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판

도덕적 우월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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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life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3건 조회7,082회 작성일2007-02-2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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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바 정책이라는 것의 끝은 보호소 참사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여수참사 서울역 집회를 마치고 집에 왔다. 당초 예정됐던 서울역에서 청계천
광장까지의 행진은 경찰과 사주 받은(?) 조폭의 방해로 매우 힘들게 진행되었다.
웃통 벗은 조폭이 사람들을 툭툭 건드리는데, 경찰은 그냥 보고만 있고, 또
백보 양보해서 지하도를 택해서 인도로 행진을 하는데 출구를 봉쇄해 버리는 어
처구니 없는 일들...

언론과 인터넷에서는 방화실화로 물타기를 하고 있다. 용의자로 지명된
김씨가 보호소에서 폭행을 당하고 독방에서 인권유린을 당한 이야기는
빼놓고 말이다.
또한, 여수 보호소에서는 그에 대한 기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2.

웹상에 올라오는 글들을 읽다 보면 분통이 터지는 일들이 많다.
몇몇 글들은 '외국인 노동자 = 동남아, 중국인, 범죄자'라는 인종주의적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더욱이 안산에서 일어난 사건때문에 이들의 논제는
그럴듯
해보인다.
물론 불체자에 의한 강간, 살인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외국인
범죄가
모두 불체자, 동남아 출신에 의해 저질러 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형사정
책연구원
에서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체류를 포함해서 국내체류 외국인 범죄
건수는
미국, 독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출신이 중국, 방글라데시, 태국, 필리
핀, 인도
네시아, 네팔보다 압도적으로 많으며, 뒤에 언급된 출신국의 범죄율은 한
국인의 평균 범죄율에도 훨씬 못미친다.

3.
앞의 보고서는 '대부분의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범죄를 발생시
키는 위험
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 주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통계에 따
르면 화이트 칼라와 블루 칼라 중에서, 화이트 칼라 범죄가 더 악질이고,
더 많이 일어난다
고 한다.
그렇다면 '외국인 노동자 = 동남아, 중국인, 범죄자'라는 공식이 어떻게
뿌리박히게 되었을까? 예전에 미국의 경찰수사 프로그램 'cops'에 관한
영화를 본적이 있다. 교외 동네의 백인 부르주아 자식들의 범죄율이 훨
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나오는 것은 수갑에 묶인채 질질 끌려다니
는 할렘가 흑인들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을 비판하는 영화였다.
미디어와 정부는 우리에게 근거도 없는 도덕적 우월감과 인종주의적 시
각을 심어
준다. 그리고 소주 나발을 불다가 식칼을 들고 사람을 찌르는 범죄자 이
미지를 우리에게 심어놓고 있다.

4.
얼마전에 진보넷 블로그에서 채식 논쟁이 있었다. 주위에 채식(주의)자
들도 많이
있고 해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런 글을 보고야 말았다.

'블로거들을 만나기 시작하면서부터 고기집에 대한 혐오감이 들기 시작
했고, 점점 가지 않게 되었다'

도축, 축산자본, 반자본주의, 생태주의, 저항, 자립 등등, 취향인가, 운동
인가 하는 세세한 논쟁에 흥미를 느끼던 찰나
어이없음과 분노의 감정마저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서 비
채식(주의)자들을 마치 네크로필리아로 몰아부치는 모습이라니..


저 문장에서 비위생적인 도축과정과 더러운 축산자본의 첨병인 고기집
이 혐오스럽다는 것인지, 아니면 고기집에서 고기를 먹으러 온 이들이 혐
오스럽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게 있어 '혐오'란 말은 쉽게 쓰여서는 안되는 금기어 중
에 하나이
다. 그것이 설사 자본가를 대상으로 하더라도 말이다.

'동성애혐오', '이주노동자 혐오' 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폭력적인 말인
가. '육식 혐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을때,
그들(부르주아)은 고기를 먹지 않기 시작했다'는 다소 막스적인 얘기를
들었을 때, 사실 나는 너무나 공감이 갔다.

5.
서구 채식(주의)의 시작이 어떻다 이렇고 저렇다 하는 것에 왈가왈부가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또한 우리의 적이 누구인가를 인식하는 것
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저항으로서의 채식(주의)에 공감하고 동의하
는 이들의 실천을 보면서 자극을 받기도 하고 이러저러한 고민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엘리트 의식 혹은 도덕적 우월의식까지 닮고 싶지는 않다.

어느 노동시인의 싯귀처럼 '삼겹살에 소주'를 먹으며 투쟁하는 이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채식(주의)자를 볼 때마다 적의 적도 친구가 될 수 없겠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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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까마귀님의 댓글

까마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썩 좋아하진 않지만, 제 경우엔 친구들이 자주 고깃집 가지도 않고, 가끔 모르는 사람 만나 따라가는 경우도 있는데 자주 버섯을 파는 경우가 있어 생버섯과 고추냉이에 절여진 쌈무를 먹는데 최고입니다. 고기 굽는 냄새 좋아하진 않지만, 가끔 그정도는 이해 해주고 있어요. 그리고, 채식을 엘리트주의라고만 보는건 조금 이해가 안가요. 나물이 주로 나오는 사찰음식도 엘리트주의라고 말해야 하나요? 오히려 서민적인 음식 아닌가요?

nolife님의 댓글

nolife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아. 4, 5 글에서 일부 진보넷 블로거의 육식과 비채식(주의)자들에 대한 태도를 비판하는 것이었지, 채식 자체를 폄하하거나 그런 의도는 없습니다.

ps. 3월 3일 대추리 <평화를 택한 사람들의 두 번째 모임>에 설날에 집에서
가져온 호두랑 볶은 콩이랑 소고기 장조림을 가져갈 예정이예요

까마귀님의 댓글

까마귀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제가 지나치게 민감하게 받아 들였나봐요. 그럼 3월 3일 대추리에서 뵈요!
근데, 그 날 사실은 갑작스러운 일정이 생겨서 갈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 늦은 나이에 학교 입학하게 되서 말이죠. 입학식하더라도 갈 생각인데,
원래는 오전 일찍 자전거로 출발할 계획이었거든요..
그리고, 이번에는 꼭 도시락을 쌀 계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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