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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산업연수생제, 현대판 노예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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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비루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0.♡.157.248) 댓글댓글 1건 조회6,249회 작성일2004-04-1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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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연수생제, 현대판 노예제도다”
 
-고려대서 객원연구 영국인 캐빈 그레이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하층계급’으로서의 열악한 지위는 한국사회의 인종적 동질성 추구와 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이들을 ‘노동자’가 아닌 ‘노동력’으로만 보는 한국정부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문제’라는 주장이 외국인 연구자의 논문에서 나왔다. 또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이주노동자 스스로 자기 목소리를 내는 운동의 주체로 나서야 하는 것으로 지적됐다.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객원연구원인 캐빈 그레이(영국 뉴캐슬대 박사과정)는 16일 오후4시 이 연구소에서 열리는 비교민주주의 세미나에서 ‘한국의 하층계급으로서의 이주노동자’라는 논문을 발표한다. 그는 “한국 내 이주노동자들의 하층계급 지위는 그들이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경제와 (한국내에서) 지속되는 국민국가 담론 사이의 모순된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면서, 이를 경제적, 사회·문화적, 정치적 요인 등으로 나눠 살폈다.

우선 경제적 요인을 보면 이주노동자의 ‘존재 논리’ 자체가 그들의 낮은 지위를 규정한다. 한국 경제의 발전과 상대적 풍요로 이른바 3D업종의 노동력이 부족해지자 이주노동자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외국인 차별’이라는 사회·문화적 요인이 더해진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중소기업 부문의 ‘구원자’ 구실을 해왔음에도 공장노동자를 폄하하는 전통적 시각에 더해 ‘아웃사이더’라는 이중의 장벽에 부딪쳐야 한다. 나아가 경제적 불이익 뿐 아니라 ‘인종적 단일주의’에서 비롯한 배타성도 큰 장벽이다.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뿌리깊은 사회적 편견이 외국인 노동력의 고강도 착취 시스템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됐다. 그레이는 “1994년 도입한 3년제 산업연수생 제도는 미숙련 이주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과 4대 사회보험의 적용대상자에서조차 제외하면서 그들의 ‘노동자성(workerness)’을 부인하는 노동력 착취의 수단으로 디자인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행 산업연수생 제도는 이주노동자들을 자유롭고 평등한 노사관계에서 배제하고 사업장 이동의 권리조차 주지 않은 채 속박하는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것이다.

더욱이 한국의 중소기업협회가 독점 지명한 현지 인력송출회사들의 폭리나 고액의 브로커 비용은 국내 장기불법체류자가 늘 수밖에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는 또 “여권 압수, 임금 예탁 강요 및 체불, (노동조건 개선)운동에 대한 삼엄한 감시와 금지 등 노골적인 인권 침해는 단순히 4대 보험 적용이나 노동권 단체행동 등 노동권 행사로 해결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라면서 “한국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사실상 불법체류자들을 묵인하는 것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이어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국내 사회단체들의 관심, 국내외 노동조합 조직들의 지원, ‘노동자성’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과 대안 모색, 이주노동자와 국내 노동운동과의 관계 등을 살핀 뒤, “그들이 단순히 ‘희생자’이자 동정과 보호의 대상자로 그려지는 데서 나아가 자신들의 이해를 직접 대변하는 목소리와 담화를 생산하는 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결론적으로 “그들의 존재 자체가 (한국사회의) 인종단일성 신화에 대한 도전이자 민주주의 개념과 내셔널리즘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그레이는 “신자유주의와 노동운동(조직)과의 관계에 관심을 갖고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사례를 연구했다”면서 “신자유주의를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 이주노동자 문제가 핵심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이주노동자 노조의 의미가 매우 크며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연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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