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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갈무리/외대연대] 후man님께 by 쇼르쏘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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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7,175회 작성일2004-07-15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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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man님, 진보누리에서 님과 글을 주고받았던 그 때가 언제였던가요. 벌써 두 달 이상이 훌쩍 넘은 것 같죠? 그리고 이미 그때 저는 분명, 보완의 논리를 비판했고, 더 나아가 보완 vs. 대체로 보는 것 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

그리고 아랫글에서 저는, '전세계 모든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놓고 살떨리는 경쟁을 하고 있다'고 했지요. 저는 저보다 젊고, 학벌도 좋고, 영어도 잘 하고, 운전도 잘 하고, 보수도 저보다 훨씬 더 적게 받으며 일하겠다는 불특정 다수의 젊은 노동자들과 경쟁하고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 하더라도 과연 고등학생들이 대거 일을 하고 있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일을 할 수 있을지... 이것이 왜, 일자리경쟁을 인정하지 않는 이야기지요? 제가 쭈욱 써온 글에서 얘기해 왔지요. 자본은 남성-여성간, 중년-청년간, 정규직-비정규직간, 비장애인-장애인간, 내국인-외국인간, 경쟁을 의도적으로 창출해내고 있다구요. 언젠가의 글에선, 완전고용은 결코 자본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쓴 적도 있습니다. 자본은 언제나 산업예비군을 두려 하죠. 경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외부' 혹은 '식민지'를 만들어낸다고 쓴 적도 있습니다. 자본주의는 그런 식으로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방해해왔죠. 본조이님이 언급한 분할&지배도 바로 그것 아니던가요. 그런데 제 글 어디에서, 경쟁은 없다, 고 단정하고 있던가요? 님이 사실과 상관없이 그렇게 믿고 싶으신 것 아닌가요? 쇼르쏘띠는 보완의 논리를 외치고 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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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과 이야기하면서 의외로 가장 의견이 갈리는 것이 바로 그 '국경'에 대한 것이네요. 본조이님도 그렇지만 후man님과도 그렇고. 아무리 자국, 자국, 하지만그 자국 내에서 현대노조는 밥꽃양 아주머니들을 배신했으며, 여성노동자들이 막 사회 임금노동에 진입할 무렵 남성노동자들의 탄압을 받았고, IMF 당시 가장 먼저 해고가 되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상당수의 공장들이 현재 말레이시아, 중국, 태국 등으로 끝없이 이동하여 그곳 노동자들을 형편없이 착취하고 있지요. 모두들 축구에 열광할 때 피버노버를 만들던 어린아이들은 실명을 하고, 극심한 노동에 시달려 죽어갔습니다. 자본은 국경을 마음대로 넘나들며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요구하며, 다양한 그룹의 사회적 약자 간 대립과 반목을 부추키고 있습니다.

 

제가 왜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을 언급했을까요? 님은 그들이 단지 같은 한국인이란 이유로 외국인노동자들과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 아르바이트는 90년대에 들어 새로이 등장한 현상이고, 새로이 창출된 노동력이에요. 국적이 다를 뿐, 청소년 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의 패러다임은 같은 논리 기반 위에 서 있어요. 그럼에도 님이 인종을, 국적을 이유로 차별을 시도할 때, 저는 님께 인종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진보누리에 올렸고 님도 본, 제가 예전에 쓴 글 하나를 밑에 붙이지요. 4월 29일날 쓴 글이네요. 물론 그 이후 계속 고민이 계속되고 자료 수집 / 분석을 해온 터라 지금의 생각이 꼭 밑엣글과 100% 똑같다고 하긴 어렵습니다만, 어쨌건 기본적 입장은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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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vs. 대체의 논리

 

현재 좌파진영의 가장 큰 딜레마라면 전지구적으로 수행되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에 대해 비판은 가능하나 대안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IMF 기금은 신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을 전제로 한 기금이며 대량해고, 비정규직 양산, 노동조건의 악화, 노동권 탄압 등은 분명 이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또 하나. 국제적 이주노동 역시 이 신자유주의의 결과물이다. 당연히 연대해야 할 정규직 노동자-비정규직 노동자뿐 아니라 남성-여성 노동자, 비장애인-장애인 노동자를 끝없이 적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내국인-이주 노동자의 갈등 역시. 어제 제가 읽은 논문에서는 '끝없이 인위적인 외부(혹은 식민지)를 만드는 시도'라고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주노동의 유입을 '보완'으로 볼 것인가 '대체'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매우 복잡한 문제다. 우리 사이트(http://stopcrackdown.net)의 Q&A에 있는 보완의 논리는 분명 문제가 없지 않다. 설사 자본과 정부가 정말로 '보완'을 위하여 노동력을 유입했다 하더라도, 만약 노동자를 위한 생존권과 노동3권, 각종 사회복지망이 부실하고 그나마 직종별 노동자간 격차가 큰 상태에서 끝없이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새로 유입된 이주노동자들은 점차 일정 분야의 노동자들을 '대체'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러한 사회적 안전망과 노동권 보장망이 아주 열악하기 짝이 없는 사회이다.




