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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사상초유 LG정유 파업의 요구가 묻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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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1건 조회6,666회 작성일2004-07-22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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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진보누리
글쓴이 : 허영구



사상초유 LG정유 파업의 요구가 묻히고 있다


언론들은 사상초유 LG정유 파업에 대해 6천만원 고임금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치부하고 그들의 요구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 이어 여수화학단지의 유화업체를 중심으로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한 시도, 공장점거, 서울상경, 공권력 투입, 직권중재, 공장가동까진 20일 걸려, 유류.나프타 등 공급 비상 등으로 채워지고 있다. 거기다 지하철 파업으로 노사 또는 노정 대결 국면으로 몰아가면서 LG정유 노동자들의 요구가 묻히고 있다.


민주노총 화학섬유연맹 여수권 공동투쟁본부(여수공투본)소속 6개 노조(엘지정유, 한국석유화학, 한국바스프, 금호 P&B, 한국화인케미컬, 삼남석유화학) 2500여명은 지난 7.14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그들의 요구는 첫째, 주5일째 실시 관련 신규인력 채용으로 일자리 창출과 교대근무 조합원 건강권 보장, 둘째, 비정규직 동일업무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 셋째, 심각한 공해환경 개선을 위한 지역발전기금 출연 등이다.


엘지정유노조는 최종교섭결렬에 따라 7.18 오후 6시부터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우리나라 정유업계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정부는 즉각 직권중재회부와 공권력 투입(7.20 오전 6시)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에 노조원들은 장외분산투쟁과 상경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엘지정유 파업과 지하철 파업에 대해 정부가 악법중의 악법인 직권중재에 회부한 것과 지도부에 대한 검거령을 내린 것을 항의하면서 강력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엘지정유의 파업투쟁이 여수권공동투쟁본부에서 진행되는 공동투쟁이라는 점과 그들의 요구가 여느 제조업 사업장과 또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주5일제 실시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이나 비정규직 차별철폐 및 정규직화는 오늘날 우리나라 노조동조합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항이자 투쟁의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공통의 요구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제조업을 비롯하여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은 이제 업종을 불문하고 광범위하다. 그 중에서도 화학업종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공장 내에서 노동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공장주변의 공해 문제도 심각한 수준에 있다. 이번에 노조가 주장한 5조 3교대를 두고 언론들은 다른 산업에서 3조 2교대를 4조 3교대로 바꾸는 것도 무리한 주장이라고 하는 판에 5조 3교대를 주장하는 것은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비난하였다. 그러나 이미 화학공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4조 3교대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도외시하고 하는 말이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지난번 현대자동차 노조를 비롯하여 자동차 노조가 임.단투를 시작할 때 주장했던 사용자측의 '사회공헌기금'부담과는 또 다른 내용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노조가 요구한 사회공헌기금이 기업의 이익을 비정규직이나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 돌려주거나 사회에 환원하는 문제와는 다른 점이다. 대표적인 공해 산업으로서 엄청난 이윤을 누려온 화학산업자본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해문제에 대해서 무임승차를 해 온 점에 대해 노조가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인 일이다.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이 충돌해 온 점을 해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들의 투쟁을 고임금 노동자 투쟁으로만 몰아가는 것은 아마도 자본이나 권력의 입장에서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엘지정유노조에 따르면 근속 연수 11.7년에 기본근무로만 받은 순수임금(세금 제외)은 2,784만원이다. 물론 장치산업이거나 위험업무종사자에게 지급하는 연장근로수당, 성과급 등의 비고정 급여를 합하면 제조업 노동자 평균임금보다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유해물질과 사고에 노출된 화학사업장의 현실에서는 임금이 아니라 '목숨값'이라 불리는 상황이다. 아래 글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실린 투쟁하는 엘지정유노동자들의 요구 중 5조 3교대에 대한 내용이다.


"여수산업단지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노동자들은 각종 암과 백혈병, 그리고 원인 모를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최근에야 유해물질 조사 등을 통해 그 죽음의 원인이 작업환경에 있음이 하나 둘씩 밝혀지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악취와 두통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환경  속에서 지역의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공단에서 먼 곳으로 이주를 떠나는 지금에도 노동자들은 매일 공장으로 출근해야 한다.
폭발위험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의 특수성을 반영하여 법정근로시간이 주48시간일 때에도 산단 노동자들은 4조3교대 근무를 해 왔다. 실제 LG정유는 공장설립시기인 1968년부터, 나머지 대부분의 석유화학사업장은 80년대 중반부터 실시하고 있다. 최소 20년 전, 길게는 40년 동안 시행되어 오고 있는 제도이다.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나아진 경제력에 걸 맞는 사회 전반의 노동시간 단축 움직임이 일고 있는 지금, 이에 맞추어 석유화학업종 노동자들도 수십 년 간 자제해왔던 최소한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를 내놓았다. 이는 목숨을 담보로 돈을 벌어야 하는, 유해물질이 가득 찬 환경에서 일하는 석유화학 노동자들의 절규에 가까운 호소를 반영한 것이다. 현장 근무인원을 늘이는 것은 임금을 올리는 것과는 다른 성격의 투쟁이며 또한 현 사회적 쟁점인 일자리 창출의 요구에도 부합되고 외국의 사례를 볼 때에도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측은 5조3교대를 시행할 경우 재정부담이 늘어 경영에 어려움이 생긴다는 핑계로 이를 거부하고 있다. 과연 그러한가? LG정유의 경우 매출액 대비 노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1.2%로 전 산업 최저수준이다. 잘 알려진 대로 석유화학 산업은 장치산업으로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대신 수익이 높은 사업이다. 따라서 신규인원 채용으로 사측부담이 늘어 경영이 악화된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과장이다. 5조3교대로 전환한다고 해도 인건비 부담은 여전히 전 산업 최저수준으로 계산될 것이다. 최고 수준의 경영흑자를 내고 있는 석유화학업계의 수익성에 비할 때 타 산업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인상 요구수준을 넘지 않는 여수공투본의 임금요구는 결코 무리한 안이 아니다."


공해를 유발하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자신의 건강을 지켜내기 위해 투쟁할 권리가 있다. 나아가 공장 주변지역에 미치는 심각한 환경오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투쟁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만이 최소한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말할 수 있다. 자본주의사회의 이윤을 위한 개별자본의 생산은 환경파괴를 근본적으로 막아낼 수 없다. 자본의 사회적 통제, 특히 생산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한 문제제기를 통해 이를 제한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냥 말로 듣지 않으면 생산을 멈추는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산개 투쟁중인 엘지정유 노동자들은 그들이 의도하던 않던 간에 노동에 대한 착취를 통해 자본의 이윤축적이 가져올 환경파괴와 전지구적 전쟁을 막아내기 위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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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르쏘띠 comments:
라디오 뉴스에서 이렇게 시작을 하더라.
"37년간 멈춘 적이 없던 LG 칼텍스 공장이 멈췄습니다."
세상에, 37년... 그 37년을 멈추게 한 요구가 과연 뭐였을까? 신규인력 도입과 비정규직 철폐, 환경기금 조성이라 한다. 나는 세상에서 밥그릇 싸움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사람인데(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 이게 왜 밥그릇 싸움이라고 욕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변호사들이 '친일청산' 외치며 파업하거나 농성하는 것도 '밥그릇 싸움, 고소득넘들...' 라고 욕을 먹을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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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시민님의 댓글

시민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실 문제가 많죠 각종 독극물에 장기간 노출되어 암이나 백혈병 환자들이 많이 생기는 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년봉 1억짜리 생산직들이 존재 하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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