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re] '외국인 노동자 대책 시민연대 '라는 곳...

페이지 정보

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2건 조회6,571회 작성일2004-07-13 21:08

본문

lovemind님, 일단 그곳은... 지지모임 성원들도 모두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곳입니다. 개중 저는 좀더 자주 모니터링을 했던 곳이고, 그 사이트에서 '걸레' 운운했던 쪽글을 여기에 올렸던 것은 말그대로 '갈무리' 차원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그곳에서 '일관성있고 최소한의 논리를 갖춘' 글을 쓰는 사람은 몇 안 됩니다. 대부분은 대단히 감정적인 적대감에 논리적 언어 몇 개를 섞어쓰는 식입니다.


제가 주목한 것은, 소위 좌파네 과거 운동했네 하는 사람들이 '자국민 먼저'를 외치는 그 메커니즘이 재미있어서였고, 또 하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주노동자들과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사람들이 가진 분노와 절박감 등입니다. 저 자신을 포함해 소위 사회적 약자라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 중,  또 한편으로 다른 약자와 연대를 모색하는 한편, 다른 (만만한) 약자를 자기 발밑에 두고 그들을 탄압함으로써, 자신이 완전히 밑바닥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저한텐 주목점이랄까요. 그리고 그 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나는 그야말로 밑바닥 약자'라는 자기최면이 필요합니다. 굉장한 아이러니와 딜레마이죠. 문제는 이것이 그 사람들만의 현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여성의 포지션이 희생자, 약자, 보호받아야 할 그룹 등으로만 고려되는 것에 어느 순간 짜증이 나면서 내가 느껴야 했던 딜레마나 아이러니도, 저것들과 조금 비슷합니다. 김기덕 감독을 생리적으로, 본능적으로 싫어해 경멸해 마지않는 관객들고 달리 제가 김기덕 감독에게 일말의 '이해'를 하고 있는 지점도 바로 그런 지점이죠. 거대한 폭력/탄압의 먹이사슬에서 어떻게든 '나는 최하위 밑바닥은 아니다'라고 확인받고 싶어하는 그 심정, 그래서 자신의 분노와 절박감을 해소할 대상으로 자신보다 더 약자의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을 선택하는 아이러니. 이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또다시, 나의 약자로서의 포지션을 강조하는 화술. 거기에 얼뜨기 좌파들이 놀아나는데, 이 얼뜨기 좌파들의 특징은, 자신을 그 약자의 포지션에서 분리해 심리적이든 물리적이든 거리를 둔다는 것이죠. 대상화한다는 겁니다.


감정적 적대감 그 자체를, '비극적'이라고 포기할 수만은 없다는 게 솔직한 제 심정이에요. 어떤 프랑스 영화에서, 알제리에서 건너온 이주노동자를 총으로 살해한 프랑스 하층민 노동자의 예 - 그는 계속되는 실업으로 마누라와 딸래미를 두들겨패다가, 국민전선 당원들과 어울리게 됩니다 - 를 보면서 눈물을 펑펑 쏟은 적이 있습니다.


설득은 우리 몫이 아닙니다. 다만, 이 현실의 근본적 원인이, 적대감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의 근본적이고 정확한 원리가 무엇인지, 지금의 분노와 절박감의 파생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것을 그 사이트에서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선택은 lovemind님의 몫.


아웅 난 이제 정말로 퇴근해야지...


ps. lovemind님이 정리한 의견 중 두번째가 바로, 제가 진단하며 위에서 늘어놓은 그런 심리의 메커니즘에 대한 '변명' 논리가 되겠죠.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lovemind님의 댓글

