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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과 이주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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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1건 조회6,047회 작성일2004-06-1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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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노동당 게시판에서는 민노당을 지지하는 성적소수자들의 모임인 '붉은이반' 중 한 멤버가 강제 아웃팅을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내 당직선거 후보에 나선 이들에게 붉은이반은 설문지를 돌렸고, 그 중 "동성애라는 현상은 자본주의 하에서의 파행적 현상"이라고 답한 한 후보 및 그를 지지하는 이들과 붉은이반 사이에서는 대단위 논쟁이 벌어졌다. 당내 성적소수자들을 모욕하고도 가타부타 사과도 반성도 하지 않는 이들에게 붉은이반은 낙선운동과 당사 앞 항의시위를 벌여온 참이었다.

붉은이반 멤버로 이러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토론을 열심히 해오던 한 분에 대해, 당게시판에서 이 분의 사진을 붙인 협박글이 올라왔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분은 이전에 이미 세 차례에 걸쳐 협박메일을 받아왔음이 밝혀졌다. (그 협박메일은 이 분의 부모의 직업, 사는 곳의 정확한 주소, 직업 등을 담고 있었고, 이 분의 어머님을 걸고 넘어지며 온갖 더러운 말의 모욕과 함게 협박을 일삼았다. 사진을 붙인 협박글은 당게시판뿐 아니라 그 분이 근무하고 있던 구청의 게시판에도 올랐다고 한다.)


'노동자 만세'를 외치며 이주노동자도 아니고 '외국인노동자 다 나가라'는 외침이 공개적으로 나올 때부터, 사회적 약자 중 한 집단인 이반에게 이러한 공공연한 적대가 곧 가시화될 것임은 누구나 예측가능했던 일이다. 아니, 이것은 페미니스트들을 모두 유림이라, 부르주아라 싸잡으며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매도할 때부터도 예견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눈앞에 사건이 벌어졌을 때, 아무리 예측가능한 것이었던들 충격이지 않을 수 없다.


끝없이 우리와 너희를 가르고 너희를 적으로 돌리는 문법은 차별을 미화화하고 탄압을 정당화한다. 오늘날 여성노동자들이 처한 상태나, 이반들이 처한 상태나, 이주노동자들이 처한 상태는 결코 다르지 않다. 그리고 이 셋은 완벽한 다른 집단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당 부분의 교집합도 이루고 있다.

교집합이 아닌 여집합에 속한 사람들 중, 처한 상태가 별다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집합을 적대하는 현상은 왕왕 발견된다. 교집합들의 연결고리들을 만들어내고 여집합들 간의 동등한 연대를 이루어내는 것, 그리하여 힘을 합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매번 우리가 부닥치는 문제는 여전히, '어떻게?'이다. '연대', 말은 좋은데, 이건 어찌나 어려운지. 아니, 우리는 과연 이것을 위해 노력이란 것을, 탐색이란 것을 충분히 하고 있긴 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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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마힐님의 댓글

마힐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쇼르쑈띠님이 생각하시는 교집합이 뭔지 궁금하네요. 그게 바로 연대의 지점이겠지만, 그게 뭔지 아직 모르는 저로서는, 그 지점이 ['주류로부터 받은 상처'를 공유한 자들]과 같은 식의 수동적인 정체성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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