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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철이] 농성장에는 사랑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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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님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5,905회 작성일2004-04-07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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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농성장에서 한글교실 때문에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내 등에다 매우 부드러운 손을 갖다 대었다.
흠칫 놀라 뒤돌아보니 마쑴이 웃고 있었다.
눈을 보는 순간...
표정관리에 무척 애를 먹었다.

오늘 나의 김부인께서 미리 연락도 없이 나타났다.
'비상점검'을 하러 오신 모양이었다.
나는 온 줄도 모르고 천막안에서 건설 일용직 노조의 '칸'과 대화를 나누다
나오는 길이었다. 다행히도, 천만다행히도 천막안에서 같이 나온 게 '칸'이어서 다행이었다.
그게 만약 어떤 여성 동지였다면...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나는 집에 들어오면 내가 만난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준다(거의 강요받는다).
이런 저런 사람 얘기를 하고 나면, 김부인은 말한다.
"너가 좋아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은 누구다."
그러면 나는 그 사람을 골똘히 생각하며 그 이유를 묻는다.
그러나 이유들이 모두 황당하여(어떤 면에서는 너무 날카로운) 나로서는 말문이 막힌다.

예전에 언젠가 한번은 김부인이 나에게 이르기를
"네가 바람피우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그 이유가 몹시 궁금하여 물어보니
"밖에서 떠돌아다니며 일한답시고 많은 여자들을 만나니까, 굳이 바람을 피우지 않아도 그것만으로도 충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매우 그럴듯한 말이었다.
그리고 농성장을 다니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아도 그 말은 상당히 타당한 듯 하다.
나에게 있어 농성장은 점점 나의 에로스가 분출되는 공간으로 느껴지고 있다는 것이 자각되기 시작했다.
떨리고 설레이고 침착하게 되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하고
만나고, 떠들고, 행동하는 사이 에로스가 분출된다.
사람들이 사랑스럽고 또 그것만으로도 만족되는 상태가 된다.
으음...그렇군, 나는 지금 교감이란 것을 하고 있군...그래서 지금 나는 매우 예민한 상태다.
이 상태가 지속되기를!
농성장에는 사랑이 넘친다.


* S.C.D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4-08 11:33)
* S.C.D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4-09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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