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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왜 이주노동자라고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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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닉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조회1,831회 작성일2004-06-26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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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퍼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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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주 노동자라고 하나요?"
'이주 노동자'를 둘러싼 대양한 해석
 고기복(princeko) 기자   
 
"왜 굳이 이주노동자라고 하나요?"
"네?"
"이주(migrant)라는 단어는 생물학적 단어가 아닌가요?

대학원 졸업에 앞서 논문을 쓰기 위해 마련되었던 첫 만남에서 다소 공격적인 지도교수님의 질문은 순간 저를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곧 그동안 정리했던 생각들을 쏟아 냈습니다.

"맞습니다. migrant(이주)라는 말이 생물학적 용어로, 이식, 회유 등의 뜻으로 쓰이는 것은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국제협약에 외국인노동자를 '이주노동자'로 규정하고 있어서 그 단어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아마 외국인노동자들에게 있어 '이주'라는 것이 단순히 더 나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한 수단이기 이전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도 같기 때문에 국제협약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해 선방했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는 저에게, 교수님은 '현실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그 용어에 대해 어느 만큼 납득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세세하게 논문 제안서를 살펴 주셨습니다.

당시 지도교수님의 권면의 말씀은 논문을 쓰던 당시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이 땅에서 외국인이주노동자라는 말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질문을 수도 없이 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저를 당황하게 했던 그 첫 질문은 지금도 종종 듣는 질문입니다. 그 중에는 질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항의 혹은 면박이라고 봐야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천차만별인 '용어'

'외국인이주노동자' 관련 용어는 천차만별입니다. 왜냐하면 외국인이주노동자에 대한 명칭은 관련기관, 법률적 구분, 신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외국인이주노동자는 그 성격 만큼이나 다양한 호칭을 갖고 있고, 그 호칭은 그들을 부르는 자가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디에 속했는지를 설명해 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용어에 대한 혼선은 같은 사람, 혹은 같은 단체에 속한 사람들까지 '외국인' 혹은 '이주'라는 단어를 상황에 따라 달리 쓰게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용어에 대한 혼선은 국가기관 내에서도 발견됩니다. 2002년말에 국가인권위에서 발간한 '국내거주 외국인노동자 인권실태 조사'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 책자에는 국내 자료를 인용할 때와 국제협약을 인용할 때 '외국인'과 '이주'라는 용어를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융통성을 발휘했습니다.

한편 국제 노동기관의 테두리 속에서 형성된 관련 합의문서와 국제연합(UN)은 통상적으로 '이주노동자(Migrant Workers)'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1990년 12월 18일 국제연합(UN) 제69차 본회의의 '모든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조약(이하 이주노동자조약)'에 의하면, '이주 노동자'란 그 사람이 국적을 갖지 않은 나라에서 유급 활동에 종사할 예정이거나 또는 이에 종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 행동강령(성명서)은 외국인 노동자를 '미정착 백성'(unrooted people)이라는 틀에서 난민, 이민자 등과 같은 범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이주노동자라는 개념을 드러내는 나그네와 우거한 자(역대상29:15), 이방인 등의 용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60~70년대 약 2만명의 광부와 간호사를 우리나라로부터 받았던 독일의 경우는 '가이스트아르바이트(초빙 혹은 손님 노동자, guest workers)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독일은 부족한 인력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위해, 독일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외에서 온 노동자들을 챙겨주는 일들을 하다보니, 그런 용어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것 같습니다.

아직 논의가 활발하진 않지만, 외국인이주노동자라는 개념을 좀 더 유연하게 사용하려는 경향들도 있습니다. 가령, '타문화 노동자(cross-cultural workers)'라는 용어를 들 수 있습니다. 단순히 노동의 차원을 넘어서, 우리의 문화적 영역을 넓혀줄 수 있고 이웃해서 교류가 가능한 사람들로 이해하자는 것입니다.

이처럼 외국인 노동자, 이주 노동자, 미정착 백성 등 입장에 따라서 용어를 선별해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양해야 할 용어는 단순히 '외국인 노동자'라고 부를 때입니다. 국제노동기구 ILO와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제5조)은 국적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데, '외국인'이라는 용어는 '내국인'과 비교했을 때 차별적인 용어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흔히 불법체류자라고 하는 미등록노동자들은 국내에서 일할 때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실정법상인 출입국관계법을 위반한 사람이라도, 개별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침해해도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해외에서 인력을 받아 들였던 역사가 짧아서 근래 사회적으로 그와 관련한 많은 이슈들이 등장합니다. 이제 우리 시민사회도 그런 문제들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중 관련 용어를 이해하는 것은 사회적 합의를 위한 작지만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2004/06/25 오전 10:49
ⓒ 2004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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