실제로 같은 직장에 근무하면서도 한국인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이주노동자들에게 연대를 청하지 않거나, 혹은 한국노동자들의 파업에 고용주들이 이주노동자를 투입해서 공장을 돌리는 경우들이 존재한다. 전자는 인종주의로만 해석될 일은 분명 아니며, 후자의 경우는 오히려 노동자간 반목과 적대감을 조성하기 위한 자본의 분열책에 포함된다. 이럴 때 이주노동자들은 본인들이 원했건 그렇지 않았건 노동자들의 단결을 깨는 악역을 담당하게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 간 갈등과 놀랍도록 닮았다.)




이 갈등을 만들어내고, 조장하며, 부추키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인가? 작금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적대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갈등의 원인에 대한 화살을 이주노동자들에게만 돌린다는 것에 있다. 이주노동자 유입을 반대하는 세력 중 상당수가 ‘기계화, 첨단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그래서 아이러니컬하다.




신자유주의 하의 자본은 한편으로는 이주를 가속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장벽을 높게 하며 ‘제한’을 강화한다. 이것은, 계속해서 한 국가 안의 일용직과 저임금노동을 위협하면서 인위적인 ‘경쟁’을 창출하고, 그럼으로써 계속해서 값싼 노동력을 공급받고자 하기 위함이다. 이주노동 자체가 값싼 노동력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전체적인 노동조건의 하향평준화를 이루는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적극적으로 비정규직을 도입했던 것도 이러한 차원이 아니었던가.(그리고 그러한 비정규직 노동에서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은 분신으로, 자결로 항거하고 있다. 아무리 눈물을 흘리며 안타까워한들 비정규직 노동자의 희생은 끝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연대투쟁은 아직 미미하다.)




그렇기에 요즘 들어 나는 이주노동의 유입을 보완 vs. 대체의 논리로 보는 것 자체에 회의를 가지기 시작하는 중이다. 이것 자체가 신자유주의적 / 전지구적 자본주의 패러다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노동 이주의 문제는 과연 어떤 진보적인 / 새로운 관점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게다가 이미 이주가 상당 부분 진행되고 있는 지금 생겨나는 각종 문제들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전지구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 하에서 만약 노동 이주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노동 이주는 막는다고 해결되지도 않으며 이주노동자 유입을 막는다고 하여 소위 내국인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다. 과거 불법을 저질러가며 이주노동자들을 유입해 온 것은 분명 자본이었고 정부였으니까. 게다가 어느새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1%가 된 이주노동자들은 근래 15년간(최초 유입은 1987년부터였다.) 한국 경제의 성장에 분명 공헌을 한, ‘노동자’이다.




(재미있는 사실이지만, 산업연수생 제도 시행 초기에 수많은 인권단체들과 노총은 이주노동 유입을 반대했다. 국내 저임금 노동자들의 조건 악화, 그리고 통일 이후 늘어날 노동력(김대중 대통령 집권 초기, 통일은 ‘곧 될 것처럼’ 보인 과업이 아니었던가)을 고려해서였다. 이 반대를 무릅쓰고 산업연수생 규모를 확대해 온 것은 정부다. 그리고 이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지지하는 인권단체와 노동단체들은 이주노동 유입의 책임을 뒤집어쓰며 온갖 비난에 시달리고 있다. )




결국 지금에 있어 현실적이고 한계적인 대안이란 ‘노동허가제’가 최선인 듯 보인다. 노동허가제가 고용허가제와 차이가 나는 가장 큰 점은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이다. 고용허가는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려는 고용주에게 정부가 허가를 내주고 이에 따라 고용이 확정된(즉 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에게 노동부는 노동허가를, 법무부는 체류허가를 내주는 제도이다. (각 국가에 따라 세부 내용은 약간 다르다. 프랑스의 경우 통합허가 쪽으로 가고 있는 추세.) 이 경우 입국 전 고용주와 계약을 맺은 이주노동자들만이 합법적으로 입국할 수 있다. 즉, 한국에 와보니 고용주가 실제로 약속도 안 지키고 착취하면서 월급도 제대로 안 주더라, 심지어 때리고 성폭력을 행사하더라, 하더라도 사업장을 이탈할 수 없다. (이탈하면 그 순간 ‘불법체류’가 된다.)




