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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펌] 우리 민족이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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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닉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5건 조회7,234회 작성일2004-07-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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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에서 퍼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의 현실에 비추어 봤을때
민족주의는 이미 "해방"의 담론으로서의 의미를 상실했습니다.
민족이라는 그 개념 자체도 해체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환경파괴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여성착취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노동자착취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전쟁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해외파병과 식민지 건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이주노동자 억압
등등

"민족"이 관념이라믄 "국익"은 그 관념을 실체화하는
요술방망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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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이 제일이다?
  6.15 공동선언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참가하고

 
 한국염 기자
 2004-07-08 18:14:57 
<필자 한국염님은 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로 활동하고 계시며,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정책기획위원장이자 청암교회(기장) 목사입니다. 이 기사는 이주여성인권센터 소식지 3호에도 실린 글입니다. -편집자 주>


지난 달 15, 16일 양일간 인천문학경기장에서 우리민족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엔 남과 북, 해외동포들이 모여 6.15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고 정상회담에서 결정한 사항들의 이행을 촉구했다. 1, 2차는 금강산에서, 3차는 남측과 북측이 따로 하다가 올해 4차 대회를 처음으로 남측에 모여 열었다. 북측에서 1백여 명이 왔고 남측에서 천명 가량이 참여했다. 이미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여성대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터라 별로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남쪽에서 처음 열리는 대회기에 기대를 갖고 참여했다.

북측 대표들은 대회사에서 3대 구호를 중심으로 통일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남측에서도 이에 화답하였다. 그리고 대회 내내 “우리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이루자”, “우리 민족 제일이다”, “남북공조, 조국통일” 구호가 울려 퍼졌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하자거나 민족이 공조해야 한다는 것에는 아무 이의가 없다. 그러나 “우리 민족 제일이다” 구호를 들을 때는 등이 오싹했다.

밤에 인천문학경기장 야구장에서 남북 예술공연이 열렸을 때, 스탠드를 꽉 채운 사람들이 “우리 민족 제일 좋아”라는 북한가수들의 노래에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한반도기를 흔들어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하고 중얼거렸다. 옆에 있는 다른 여성참가자들에게 “’우리 민족 제일이다’ 구호는 너무 심한 것 아닌가? 민족중심주의는 곧 차별주의인데, 난 이 구호가 영 못마땅하네!”라고 말했더니, “참, 외국인노동자 인권운동을 하는 목사님 입장에서는 그렇겠네. 목사님 이야기 들을 때까지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해보지 못했네요”하고 공감을 해주었다.

한민족 중심주의, 이주노동자들에겐 폭력

미국에 기죽어 사는 우리에게 ‘우리 민족이 제일’이라는 구호는 민족자긍심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또한 약소국으로서 민족을 외치는 것은 ‘민족생존’과 결부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독일에서 한국 여성운동을 소개하면서 민족문제를 언급했을 때, 지도교수가 ‘민족주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다. 그때 나는 “독일에서는 히틀러 시대의 경험 때문에 민족문제가 좋지 않은 개념으로 쓰이지만, 우리에게는 생존의 문제다. ‘민족주의’가 문제지, ‘민족’을 강조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 이렇게 항의한 적이 있다.

물론 독일의 아리안주의가 빚어낸 유대인 학살, 일제의 천황주의가 빚어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의 만행, 그 속에 들어있는 민족주의가 빚어낸 병폐, 즉 민족주의가 민족우월주의로 이어지고 다른 나라를 무시하는 삐뚤어진 제국주의로 나아감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래도 약소국가로서의 민족주의는 다르다는 생각을 해온 게 사실이다. 일제식민지 지배 하에서 민족의 해방을 부르짖을 수밖에 없었고, 분단 상황에서 ‘한 민족’이라는 말은 통일의 키워드가 됐고,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이나 한미행정협정과 관련해서 민족주의라는 것이 어느 정도 당위를 갖기도 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 문제와 씨름하면서 민족주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인들의 태도를 접하면서 민족주의라는 것이 자칫 민족우월의식이나 열등의식으로 이어지고, 타민족이나 타인종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민족우월주의로 이어질 때는 우리보다 가난한 나라나 민족에 대해 얕잡아보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가난한 제삼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고 무시한다. 반대로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에 대해서는 민족열등의식에 빠져 그들을 부러워하면서 좋게 대접한다. 제일세계에서 온 백인들에게는 잘 보이려고 애를 쓴다.

