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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와 돼지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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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깨철이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4,987회 작성일2004-04-07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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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이슬람 문화권에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에 대해
그게 '종교적 금기 사항이니까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며 그 이유를 생각해보지 않거나,
조금 합리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은
그 지역의 기후와 풍토와 관련된 영양학적이고 경제적 합리성에서 그 이유를 찾기도 합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오늘 어떤 책을 읽다보니까 그 이유에 대한
'정치적 설명'이 있더군요.

돼지고기 기피현상은 이슬람문화가 정착되기 훨씬 전부터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정복자 힉소스인들이 돼지를 상징하는 세트라는 신을 섬기자
피지배자였던 민중들이 지배자를 미워하듯 돼지를 미워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당시 피지배자였던 민중들이 돼지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돼지'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것조차
싫어했다는 것인데요. 이것이 이슬람 지역에 전파되면서
종교적 금기와 같은 것으로 되었다는 얘기입니다.
즉, 돼지고기 기피의 원인은 그 지역의 풍토와 환경으로 인한 '경제적 합리성'에 의한 선택이
원인이 된 것이 아니라 지배자와 피지배자 사이에서 발생한 갈등 때문인 것으로
그 책에서는 밝혀놓고 있습니다.

우리는 '음식은 문화다'라는 말을 많이 하곤 하지만 그 '문화'라는 것에 대해
그 지역의 환경과 관련된 독특한 습관(무의식적으로 경제적 합리성에 따르는 선택)으로
한정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러나 '음식은 문화다'라고 할 때
우리가 고려해야 할 그 '문화'는 그 지역의 정치적 갈등에 의해 의식, 무의식적으로
생겨난 공통적 습관입니다.

돼지고기를 기피하는 이유에 대해 명동 농성단에 있는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도 잘 모를지 모릅니다.
우리에게 지켜지고 있는 아주 오랜 습관에 대한 이유를 우리가 잘 모르듯이 말입니다.
(알려줘야지.)

어쨌든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을 보고
'음식과 계급투쟁'이란 주제로 재미있는 생각들을 많이 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명동 농성단의 식사는 한마디로 간소한 '퓨전'이라고 할만 한데요.
이 '퓨전' 식사는 자본의 전지구화 시대에 맞서
대항하는 우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우리가 연대할 때 퓨전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고정되고 강요된 어떤 하나의 진리를 놓고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이 공존하고 서로 섞여들어가는 리좀의 형태로 보이는 연대입니다.

개인적으로 요즘 혐오하는 음식은 당근입니다.
'채찍(딴나라?)과 당근(놈현씨?)'으로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혐오가 뿌리깊어 길게 이어진다면
어쩌면 이후 우리집 가훈 중 하나는 '당근을 먹지말라'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 전파되면 종교적 금기가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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