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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랙다운의 민노총 앞 시위(디지털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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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2건 조회5,859회 작성일2004-07-0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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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도 결국 '이주노동자' 아닌가" 
- 그들이 민노총 앞에서 항의시위를 벌인 까닭 
 
 
이오성 기자 dodash@digitalmal.com
 
 
 
지난 6월 24일 오후 3시 반. 신길동 민주노총 건물앞에 일군의 젊은이들이 모였다.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모임'(www.stopcrackdown.net), '투쟁과 밥' 등 소속의 젊은이들 10여명은 다소 선정적인 내용의 피켓을 들고 '항의중'이었다.

   
 
▲ 민주노총 앞에서 시위중
 

'민주노총, 당신들은 연대하지 않는다 협상을 할 뿐이다'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들 투쟁에 더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결합하라'
'민주노총 전 조합원이 이주노동자 및 정치적으로 소수인 노동자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인식을 바꿀 수 있는 내부사업을 강화하라'

지난해부터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결합해 온 이들은 "이주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의 거의 모든 투쟁에 헌신적으로 결합하고 있는데 반해, 이주노동자들의 명동성당 농성투쟁이 벌써 220일이 넘는 동안 민주노총은 립서비스만 해왔다"며 "담당 상근자만 있을 뿐, 실질적인 연대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나눠준 '민주노총의 연대투쟁을 촉구한다'는 유인물을 통해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당면한 어려움이 단지 정부의 고용허가제 정책 때문만이 아니다"라며 "한국의 조직된 노동자들이 어느 순간 말로만 노동자는 하나라면서 침묵하고 있다"며 민주노총을 겨냥해 비판했다.

이들은 "우리가 이주노동자 투쟁과 관련 민노총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항의 선전전을 하겠다고 했을 때 주위에서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을 민주노총에게 요구하느냐며 의아해했다"고 전하며 "민주노총이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에 대해 책임지라는 것이 아니라 강력한 연대의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이 시위를 시작한 지 1시간 반 정도 흐른 오후 다섯 시. 민주노총의 한 간부가 나타나 이들의 시위에 불만을 토로했다. 왜 구체적인 요구안이나 협상안이 없이 선정적인 내용의 구호만으로 민주노총을 매도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전 연락도 없이 '난데없는' 시위대를 맞은 민주노총으로선 충분히 그런 반응을 나타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터져나온 그의 말 한 마디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아니, 위원장님이 보시고 당황해하시잖아."
조금 전 민노총 건물로 들어서는 이수호 위원장을 발견한 시위대가 소란을 피운 것을 두고 꺼낸 말이었다. 한 참가자는 "이주노동자들의 절박한 상황에 대해 연대를 호소하러 온 사람들 앞에서 위원장님의 심기를 걱정하는 게 바로 민주노총의 관료화된 모습 아니냐"고 비난했다.

이들은 특히 "김선일씨 사망 문제가 나라의 최대 이슈가 됐지만, 사람들은 정작 김선일씨 역시 이주노동자였음을 잊고 있다"며 "이주노동자 문제는 결코 먼 나라 사람들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 민노총 당신들은 협상할 뿐이다?
 
오후 여섯시경, 민주노총 김진억 비정규사업국장이 이들과의 면담에 응했다. 김 국장은 "민주노총은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연대와 투쟁의 확고한 의지가 있다"며 "문제가 되는 것은 이주노동자 투쟁에 대한 전망과 방향을 내놓지 못하는 비정규직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과 사업구상이 잡히면 지도부는 이주노동자 투쟁에 언제든 적극 나설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이들은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회의체계에 직접 당사자인 이주노동자들을 참여시킬 것과 한국의 조직노동자들을 상대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대중사업을 진행할 것을 요구했다. 김 국장은 "여러분의 요구를 전향적으로 고민하겠다"고 대답했고 다만 "민주노총의 의사소통구조를 감안, 오늘과 같은 시위는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 입장에선 이날의 갑작스런 시위가 다소 '불쾌한 사건'으로 비춰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220일이 넘는 장기투쟁에도 불구하고 '개선'은커녕 노동운동 내에서조차 '피부색 다른 남의 나라 사람' 신세를 면치 못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절박한 현실이 결국 이들의 행동을 촉발시켰다. 이 '피부색의 차이'를 뛰어넘는 것 또한 한국 노동운동의 대표체인 민주노총이 안고가야 할 숙제다.

이날 민주노총을 드나들며 시위를 지켜보던 사람들 중 유일하게 이들을 격려하고 지지한 것은 '전해투'(전국해고노동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뿐이었다.
 
 
 
2004년 06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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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에 대한 네티즌 의견
 
 
 
 
 
  최정규
[2004-06-30]
 용기있는 동지들-
1995년 외국인노동자대책협의회를 만들고 뛰었던 사람으로서
민주노총앞에서 항의시위를 한 청년동지들께 고개를 숙입니다.

이제 우리안에 처음처럼 생각하고 실천하는지 안하는지를
투명하게 서로확인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은 처음시작한 정신과 생각을
분명하게 실천을 할수있는 역략이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적 평등과 연대'를 위한 치열한 투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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