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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우린 감방을 탈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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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미친꽃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61.158) 댓글댓글 조회5,508회 작성일2004-05-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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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감방’을 탈출했다”

[한겨레 2004-05-10 18:06]

[한겨레] 외국인 노동자 보호소 집단탈주

직원들 욕설섞인 반말등 비인격적 대우로 모욕감

경비체계도 허술 속수무책

“이 XX들 이번에 잡혀서 다시 들어오기만 하면 거꾸로 매달든지 해야지….” 10일 오전 경기 화성시 마도면 법무부 외국인보호소 정문 앞에서 점퍼를 입은 남자 한명이 굳게 잠겨 있는 문을 열어주는 경비원을 보자마자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난 9일 오후 불법체류를 하다 강제출국을 위해 일시 수용됐던 중국인과 러시아인 등 외국인 23명이 집단 탈주한 이 보호소 주변은 살벌한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지난해 9월27일 강제출국 대기중인 외국인 11명이 창살을 자르고 달아난지 7개월여만에 또다시 집단 탈주사건이 일어나자 보호소쪽은 이날 수용 외국인들에 대한 일체의 면회를 금지하고 외부인들을 철저히 통제한 채 사태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 보호시설인가 감방인가=화성 외국인보호소는 강제출국 대상인 외국인을 임시로 보호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수용된 외국인들은 추방 전까지 적절한 처우 등이 요구되지만 보호소 생활을 했던 외국인들은 ‘감방’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방글라데시인 노동자(36)는 “임금도 못받고 쫓겨가야 한다는 억울함과 불안감에 싸여 있는데, 나이 어린 직원들(공익근무요원)까지 욕설을 섞어가며 반말을 해 모욕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시설은 비교적 깨끗했지만 하루종일 철창에 갇혀 있는 신세였고 상당수 직원들이 교도소 간수처럼 수용자들을 엄하게 다뤄 무섭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몽골 출신 한 노동자(39)는 “운동시간도 부족하고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 감방과 똑같았다”며 “이런저런 질문을 하고 싶어도 일부 근무자와는 전혀 말이 통하지 않자 ‘조용히 하라’며 호통을 치기만 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강제출국을 피해 떼인 임금을 받거나 돈을 더 벌어야 한다는 심경뿐 아니라, 보호소 안에서의 비인격적인 대우와 불안감 때문에 탈주를 꿈꿀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 어설픈 경비망=보호소쪽은 이번 집단탈주 당시 외국인들이 경비원 등을 밀쳐내고 폭행한 뒤, 수용실에 이들을 가두고 담을 넘어 달아났다고 밝히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이런 탈주 방법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화성 외국인보호소의 직원 현황을 찬찬히 뜯어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적정 수용인원이 407명인 보호소에는 법무부 직원 49명과 일용직 11명, 용역경비업체 직원 34명, 공익근무요원 22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하루 20명씩 3교대로 외국인들을 감시하고 감독하는데, 이번 탈주사건 당시 수용 외국인은 모두 208명이었다.

특히 용역경비업체 직원들은 대부분 나이가 50대인데다,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농부 등 주민들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려져 집단행동이 일어나면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이와 관련해 ‘외국인노동자의 집’ 대표 김해성 목사는 “대책없는 강제출국과 인권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외국인들이 탈주를 시도하는 것은 예고된 것”이라며 “보호시설로서의 질적 향상은 물론 전문성을 갖춘 직원들이 배치돼야만 탈주와 검거, 강제출국이라는 악순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9일 달아난 외국인 가운데 4명은 보호소 인근 등지에서 붙잡혀 다시 수용됐으나, 나머지 19명의 행방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화성/글 사진 김기성 기자 rpqkfk@hani.co.kr ⓒ 한겨레(http://www.hani.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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