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김지태와 씨애틀 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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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MOOOOOOONa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4건 조회7,172회 작성일2006-08-12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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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jinbo.net/pink/?cid=5&pid=364#more_anchor364


씨애틀 추장과 김지태...

김지태 석방을 위한 탄원서와 진정서를 sukbang@gmail.com 으로...

 그리고 모든 글들은 오는 8월 중순이후의 주택강제철거를 저지하기 위해서

여기 저기에 마구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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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서


존경하는 재판장께



1855년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이 수와미족에게 그들의 거주지를 정부에 팔고 원주민

보호지역으로 이주하라고 제안하자, 씨애틀 추장이 쓴 답장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어떻게 감히 하늘의 푸르름과 땅의 따스함을 사고팔 수 있습니까? 우리의 소유가 아

닌 신선한 공기와 햇빛에 반짝이는 냇물을 당신들이 어떻게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

니까? 이 땅의 모든 부분은 우리 종족에겐 거룩한 것입니다. 아침이슬에 반짝이는 솔

잎 하나도, 냇가의 모래톱도, 빽빽한 숲속의 이끼더미도, 모든 언덕과 곤충들의 윙윙

거리는 소리도 우리 종족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성스러운 것입니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입니다”



어떤 보상으로도 값을 치룰 수 없는 인간과 자연의 존엄이 묻어나오는 이 한 장의 편

지는 150년 만에 한국에서 새롭게 읽히고 있습니다. 땅은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

이 아니라 자신들이 존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꼭 지키고 싶다고 간절히 호소하는 평

택 팽성읍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에 의해서입니다. 모든 이들이 등을 돌리는 농촌의

질곡과 가난조차도 이들을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에 대추리 김지태

이장이 있습니다. 그는 150년전 시애틀 추장처럼 어떤 보상을 바라냐는 국방부 관계자

의 말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 너른 들판을 사시겠다고? 그 금액은 너무 어마어마해서 (아니 너무 작고 볼품이 없

어서) 나는 상상을 못할 지경이니깐. 힌트를 드리자면 대추리, 도두리 들판에서 지금

껏 거두었던 벼의 낱알의 개수만 하다고나 할까. 그것을 일구기 위해 굽혔다 폈던 관

절의 운동 횟수만 하다고 해도 될 것 같다. 한 가지 더. 그들의 시간, 한숨, 울음, 웃음

그것을 내려다보았을 별빛이나 시름을 달래주던 바람의 총량까지 합하면 대충은 나

올 것 같다"



5월 4일 대추 초등학교가 무너지고, 황새울 들판에 철조망이 들어서면서 홧병과 불안

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마을 주민들 때문에 김지태 이장 역시 하루밤 편하게 다리를

펴고 잠들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정부가 주민들과 성의있는 대화를 하겠다는 말

을 믿기로 했습니다. 구속될 것을 염려하는 주민들을 설득하면서까지, 그가 경찰에 자

진 출두한 것은 주민대표와 대화하려는 정부의 의지를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

달째 김지태 이장은 구속되어있고 정부는 주민들과 대화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논에 쳐 놓은 철조망도 모자라, 주택에 대한 강제철거계획을 밝히고 있습니

다.



일제시대, 미군정 당시 아무런 설명도 없이 땅을 빼앗겼던 주민들은 그때는 그럴 만

한 시대였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민주적인 정부가 들어섰다고 믿는 현재 역시 주

민들은 자신들을 힘으로만 제압하려는 조국을 만납니다. 자신들을 대화상대로도 여기

지 않는 정부에 대해서 야속하고 화가 날뿐입니다. 조상대대로 내려온 땅에서 죽고 싶

다는 간절한 소망을 돈을 바라고 싸우는 촌부들로 치부해버리니, 속은 썩을 대로 썩었

습니다. 그런 주민들이기 때문에 김지태 이장의 석방은 국가에 거는 마지막 희망과도

같습니다.



김지태 이장은 평택미군기지이전저지를 위한 범국민대책위의 상임공동대표이며 평택

미군기지이전저지를 위한 팽성주민대책위의 위원장입니다. 그는 활동하는 동안 단 한

번도 폭력적인 방식의 투쟁을 지시하거나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연로한 주민

들에게조차 “경찰이 때리면 맞아야한다, 자식 같은 전경들 욕하면 뭐 하겠냐”고 이야

기했습니다. 그러한 그의 심지가 있었기 때문에 평택미군기지이전저지 활동은 다른

어떤 보다 평화적인 방식의 저항정신이 많이 실현되었습니다. 그래서 유치원 어린

이서부터 일반 회사를 다니는 시민들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한푼 두푼의 돈을 모아,

지을 수 없는 농사인지 뻔히 알면서도 영농자금 모금운동에 1억 원 이상의 후원을 보

태주었습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그를 가둬두는 것은 150년 전, 시애틀 주장의 눈물과 한숨을 감옥에 넣는 것과 마찬가

지입니다. 그리고 김지태를 맏자식으로 여기면서 기다리는 대추리 도두리 노인들을

가두어 두는 것과 같습니다. 재판장님의 현명한 판단이 주민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기

를 간절히 요청드립니다. 김지태 이장의 석방은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을 국가폭력에

의한 영원한 희생자로 만들지 않는 길이며, 정부가 주민들과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보

여주는 가장 속 시원한 해결책이기도 합니다. 김지태 이장에 대한 보석신청을 받아주

셔서 김지태 이장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2006. 8.

진정인 ___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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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격자님의 댓글

격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 너른 들판을 사시겠다고?......
인용문이 재판정에서 이장님이 했던 말 맞나요? 장난  아니다......

moona님의 댓글

moona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제가 알기로는 5월 4일 침탈 이후 이장님이 대통령과 국방부장관에게 보낸 편지의 일부입니다.

배추나님의 댓글

배추나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몸과 마음을 다해서 쓴 글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저번 지율스님이 재판장에게 쓴 편지도 정말 가슴을 울리더군요. 아마 녹색평론 3-4월인가 5-6월 인가 어딘가 나왔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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