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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5,619회 작성일2004-07-07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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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시련 뒤엔 기쁨이 있고
신념은 산도 움직인다
사랑은 모든 길로 통하며
이유 없는 결과는 없다
살아있는 한 희망이 있는 법


.... 말이야 참 좋지


- 영화 <몬스터> 중에서



2. 프랑수와 트뤼포는 영화광 삼단계 중 첫 단계로 '같은 영화 여러 번 보기'를 들었는데,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보다보면, 그 영화가 좋은 영화든 나쁜 영화든 엄청난 애정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리고... 후진 영화라도 잘 만든 영화처럼 느껴진다. 번역자들이 자기 영화에 갖는 애착이란 그런 것이다. 번역을 위해 몇 번을 보고 또 보면서 남들이 놓친 것들을 세세한 것까지 캐치하게 되고, 그 영화에 푸욱 빠져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내 경우 <황혼에서 새벽까지 2>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어렵다.)


3. 번역 때문이 아니라 다른 이유 때문에, <몬스터>를 여러 번 보고 있다. 어제부로 <몬스터>를 한 7번은 봤을 것이다. 8살 때부터 지속적인 성폭력을 당해왔고 13살 때부터 몸을 팔아야 했던 여자, 그리고 미디어 앞에 '일곱 명의 남자를 죽인 연쇄살인범' 곧 '몬스터'로 모습을 드러냈던 여자 에일린 워노스의 이야기를 옮긴 영화다. 집도 절도 없이 떠돌며 트럭을 세워 몸을 팔고 돈을 버는 그녀한테도 사랑이 찾아오는데, 그래서 영화는 딱 멜로드러마 형식으로 가는데, 그 틀로 풀어내는 이야기들이, 에일린의 이야기들이 참으로 가슴을 찌르고 슬프게 한다. 7번을 보면서도 매번 같은 장면에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하도 봐서 이젠 2, 3번째 봤던 그런 억장이 무너지는 슬픔은 둔화됐지만, 하여간 그렇다.


4. 초반엔 에일린의 삶이 너무 억장이 무너져 울고, 요즈음은 샤를리즈 테론의 연기 때문에 운다. 한 사람을 자기 몸에 담기 위해 배우가 들이는 노력들 같은 거. 메이킹 보면서 운다. 촬영장의 샤를리즈 테론은 완전히 에일린이 되어서 씬을 찍고, 감독의 컷 소리가 나면 완전히 탈진한 채 의자에 앉아 엉엉 울며 에일린의 고통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 그럼 감독이 가서 토닥이며 달래고, 안아준다. 나는 세상이 '몬스터'라 불렀던 어떤 사람을 뼛속까지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워서 또 운다.


5. 소통의 기본은, 상대를 이해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정작 감독은 꽤나 보수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에일린과 소통하고자 노력하자 그 어떤 좌파 감독들도 힘든 진정성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다. 발자크식 리얼리즘이라 해야 할까. 켄 로치 감독의 영화들이 언제나 감동적인 건, 그 영화에 언제나 자신의 주인공들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이 들어있어서이지 테크닉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6. 어려운 소통을 하나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가 다치고 깨질 것 같은데, 무작정 시작했다. 뒷수습 못 하면서 벌려놓긴 좋아하는 내 성격이 어디 가나. 내가 얼마나,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소통을 결심한 건 그 말도 안 되는 어거지와 앞뒤 관계 하나도 안 맞는 논리와 턱없는 분노 가운데 보이는 어떤 절박함과 절망 때문이었고, 아아주 어렴풋한 희망의 씨앗 때문이었다. 소통은 상대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킨다. 내가 어떻게 변하게 될지, 아름답게일지, 추하게일지,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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