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혜우, 열여섯 살의 어린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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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마님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2건 조회8,069회 작성일2004-04-20 04:46본문
한국이주노동자인권센터의 양혜우 소장님 글입니다. 이주노동자, 특히 이주여성과 관련하여 우리 농성장에서 접하지 못했던 많은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을 거에요. 이런 글들이 있으면 종종 퍼오도록 하겠습니다.
사리나라는 한 방글라데시 소녀를 알게 된 건 얼마 전의 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같은 또래의 친구들과 재잘대며 학교를 다니던 어느 날 <한국으로 시집가라>는 부모님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남편을 찾아 한국에 왔던 것이다. 그녀의 남편 노만은 한국에 온지 10여년이 되었고, 한국에서 돈을 버느라 혼기를 놓쳐버린 서른다섯의 노총각이었다. 노만은 결혼을 위해 방글라데시로 돌아가면 다시는 한국에 올 수 없기 때문에 부모님이 골라주신 신부를 아내로 맞아 한국으로 데리고 와서 신방을 차리기로 결심한 것이다. 뒤늦게 장가간다고 마음에 들뜬 신랑은 신부에게 줄 금반지며 금목걸이 장만에 분주했고, 한국에 있는 고향 친구들에게 자신이 장가간다는 소문을 내 모두들 노만의 결혼식을 학수고대 해 왔다. 그리고 노만이 애타게 기다렸던 신부는 그의 기대대로 너무 예쁜 소녀였다. 그러나 열여섯 살의 어린 신부는 자신보다 스무 살이 많은, 나이든 신랑을 보자 겁이 더럭 났고 한국에 오자마자 집으로 보내달라고 울며불며 떼를 써댔다. 신랑 노만은 엄마에게 가겠다는 신부를 이리도 달래고 저리도 달래보았지만 어린 신부의 마음을 돌릴 수 없자 그만 이성을 잃고 신부를 여러 차례 때리고 말았다. 더욱 겁에 질린 어린 소녀는 틈만 나면 고향에 전화를 해서 나 좀 살려 달라고 애원했고, 그녀는 다른 먼 친척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청도 아산에서 택시를 타고 친척이 있다는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혼자 사는 남자 집에 갑자기 나타난 어린 신부의 출현에 난처해진 친척 칸은 우리 센터에 전화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사리나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했고, 나는 중학교 일학년도 채 되어 보이지 않은 겁먹은 어린 소녀의 똥그란 눈을 보자 차마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그녀를 집으로 데려 갈 수밖에 없었다. 신랑 노만은 신부가 가출하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애타게 신부를 찾아 나섰고, 어린 신부는 죽어도 신랑에게는 가지 않겠다며 식음을 전폐 하며 울고만 있었다. 통역 자를 구해 고향의 부모님께 전화를 하여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그녀의 부모는 어린 딸에게 다시 노만에게 돌아가라. 그리고 죽기 전까지는 집에 돌아올 생각은 하지 말라며 노기를 감추지 못했다. 신랑 노만은 그녀를 한국에 데려오기 위해 500만원이라는 돈을 지불했다며 하루에도 십 수번을 센터에 전화하여 하루 빨리 사리나의 마음을 돌려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애걸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유일한 소망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돌아가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것이었다. 수차례 그녀의 부모와 형제들을 설득하여 결국 그녀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승낙 받고, 그녀의 남편이 될 뻔한 노만에게 역시 그녀와의 결혼은 무리라고 설득하고 설득하여 그녀를 고향으로 가게 도와주었다.
나이 열여섯. 단발머리 나풀거리며 즐거운 학창시절을 보낼 중 3의 나이에 돈에 밀려 이곳 낯선 땅까지 밀려 와야 했던 그녀를 다시 방글라데시로 보내며,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과 험난한 일이 생길지라도 그녀의 인생이 다시는 돈의 힘에 의해 굴복되지 않기를 기도했다.
최재옥님의 댓글
최재옥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사랑이라는건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영화속에서만 볼법한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게 놀라울 뿐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