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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누리 펌] (영화) <송환>을 보다가 잠시 샛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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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5,201회 작성일2004-05-2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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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향 장기수 선생님들의 송환에 있어, 일부는 '미전향' 장기수라는 용어를 고집했고, '상호주의'를 들어 송환을 반대했다. '미전향'은, '전향을 아직 안 했다'는 뜻으로, '전향을 해야 한다'는 가치를 전제한다. 반면 '비전향'은 가치충립적 단어이다. 혹은 전향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국가의 강제가 아닌 스스로의 자발적 선택에 따라야 한다는 가치를 전제하고 있다. '상호주의'는, 북한도 안 하는데 왜 남한만 하느냐 이거다. 좀 더 심하게 '왜 남한만 인도주의하냐?'는 것.


이 부분은 나에게 있어 역시나, 이주노동자 운동이 처한 반대와 제지의 목소리와 겹쳐진다. 이주노동자가 아닌 '외국인 노동자',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아닌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를 고집하는 이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게 '상호주의'다. 그 나라에서 한국인들의 불법체류에 대해 엄격하게 굴고 있는데 왜 한국만 인도주의를 하고, 왜 한국만 인권 보장을 하며, 왜 한국만 합법화를 해야 하냐는 것이다.


가장 단순한 답으로, 나는 모든 제도와 법 위에 '사람'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물론 이것이 '논리적이고 실용적인 답'을 원하는 그대들에게 콧방귀나 뀌게 할 답임은 알고 있다. 왜 전쟁과 파병을 반대하는가?에 무엇보다도 '사람이 죽으니까'로 대답하면 비아냥이 쏟아지는 것과 비슷하다. 솔직히 나는, '사람이 죽으니까'라는 대답만큼 가장 본질적이고 중요한 이유가 어디 있나 싶은데, 어느새 이 대답은 순진하고 낭만적이며 세상물정 모르는 멍청한 이유 취급을 받고 있다. 물론 복잡다단한 이 21세기에서 복잡다단한 현실적 부분들을 두루 살피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국익이 사람의 목숨을 압도할 순 없다. 이것은 제도와 법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람의 목숨이란 인종과 민족, 국적을 넘어 동등한 존중을 받아야 한다. 계급과 성별을 넘어서와 마찬가지로.


나는 당신들에게 '순수한 의미로' 묻고 싶다. 그대들은 비전향 장기수 선생들의 송환에 반대했는가? 찬성했는가?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일관된 논리 하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당신의 견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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