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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샤말 타파에 대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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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청천단풍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조회4,576회 작성일2004-04-07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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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말을 만났던 건 2000년 가을이었습니다. 물론 그 전에 집회와 각 노동자센타를 방문하면서 만난적도 있었겠지만 잘 기억을 하지 못했지요.

정식으로 인사를 나누고 얼굴을 기억하게 된 때가 그 때일겁니다. 영등포에 있던 전해투 농성장에서 지금은 네팔로 가 있는 버지라와 함께 우리가 하려는 이주노동자운동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조금 조심스러웠는데 흔쾌히 동의를 보내주던 샤말타파의 눈빛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아니 오히려 제가 잘 몰랐겠지요. 그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싸웠던, 올바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샤말의 활동을 제가 몰랐을 뿐이었겠지요.

고용허가제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외노협 내의 논쟁 과정에서 이주노동자투쟁본부를 만들고 평등노조 이주노동자지부로 가는 과정에 있기까지 샤말의 활동은 표시나지 않지만 꼭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안양에서 많은 네팔노동자들과 토론을 하면서 노동운동으로서 이주노동자운동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 힘이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이주노동자 지부, 강제추방저지투쟁 농성단 등과 함께 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여러 활동가들, 비두, 꼬빌, 버지라...등

샤말에게는 미안한 것이 많습니다. 같이 운동을 하고자 이야기한 후 몸이 아파 1년여를 쉬다 돌아온 제가 본 것은 이제 최 선두에서 운동을 이끄는 샤말이었습니다. 샤말이 다시 함께 해야하지 않느냐는 농담 반, 협박 반의 이야기가 맘에 많이 남았지만 흔쾌히 참여할 조건이 안되는 것이 내심 미안했습니다. 다시 돌아와 활동을 하던지, 다른 활동가 2명을 보내주던지 하라는 거래(?)제안은 잊을 수 없습니다.

항상 옆에 있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어느날 여수로 갔다는 말을 듣고, 또 다시 출국되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비두를 미처 보지 못하고 떠나 보낸것이 마음에 걸려 지난 2월에 면회를 하고 온것이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이제 바랄 것은 샤말이 네팔에서 무사히 정착하길 비는 것입니다.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또 그곳에서도 이곳에서 외쳤던 노동해방의 정신을 그대로 가지고 인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삶을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샤말이 네팔을 떠나온지 10년 만의 귀향인데 축하해주기 보다 미안하고, 안쓰럽고, 걱정이 되는 것은 저만이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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