이런 실정에서 한국인들의 “우리 민족 제일이다” 구호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얼마나 몸서리쳐지는 구호겠는가? 가뜩이나 인종차별로 고통을 겪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 민족 제일’이라는 이 구호는 차라리 폭력이라는 생각이 든다.

배타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통일의 길 고민하자

이 폭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이 바로 국제 결혼한 여성들이 한국에서 당하는 고통이다. 결혼을 하면 응당 배우자를 존중하며 잘 살아야 하는데 흔히 한국남편들은 못 사는 나라에서 온 여성이라고 아내를 구박한다. 툭하면 ‘너희 나라’, ‘너희 백성’ 운운하며 모욕을 준다. 문화가 달라서 생기는 문제를 서로 이해하면서 해결할 생각을 안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이래야 한다”면서 한국문화에 적응하기를 강요한다. 이건 가난한 나라의 남자들과 결혼한 한국여성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상대편 나라의 문화와 풍습에 대한 배려 없이 우리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뒤집어서 제일세계의 사람과 결혼하는 경우, 우리 문화가 우월하니 우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내세우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한국남편에게 구타 당하고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이주여성들을 대할 때마다 한국인의 잘못된 민족우월감과 인종차별주의에 분노를 느낀다.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북한에서는 미국을 겨냥하는 소리겠지만, 남한의 경우는 제삼세계에서 온 이주노동자 내지 가난한 나라에서 온 배우자들을 멸시하는 도구로 작용하고 있다. 물론 민족은 하나가 되고 서로 도와야 한다. 북한의 용천사고, 북녘에서 굶주리는 동포들을 남측은 당연히 도와야 한다. 그렇다고 우리 민족끼리나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곤란하다.

우리 민족 제일주의는 다른 나라와 더불어 사는 것을 방해하고, 세계가 한 평화의 공동체가 되는 것, 더불어 숲이 되는 것을 가로막는다. 인류가 지구촌에 사는 한 가족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만든다. 우리는 이 사실을 미국이라는 한 패권주의 나라에서 잘 배우고 있지 않은가? 배타성으로 이어지지 않는 통일의 길, 민족사랑의 길을 고민해야겠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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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퍼온사람님의 댓글

퍼온사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저기요,,,일본판 아나키들이나 미국판 아나키들은 민족을 저주해도 별무리가 없어 보이지만요,,,주변 강대국 사이에 낑긴 한쿡이 과연 민족을 저주해도 살아 남을까? 의문이군요,,,민족제일 문제 많지요,,,민족없음은 문제 없을까요? 한국판 아니키였던 신채호 선생은 그래서 였던지 민족을 외쳤죠^^

퍼온사람님의 댓글

퍼온사람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본좌 퍼온사람도 자신을 아나키가 아닌가 하고 반문해보곤 합니다만
아나키도 가지 가지 군요

매닉님의 댓글

매닉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왠 뜬금없는 아나키타령인지 모르겠지만, 몇가지 정정할 게 있군요.  신채호 선생도 처음에는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부국강병론 혹은 민족 자결 주위 같은 것에 경도되었다가, 나중에 철저한 아나키스트로 돌변했답니다. 우리가 역사책에서 배우는 아와 비아의 투쟁 어쩌고 저쩌고 하는 건 모두 초기의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사상이였습니다.  독재정권시절(지금은 독재 아닌가???)에 민족주의를 부추길려고 대부분의 "투사"들을 "민족주의 투사"로 만들었습니다.
저도 민족주의를 아무런 역사적 맥락없이 반대하는 건 아닙니다만 지금 현재 한국의 민족주의가 과연 "해방"으로서의 동력을 갖고 있는지는 매우 의문입니다. 예전에 썼던 좀 긴 글을 함 올려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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