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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과 에콜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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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조회3,813회 작성일2004-07-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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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과 에콜로지

  질문  전통적인 노동운동의 논리와 에콜로지의 논리가 조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독일 노동운동의 사례를 근거로 말씀해주십시오.

  작스  독일의 환경운동과 노동운동의 관계를 볼 때 몇 단계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기 단계는 둘이 적대적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환경운동은, 노동운동 쪽에서 볼 때는 산업에 적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단계에는 이 적대적인 관계에서 변화가 일어나는데, 변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두가지 들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노동조합들이 "경제성장이 우리한테 반드시 유리한 것이 아니다" 즉, 경제성장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만이 아니다 하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두번째 이유는 환경정책이라고 하는 것이 일자리를 없애버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중기(中期)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드러났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환경산업이 일관성 있는 에너지 효율적인 정책에 의해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특히 소기업들, 지역에 기반을 둔 기업들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농업에서의 구조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사실은 뭐냐 하면 오염산업, 특히 화학산업 같은 분야에서는 환경운동이 강화될수록 일자리를 없애는 것은 사실이라는 거지요. 그래서 노동조합은 이런 이유 때문에 입장이 좀 왔다갔다 하는 상태인데, 예를 들어 금속노조나 화학노조에서는 환경운동에 대해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반면에 다른 한쪽에서는 새로운 경제발전,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환경운동과 함께 할 수 있다고 보고 상당히 긍정적으로 가는 경향입니다.
 

  질문  독일의 노동운동과 환경운동의 관계, 발전단계에 대해 들으면서, 사실 그 말씀이 실감이 나지는 않습니다. 어제 11월 13일은, 33년 전에 한국의 노동자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너무나도 '상식적인' 요구를 하기 위해서 분신했던 날입니다. 한국의 민중들에게는 매우 기념적인 날인데요. 그런데 33년이 지난 2003년 올해에도 많은 노동자들이 똑같은 방법으로 자기 목숨을 끊으면서 너무나도 상식적이고 기본적인 생존권, 파업권의 보장을 요구해야 하는 것이 한국의 노동현실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한국의 생태주의자들은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즉, 이렇게 죽어가고 희생당하는 노동자들이 종사하는 산업들이 대부분 금속·화학산업 같은 환경파괴적인 산업이란 말이에요. 그렇다면 한국의 생태주의자들은 이런 산업 자체에 대해서 저항하고 반대하면서도 기본적인 생존권, 파업권, 노동권을 지키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권익과 요구를 옹호해야만 하는 딜레마에 처하게 되는 셈이지요. 이런 상황에 대해서 생태주의자들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작스  사실 아주 어려운 문제인데요. 그러나 제가 요즘 독일에서 관찰하고 있는 바는 독일의 금속산업이 지금 새로운 희망을 보고 그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희망이 뭐냐 하면, 풍력발전산업인데요. 지금 풍력발전산업이 가장 중요한 금속산업의 구매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지만 갈등은 엄연히 존재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지금까지 그러한 산업들이 환경파괴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이룩하고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고, 그것이 계속 나아간다면 앞으로도 파괴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꾀하고 일자리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그렇게 가서는 안되는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생태주의자와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해 분명히 비판적인 자세를 가지고 이야기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파괴를 일삼으면서 일자리를 지키려 하고 이득을 얻으려고 해서는 안됩니다.
 

  질문  독일에서는 사회적으로 그런 논리가 받아들여질 수 있었지만, 한국에서는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가 어려운 까닭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작스  제가 물론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대답하기가 조금 어렵기는 합니다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이 '경제성장의 독재'를 극복하느냐 하는 것인데요. 가령 한국이 경제논리 때문에 이라크 침략전쟁에 파병을 해야 한다는 것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논리라면 이것은 분명히 '경제성장의 독재' 하에 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가지 비유를 들어봅시다.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이 만든 피라미드에서는 소년 소녀들이 처형을 당하고 그 피가 신에게 바쳐졌습니다. 그런데 절대로 재미삼아 그들을 죽인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아즈텍 문명의 논리 안에서는 필연이었습니다. 그들은 59년마다 태양과 달의 원운동이 멈춘다고 믿었고, 소년 소녀들이 피를 흘려야 그 운동이 계속된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우리 현대인들도 결코 아즈텍 사람들보다 낫지 않습니다. 우리도 경제성장이라는 피라미드 위에서 우리의 농업, 일자리, 경제, 살 만한 도시를 희생시키고 있습니다. 바로 이 경제성장이라는 피라미드의 논리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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