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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명동 성당 이주 노동자 집회를 다녀 오고서/배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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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vngnc1224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6,554회 작성일2004-03-22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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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연수원에 계신 배정학님이 진보누리에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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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내고 가고 싶었습니다. 늘 마음 속에 짐처럼 풀지 못한 숙제처럼 남기지 싫어 갔습니다. 명동 성당에서 오늘로 128일째 농성하는 이주 노동자분들을 위해 내가 할일이 뭐 없는가 하고 힘차게 발걸음을 명동성당으로 옮겼습니다. 그런데 그 힘찬 발걸음과는 달리 제가 그 분들에게 특별히 뽐나게 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저 말 한마디 건네 보고 며칠째 농성 중인가 몇명이서 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싸움을 하고 있는지 용기를 내서 명동 성당 계단 안으로 앉아 계신 방글라데시 노동자 한 분에게 물어 봤습니다.

그것만이라도 그것만 해도 내가 이주 노동자들에게 같은 편임을 확인받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래야 이 말도 안되는 대한민국에서 사는 국민으로 가지는 부담감을 떨쳐 버릴 수가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너무 몰랐습니다. 이주 노동자분들이 무엇을 가장 겁내고 무엇을 가장 원하든지 모른채 순진하게 내 작은 공명심 하나 채울려고 그 분들에게 이것저것 물어 본다는게 그분들에게는 그리 편한 것이 아닌 것을 정말 몰랐습니다.

조금 술 취하신 한 분의 이주 노동자 분에게 처음 보는 사람이라 "당신, 프락치 아니냐. 당장 여기서 나가라"는 소리를 들을 때 어떻게 할지 몰라 쩔쩔맸지만 전후 사정을 다른 이주 노동자분들에게 듣고 나서 그분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이주 노동자를 위한다고 찾아 와서는 정보를 캐내고 그것도 모자라 정당히 구슬려 나중에 체포 해 자국으로 강제 춝구 당한 여러 이주 노동자들의 사례를 겪은 상태라 함부로 처음보는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기분이 그렇더군요. 누가 이들을 이토록 절망과 인간관계에 대한 의구심 마저 먼저 들게 만들었는가 생각이 미쳤을 때 이 대한민국 이라는 사회가 얼마나 야만적인 사회인가를 뼈저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장기간의 농성으로 지친 심신의 피로가 마음의 상처가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명동성당엔느 80명의 이주 노동자가 숙식을 해결하며 농성 중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철없이 물어 봤습니다. "너무 힘들지 않느냐.농성이 요즘의 정국에서는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지 않느냐" 대답은 그러 했습니다. " 우리 여기서 나가면 그대로 강제 추방 당하고 그동안 열심히 싸워 온 우리의 투쟁의 결과물은 다 날라 가버린다" 그 말에 솔직히 아무런 할 말도 없었습니다. 농성을 풀고 싶어도 풀지 못하고 자신들이 완전히 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건 자신들의 패배를 뜻하는 것이라고" 그 말에 그냥 찌그러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헌신적으로 일한 분들이 대부분 여성 활동가들이었다는 것이 그리 여기 명동 성당에서는 낫설지 않았습니다.
저번에 연수원에서 계신 최정규 선생님이 부산 이주 노동자 인권 센터에서 이주 노동자 문제에 대해 강연을 하실때도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이주 노동자 지원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여성 활동가들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무척 당혹스럽고 충격적이었습니다.

그건, 아직 이주 노동자 영역이 여전히 남성 중심의 사고를 지양하는 한국 사회에서 다소 권력 지향적인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그리 빛을 못보는 말그대로의 소수자 운동일 수 밖에 없음을 반증하는 것임을 절감 했기 때문 입니다.

부산 지역 어느 여성 상근자 분의 푸념대로 " 남성들은 이주 노동자 문제에 있어 그리 빛 볼 문제가 아니고 다분히 권력 지향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주 노동자 문제에 있어 소홀하게 대한다는 것을 현장의 활동을 통해 뼈저리게 절감했다"는 말은 듣는 것만으로 굉장히 충격적인 자기 고백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랬습니다. 이주 노동자 인권에 대해  정말 헌신적으로 일하는 것은 대다수가 여성들이었다는 것은 현상적으로 보더라도 분명 아직 우리 진보라는영역에서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는 남성 중심의 사고가 여전히 편재되어 있다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을 수긍할 수 밖에 없기 때문 입니다.

사실 그늘진 곳에서 빛이 나지 않는 일을 하기에 많이 지치고 낙담의 상황에 많이 몰리는 이주 노동자 지원을 위한 여성 상근자들의 고충을 심심치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명동 성당에서 많은 이주 노동자들에 노바리님이 여왕으로 불리는 것은 단적으로 이주 노동자 문제에 있어 극한 성불균형의 문제 또한 지적 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인 것은 분명 합니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이나 그들의 합법적인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현장에서 헌싴적으로 뛰는 여성 활동가가 아니라 민주 노동당이 전적으로 적극적으로 도맡아서 함에도 그러지 못한 현실이 조금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쩌면 이주 노동자의 문제는 우리 사회가 가진 진보의 리트머스 시험지가 아닌가 생각 합니다. 이주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고 그들의 진정한 노동 3권을 보장하는 운동이 여성이나 관심있는 활동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에 진보적인 성향을 띈 모두의 책무이자 의무라고 생각하기 때문 입니다.

128일째라는 명동 성당의 농성으로 이주 노동자들도 그들을 지원하는 여성 활동가들도 심신이 자꾸만 지쳐 갑니다. 지금이라도 그들을 위해 민주 노동당이 진보 세력이라고 자처하는남성들이 무엇을 해야 하고 힘을 보태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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