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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달기자의 농성투쟁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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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닉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조회5,269회 작성일2004-04-10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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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투밥을 마치고 농성투쟁 상황에 대한 여러가지 이바구들이 있었습니다.
아래 기사는 어제 우리의 대화 주제와 무관하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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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에 목매단 한국, 절망에 목매단 이주노동자들 
-150여일 장기 농성투쟁 구속 악화일로, 근본적 해결책 모색해야 

김오달 
 
민주노총 평등노조 이주지부 위원장이자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위한 평등노조 이주지부 명동성당 농성투쟁단'(이하 '농성단') 대표인 샤말 타파 씨가 만우절이었던 지난 4월 1일 새벽 2시 수감 중이던 여수외국인보호소에서 인천으로 이송돼 아침 8시 40분경 홍콩을 경유해 내전 중인 네팔로 강제 송환된, 한마디로 '만우절거짓말'같은 일이 일어났다.

당일 여수에서 샤말 타파 씨의 구명을 위해 조직된 '여수대책위' 측이 '샤말 타파 구명을 위한 일일주점'을 열 예정이어서 여수로 취재를 떠날 예정이었던 기자에게는 너무나 충격적 사건이었으며, 140일 가까이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이주노동자 농성단에게도 향후 전개될 농성투쟁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한국정부의 강제출국 조치에 대해 강력히 비난하는 항의성명을 계속적으로 내고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왜 미등록 이주노동자('불법체류자')들에 대해 이 같은 강제출국 방침을 고수하는 걸까?

 
▲단식투쟁 중인 이주노동자    ©브레이크뉴스 

이에 대해서는 몇 가지 혐의점을 들어 여러 가지의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3개월 여 동안 이 문제에 접근해온 기자가 파악한 바로는 더 이상 해결할 대책을 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 이주노동자문제에 대한 책임회피와 총선을 앞두고 날로 어려워지는 민생문제와 관련해 이주노동자들과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유권자들의 민심에 신경 쓴 민심무마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불법체류'의 책임을 이주노동자들에게 모두 돌리고 더 이상 대한민국 실정법을 어기는 범법행위에 대해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여론도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한다'는 논리로 이주노동자들이 법치국가인 대한민국에 일을 하러 왔으니 법을 어긴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강제추방은 당연한 것이라고 항변한다.

먼저 밝혀보자. 외국인노동자들이 왜 대한민국이라는 타국만리에 와서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간단히 말하면 '돈을 벌기 위해'서다. 자국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한 한국에 와서 자국의 몇 배에 해당하는 임금을 받으며 그렇게 돈을 모아 자국으로 돌아가 조그만 가게라도 열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해 낯설고 힘들지만 힘들게 일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든 일을 하면 그에 상응하는 온당한 수준의 대가를 받아야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땅에 들어와 노동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이 합법적 틀 안에서 한국에 들어와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산업연수생제도'를 통해 연수생으로 들어와 취업을 하는 것뿐이었다.

'산업연수생제도'는 정확히 말해 노동자 신분이 아닌 '일을 배우는 학생'(연수생) 신분으로 들어와 일을 하는 것이다. 받는 임금도 한국인 노동자에 비해 절반 수준 이하라는 점, 직업소개소에 일정 퍼센트의 수수료를 떼인다는 점, 안전사고 등으로 산업재해를 당해도 보험처리 등이 되지 않는 점등은 그동안 많은 기사들에서 다룬 부분이거니와 애시당초 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드는 브로커 비용이 대략 천만원 정도라고 하니 연수생으로 일을 해 돈을 버는 외국인들은 브로커비용으로 진 빚을 갚기에도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렇게 연수생 신분으로 몇 개월 내지 일 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해버린다. 불법체류 신분이 위험하긴 해도 임금만은 그나마 나은 편이고 사업장 이동 등 최소한의 자유마저 허용되지 않는 연수생 신분으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 7월 시행을 예정으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고용허가제'이지만 이마저도 사업장 이동의 자유의 제한적 허용 등 인권침해적 부분이 상당히 들어있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다.

