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앓거나 혹은 죽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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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눈부처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3건 조회5,641회 작성일2004-04-0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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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장한 25세의 청년이 감기에 걸렸다. 병원에 갔으나 그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격리된 상태로 9일이 지났다. 결국 그는 죽었다.

# 46세의 김씨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돈도 없이 새벽길을 배회하며 112 / 119 등에 14차례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지만 그는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했고 아침녘 싸늘한 시신이 되었다.

# 어느 병원의 영안실에는 돈벌어 보겠다고 열심히 일하던 한 사내가 시신이 되어 누워있지만 가족도 회사도 그의 시신을 찾아오지 못하고, 안하고 있다. 병원 치료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죽음도 그를 자유롭게 하지는 못한다.

그들은 모두 대/한/민/국 이라는 자본주의 국가에 돈을 벌기위해 온 이주노동자이다.
그들이 처음 집과 가족을 떠나면서 어떤 꿈을 꾸고 왔을까.
한국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
돈을 벌어 집도 사고, 땅도 사고, 아이들 학교에 진학시키고.... 그런 장밋빛 미래를 꿈꾸었을 것이다.
아니.. 어떤 꿈이더라도 적어도 싸늘히 죽어서, 죽어서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그런 꿈은 결코 꾸지 않았을 것이다.

뉴밀레니엄시대.
혈액 한방울로 몸의 건강상태와 질병의 유무를 판단할 수도 있는 최첨단 과학의 시대
감기정도는 약을 먹지 않고 무공해 무농약 무오염된 식생활로 거뜬히 치료할 수 있는 윌빙의 시대

그런 시대에 우린 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으되 결코 함께 살수가 없다.
그들은 노동자이며 그들은 이주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산다는 것은 한달간 잔업에 야근에 특근까지... 그러나 돈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고용주가 쫒아내면 출입국관리소의 불법체류자사냥에 걸려 강제출국을 당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 기다리기에 말한마디, 숨소리조차 내서는 안되는 것이다.
한국인이 이유도 없이 멸시와 욕설을 퍼부어도 그와 싸우게 된다면 그나마의 일자리에서도 그리고 자신이 거주하는 동네에서도 지낼 수 없게되므로 그는 조용히 굴욕을 참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무리 아파도 그들을 불법체류자이므로 의료보험의 혜택을 누릴 수도 없고 병원에 찾는다 하더라도 전염병자 취급을 받으며 치료를 거부당하거나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이나 사먹다가 낫거나 혹은 죽어야 한다.

5년새 1059명의 이주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사망의 원인은 장염, 폐렴, 감기의 합병증이다.

앓거나 혹은 죽거나
참거나 혹은 쫒겨나거나

그들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30여년전 전태일 열사는 ‘노동자도 사람이다’ 라고 외치며 몸을 불살랐다.
30여년이 훌쩍지난 오늘도 /노동자도, 이주노동자도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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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재옥님의 댓글

최재옥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 사람 중에도 외국(주로 중국)가서 위에 있는 상황과 비슷한 경우가 많던데...정말이지...교과서와 현실은 너무 차이가 나는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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