lovemind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좋은 말씀이군요.. 바쁘실터인데~ ^^
그리고 제 글에 달린 님의 쪽글도 뒤늦게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쇼르쏘띠님의 댓글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기체류로 인해 돈을 많이 번, 님 말대로 하면 '초기자본'을 획득해간 사람의 숫자는 사실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논리적으로 따져보죠. 님들의 주장대로 하면, 한국에서 노동을 한 이주노동자들은 다들 유령인간입니다. 잠 안 자도 되고, 안 먹어도 되고 안 입어도 되는. ...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써야만 하는 최소한의 돈이 있고, 그 돈은 그들의 본국이 아니라 '한국'에서 쓰입니다. 한 달에 백만원을 번다 했을 때 과연 자신의 본국으로 송금할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될까요? 게다가 님들은, 어떨 땐 한국에 오는 이주노동자들이 본국에서 엘리트에 중산층에 화이트컬러뿐이라고 주장하다가 어떨 땐 본국에서 더럽게 가난하고 생존본능만 발달해서 눈치는 총알같이 빠르고 배운 것은 없이 무식한 사람들뿐이라고 주장합니다. 일관성이 없어요 도대체.
제가 관찰한 바로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는 겁니다. 물론 개중엔 고국에서 꽤 고위층의 먼 친척이란 사람도 있더군요. 한국에서 부잣집 아들 미국으로 보내듯이 그렇게 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자신들의 본국으로 돈 안 부칩니다. 한국에서 번 돈 오롯이 한국에서 씁니다. (한국에서 돈 벌어 조금도 기여 없이 외화유출하는 놈들뿐이라는 주장은 그래서 거짓.) 그러나 거리에 나앉은 가족들을 위해 마지막 방법으로 빚을 내서 온 사람들도 무지하게 많지요. '산업연수생'으로 합법적으로 한국에 온다 하더라도 거액의 커미션을 브로커에게 건네야 합니다. 이 브로커들은, 중기청과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이죠. (님네 사이트에 중기청 회원들 무지하게 많죠?) 이 돈을 갚기 위해 온갖 험한 노동을 하고 돈을 부치는데, 이 사람들은 님들 주장대로 '귀족 노동자'가 될래야 될 수가 없는 사람들이에요. (외국인노동자들은 모두 귀족노동자라는 님들의 주장은 여기서도 거짓.)
악착같이 고국으로 돈 보내는 사람들도, 돈은 한국에서 벌고 의식주는 본국에서 해결하는 분신술 전문가들이 아닙니다. 노동을 하려면 분신술사나 초능력자가 아닌 이상 거주를 해야겠죠? 그럼 당연히 의식주를 해결해야 하며, 과외의 용돈을 비롯해 각종 병원비 등을 해결해야 합니다. 아시다시피 의료보험이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감기에 걸려 병원엘 가도 몇 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간단한 맹장수술에도 몇백만원이 깨지죠. 자, 과연 이런 상황에서 님은 몇 푼이나 모을 수있는데요? 부모님 집에서 기거하고 있고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있으며 수퍼짠순이라 할 만한 저도 한 달 생활비가 꽤 들던데...
'아메리칸 드림' 잘 아실 겁니다. 부시마저도 선심공약으로 올해 대규모 합법화를 약속하는 그 미국으로, 지난 30년간 아메리칸 드림을 좇아 건너간 한국사람들 중, 과연 몇 퍼센트나 목돈을 벌어 왔던가요? 왜 아메리칸 드림의 허위를 비판하는 영화와 책은 그리도 많이 나올까요?
님네 사이트에 lovemind님이 잇솔의 이야기를 올리자, '그건 소수의 특별한 경우'라고 반응들 하셨죠. 글쎄요, 제가 알기로는 잇솔은 그나마 상황이 낫다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적어도 일하다 손가락 잘리고 팔 잘리고 하진 않았으니까요. 명동성당에서 현재 농성하는 동지들만 봐도, 손가락이 하나 없는 사람이 꽤 됩니다. 잘렸다가 가까스로 이어붙였던 사람도... 그 산재처리는 회사에서 전액 부담을 받을 때도 있지만 못 받을 때가 훨 많죠. 그럼 그 치료비는... 하늘에서 그냥 뚝 떨어지지 않은 이상 이주노동자들의 주머니에서 나갑니다.
벌만큼 벌어놓고도 돈에 대한 탐욕 때문에 장기체류를 하는 경우가 과연... 몇 명이나 될지. 아, 게다가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인 고용주나 동료들에 의한 성폭력 경험과, 심지어 남성 이주노동자들과 똑같은 노동환경에 더 적은 보수를 받는 경험이 아주 일반적이더군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