돈을 벌기는 커녕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 처해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3년이 넘도록 일을 했으니 이제 본국으로 돌아가라고 딱 잘라 강제출국 시키는 것은 실효면에서 본다해도 별 효과가 없다는게 이 문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이다. 법무부 강금실 장관마저도 노무현 정권의 이주노동자 관련 정책은 실패했음을 자인할 정도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정부 시책이나 경찰과 법무부의 비인권적 처사에 대해 더 이상 논의해봐야 별 소용도 없음을 인정해야하는 본 기자의 심정은 내가 왜 기자라는 직업을 택했을까라는 회의마저 들게 하기 충분한 것이지만 이쯤에서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한 다른 식의 접근을 해야겠다.

이주노동자는 일종의 장애를 가진 '장애인'이다.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 당하고 소외 당하는 것이 이주노동자들의 처지이다.

장애인만 다니는 특수학교를 통해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친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다가오는 자원활동가들이 많았음을 기억한다. 그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되돌아 보면 정말 장애인 문제에 대해 제대로 된 인식을 가진 사람을 만났던 기억보다 단지 장애인을 '도와줘야 하는 대상'이나 '무조건적인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해 잘못을 범했던 기억이 많다.

마찬가지 지점에서 이주노동자 문제를 대하는 한국인 활동가들의 위치 선정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주노동자들을 '도와야할 대상'이나 '시혜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면 본질적 문제는 파악하지 못한 채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강제추방 반대와 이주노동자 관련법 개정을 외치는 이주노동자들    ©브레이크뉴스

그 적절한 예가 '성공회교회'를 비롯해 각 지역에서 농성 중이던 이주노동자 농성단들이 정부의 기만적인 미봉책에 넘어가 해산된 사건일 것이다. 브레이크뉴스에 실린 기사를 통해 그 부분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던 기자의 입장에서 그 사건은 참으로 안타까운 것이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이야기 하고 싶다.

반면 명동성당에서 150일 가까이 천막농성을 진행중인 '농성단'은 조금은 다른 지점에서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탄핵과 총선 등의 악재로 인해 그나마 간간이 이루어지던 언론보도도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신학기를 맞아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연대단위들도 적어진 상황에다 장기간 계속된 농성으로 인해 농성단 자체 인원도 점점 줄어드는 추세에 있다.

또한 계속되는 집중단속으로 인한 농성원 구속은 농성단의 투쟁의지를 약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으며 장기간에 걸쳐 노숙이나 마찬가지인 천막농성을 진행하면서 건강상태가 악화된 것 또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들은 운영위원회(집행부) 차원의 조직화 작업이 충실하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우려되는 바로 더욱 본질적인 문제가 한국인 활동가들과 이주노동자 대표들로 구성된 집행부 내부에 있다는 것이 본 기자의 판단이다.

내부 사정이기에 자세한 접근은 할 수 없지만 몇몇 부분에서 집행부 내부, 특히 한국인 활동가들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조심스럽지만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문제점으로 지적하고자 하는 부분은 몇 가지 있지만 민감한 사안이기도 한 문제들이어서 한가지만 꼽자면 연대단위들에 대한 관리부족이 그것이다.

관리라고 해서 뭐 그리 대단한 걸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단위에서 이주노동자 투쟁에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연대해나갈 때 그 연대단위들이 계속적으로 합류해 연대의 끈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챙겨주는 일이 그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집회나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당일 일정에 변경이 생길 경우 미리미리 연락을 취해줌으로 헛걸음이나 시간낭비를 하지 않게 해주는 일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주노동자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해나가는 집회나 행사의 진행과정에 있어 어떠한 연대단위들이 결합해 있는지에 대한 확실한 언급을 해주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하겠다. 이는 연대단위들에 대한 예의차원의 문제가 아닌 이주노동자 문제에 얼마나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대외홍보 차원에서 아주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다.

또다시 동지 한 명을 빼앗긴 상황에서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농성투쟁을 전개해나갈지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지만, 애초에 강제연행 되었을 당시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잡히는 일이 없었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들도 있었다는 것을 상기해 집행부 차원에서 좀 더 책임의식을 가지고 투쟁에 임해주기를 기대하는 바이며, 좀 더 넓은 안목으로 중, 장기적 계획을 세워 싸워나가길 부탁하는 바이다.

앞으로도 브레이크뉴스와 본 기자는 변함없이 이주노동쟈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할 것이며, 장기간 힘든 농성을 진행중인 농성단의 노고에 동지로서 감사의 뜻을 전한다.

- 아래는 지난 4월 1일 행해진 '샤말 타파' 씨 강제추방에 대한 진보정당과 사회단체들의 성명서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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