만 다 쫓아내면 일자리 경쟁 문제가 해결된다'는 논리는 다른 영역, 다른 다양한 층위에서 똑같이 이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남성 가장의 실업과 일자리 경쟁의 원인이라는 모함을 받고 있는 모든 미혼여성들 역시 일자리에서 다 쫓겨나야 합니까? 과연 일자리 경쟁의 문제는 '이주노동자만의' 문제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외노인들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라고 명명할 수 있습니까, 없습니까?

2) 사기결혼 - 저는 이슬람 문화와 우리 문화가 다르니 문화적 차이를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사기결혼의 문제는, 국내인의 사기결혼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법적용과 처벌을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역시나 문제는, 대한민국에 들어온 '모든' 이주노동자가 사기결혼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점일 겁니다.

3) 성폭력 - 성폭력의 문제 역시 '이주노동자들만의' 혹은 '외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절대적인 사건수, 아니 국적별 사람 수에 의한 성폭력 사건 발생비율만 봐도 한국인에 의한 성폭력이 훨씬 많습니다. 성폭력의 문제는, 젠더의 권력의 문제입니다. 막말로 얘기한다면, '당한 년 입장에선 저넘이나 이넘이나' 가 되는 겁니다. 유독 이주노동자들의 성폭력에 흥분하시는 님들의 심리, 페미니즘의 입장 - 무슨 거창한 이론가가 아니라 성폭력에 대해 각별한 관심과 활동을 해온 사람들 - 에선 똑같이 위험한 것으로 사고할 겁니다. 여성의 몸을 대리전장으로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죠.

님께선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심지어 좌파진영 내에서도 '꼴통페미'라는 모함과 욕을 쳐먹어가면서도 성폭력 문제를 비롯한 여성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활동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저에겐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제가 소위 좌파를 기웃거리게 된 것도 그 시작이 페미니즘이었다죠. 이주노동자건 내국인 노동자건 성폭력은 피해자에게 막대한 물리적/심리적 상처를 주는 중범죄이므로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발생시키는 성폭력' 운운하는 이야기에서 엿보이는 그 위험한 인종주의적 씨앗은 경계하고 반대합니다. 여성이 당하는 성폭력 문제를 그런 식으로 언급하는 건, 성폭력 문제의 상처와 피해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의 상처를 님들의 주장과 입장에 이용해먹는 것밖에 안 됩니다.

길에서 물건 내놓고 쫓아오는 쌍놈에게 쫓긴 적이 있는데, 그는 딱, 하층 노동자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모든 하층 노동자들은 강간범'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님들의 논리를 차용한다면, 제가 설사 '모든 하층노동자들은 강간범'이라 생각하고 주장한다고 해도 님들은 할 말이 없습니다. 아니, 여성들이 몇 초에 한번 꼴로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그 현실과 통계에 의하면, 님들은 내가 '한국 남성들은 모두 강간범!'이라고 말하며 남성들을 지구에서 다 쫓아내자!라고 주장해도 할 말이 없어집니다. 할 말이 있다면... 그건 님들의 논리를 스스로 뒤엎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겠죠.

* 이주노동자로 인해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 형법 적용에 대해 아주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어제 독일에서 거의 10년을 이주노동자로 살다 온 분에게 이야기를 듣고, 또 오늘 잠깐 네이버 지식인을 찾아보면서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형법은 속지주의를 원칙으로 하되 속인주의를 부가적으로 적용한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의 형법상 범죄는 이 속지주의 원칙에 의거하여 법률에 따라 처벌하면 됩니다. 강간, 성폭력, 강도, 살해 등의 사건 가해자가 별다른 처벌을 안 당하고 강제추방만 되는 건, 출입국 애들이 법절차를 밟기 귀찮아해서랍니다. 원칙적으로 하면 형법으로 처벌이 되어야 한다네요. 다만, 민법은 속인주의가 원칙이라고 합니다. 이상과 같은 논리에서, 님께서 '외노인들로 인해 생기는 문제'라고 명명하신 부분은 조금 더 섬세한 보완과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먼저 사전 토론이 진행이 되어야 다른 본격적인 문제들에 대해 토론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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