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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6일 명동 들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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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엄지탱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5건 조회7,434회 작성일2004-06-17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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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탱은 전날의 회의 미참석이 마음에 아주 걸렸던 관계로 저녁 식사 시간에 딱 맞추어 명동 농성장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이주 동지들은 보이지 않고 건설 노조 분들만이 모여 앉아 수요집회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주방 앞에서 만난 알*씨, * 씨(이름이 한 글자인 관계로..ㅡ,.ㅡa) 등에게 이주 동지들이 여의도의 택시노조 파업에 연대하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빨리 돌아와서 같이 밥 먹었으면  하는 생각에 주린 배를 움켜쥐고 들머리에 앉았을 무렵...
멀리서 면도칼 씹는 여고생 머리를 핀으로 가린 유마힐님이 꼭 일본인 관광객이 농성장 처음 봤을 때 짓는 것과 흡사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올라오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잠시 반가운 척 인사를 나눈 우리는 "왜 내 리플 씹느냐?" "당신은 불평불만분자이다" 등 서로 살기애매한 태도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 때, 아래에서 "이주 노동자가 경찰에 잡혀간다"란 소리와 동시에 건설노조 동지들이 뛰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즉시 뒤따라서 뛰어갔습니다
99년에 집회 나갔을 때 전경이 갑자기 뒤에서 쳐서 어느새 본대는 다 사라지고 사수대만 남아 옆골목으로 죽어라 뛰어서 담넘어 도망가던 때 이후로 그렇게 전력질주를 해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향한 방향은 상황이 발생한 반대방향이었습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보았지만 어떤 이상한 징후도 보이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요
이리저리 헤메던 중 같이 다니던 건설동지가 전화를 받고 잡혀갈 뻔 했던 이주 노동자가 명동 성당으로 돌아왔다고 했습니다
돌아가서 확인해보니 마* 씨가 진 빠진 표정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마*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주위에 있었지만 그의 놀라고 참담한 표정은 참...


사실 어제의 분위기는 참 심각하기도 하고 화나기도 했습니다
더 기막힌 건 건설노조 집회 하는 도중에 마*을 연행하려 했던 출입국 관리소 직원 중 하나가 성당 입구 아래쪽을 버젓이 지나가면서 우리의 동태를 살폈다는 것입니다(나중에 숲속 홍길동님의 비디오로 확인)
부깽님이 종종 스케치하기로 한 것을 안 하셔서 오늘 제가 한번 해볼까 했는데 닝기리 쌍쌍바같은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과 아까의 상황이 자꾸 떠올라서 그만 적으렵니다


그럼, 좀 이따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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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미친꽃님의 댓글

미친꽃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런.... 그날 저는 낮에 농성장에 갔었습니다. 5시 30분쯤 일이 있어서 농성장을 나와 을지로3가역으로 들어갔는데, 경찰옷입은 애들 3명이 지나가길래 혹시 저녀석들 혹시 이상한 짓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들이 그런 것은 아니었겠지만 그 불안한 예감이 현실이 나타났을 줄이야...

매닉님의 댓글

매닉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조심조심 불조심. 꺼진 불도 다시보자. 조심조심 출입국. 꺼진 출입국도 다시보자
근데 잡아가려던 사람들이 갱찰입니까 출입국입니까? 궁금...

마힐님의 댓글

마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미친꽃/ 아잉~,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지?
엄지탱/ 음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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