이에 반해 이주노동자들이 모델로 삼고 있는 노동허가제는 유럽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노동허가제이다. 노동을 원하는 이주노동자에게 법무부와 노동부가 허가비자를 내주면,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입국 뒤 자신이 일할 사업장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은 합법적 노동자들이기에 노동3권과 최소한의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논쟁을 하면서 내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한계는, 물론 인종주의의 벽도 크지만, 현재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이 주장하는 ‘노동허가제’ 역시 신자유주의 하에서 보다 효율적인 노동력 관리를 위한 중도-우파적인 입장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인종주의자들과 기타 비-인종주의자 이주노동자 반대세력이 기함을 하는 노동허가제조차도, 실은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 하에서 차라리 자본과 그들의 정부의 통제권 하에 들어가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나는 ‘불법체류자에게 증오를 내비치는’ 외국인노동자 반대세력이 왜 노동허가제를 반대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아예 이주노동 유입 자체를 막자는 것인지 불법체류를 막자는 것인지... 전자라면 몰라도, 후자를 상당히 강하게 내세우는 이들이 다수로 존재하는데, 이런 이들이라면 오히려 노동허가제를 쌍수들고 환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들은 이주노동자 지원 인권단체나 운동체들이 주장하는 노동허가제를 상당부분 오해하고 있는데, 이것이 단순히 잘 알지 못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는 파악할 수 없다.)




이는 내가 4대 보험을 보장받고 각종 복지를 보장받는 대가로 나 자신에 대한 더 많은 통제력을 국가에 헌납하는 것에 대한 딜레마와 비슷하다. 더욱이 노동허가라는 것은 ‘시민’의 자격이 아니라 ‘외국인’의 자격이기에 그 통제권 하에서는 더욱 많은 제한과 의무 이행을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현실주의자로서의 쇼르쏘띠와 아나키즘적 좌파의 입장을 취하고자 하는 쇼르쏘띠는 자아분열을 하며 갈등할 수밖에 없다다.




어쨌건, 국내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존권 박탈의 책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돌리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고용 불안정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 행태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파괴하고 노동자간 분열책을 위한 자본의 전략에 놀아나는 것이라는 점은, 최근 현중노조의 사례에서 똑똑히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한번 외쳐주자. 민주노총은 현중노조를 제명하라! 제명하라!) 결국 우리가 정부와 자본에 요구하고 투쟁해서 쟁취해야 할 것이 바로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막론하고 생존의 기본권 보장, 노동3권 보장, 고용 창출인 것이다. 여기에서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의 단결과 연대투쟁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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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계: 쑈르쏘띠님 제가 제안한일 기억 하신다면 한번 체험 하자고요 저도 외노인들 일을 체험하고 님도 제가 이야기하는 우리 저소득층 의 현실을 직접 체험해 보자고요 피부로 느껴 보자고요^^ 한번 뵙고 진지한 대화 하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07/14-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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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르쏘띠: 님이 제게 어떤 제안을 하셨던가요? 일 힘들다는 푸념에 '때려치라'라는 비아냥을 들은 적은 있지만... ^^ 그래서 제가, 님의 그 비아냥은 '건설일용직 요즘 일 없다니 그럼 때려쳐~'라는 싸가지없는 말과 똑같은 말이라고 말씀드렸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07/15-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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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man: 1. 보완VS대체는 싸빡하게 정리가 서로 않되었죠 아마 -[07/1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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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man: 2. 단결투쟁 맞습니다. 그렇게 가야 하지요, 그러나 외국인노동자 문제에서 우선 잘못된 외국인노동자 도입 그자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도입그 자체가 저지 되거나, 통제 된다면, 외국인노동자로 인해 생긴 많은 문제점을 해소되고, 그 다음에 함께 하여, 자본의 욕망에 제동을 걸어야 하겠지요 -[07/15-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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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man: 만약 지금 쇼님에게 함께 하자, 자본의 분리정책인 외국인노동자도입 반대를 함께 외치자 라고 하면 쇼님은 스스럼 없이 함께 하겠습니까? 마찮가지죠, 무절제한 외국인노동자 도입으로 밑바닥 사회는 붕괴되고, 조선시대 민란이 일어나기 직전 같이 영세서민의 삶이 파괴 되어 있는 마당에 외국인노동자 그것도 불법체류 그것도 장기 불법체류자의 이익을 위해 함께 하자면 순순히 함께 할 영세서민이 있을까요? -[07/15-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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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man: 그리고, 쇼님은 경쟁을 누가 인정하지 않는데요, 라고 하시는데, 쇼님의 경쟁을 인정하다는 일자리경쟁은 자국의 노동시장에 기존 있어왔던 일자리경쟁과 동일시 하여 외국인노동자도입이 외국인노동자 도입으로 인해 생긴 경쟁의 심각성을 희석 시키는 일자리 경쟁 인정 이다. 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07/15-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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