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르쏘띠] 소하나의 생일, 그리고 마문, 마숨, 까지만 돌아오다 > 자유게시판

29일간의 단식(샤말타파 동지는 31일)을 풀고, 모처에 요양을 갔던 명동성당 단식단 동지들이 돌아왔습니다. 마문, 마숨, 까지만, 라디카 동지 중 극히 몸상태가 안 좋은 라디카 동지는 좀더 요양을 하기로 하고, 나머지 세 명만 돌아왔어요. 명동성당 도착해서 모임 친구들한테 가서 이야기를 하는데 누군가 '노바리 동지!' 하고 부르는 겁니다. 돌아보았더니, 단식기간 동안 거의 10kg가 빠져 아주 호리호리한 몸이 돼버린 마숨 동지였어요. 너무나 반가워서 곧장 마숨바이!를 외치며 다다다다 달려가 뜨거운 포옹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네 동지가 없던 기간은 불과 3, 4일인데, 왜그리 천막 안이 썰렁했던지... 너무너무 보고 싶었다고 하자, 마숨바이도 우리들이 너무 보고 싶었대요. 거침없는 저의 애정표현에 마숨바이 연모하는 모임의 다른 분들'은 질투의 눈길만 파라라락~ 음화화홧~ (그러게 애정은 표현이여~)

마문바이도 보기 위해 1조 텐트에 들어갔습니다. 막 텐트미팅이 끝났더군요. 어제부터 죽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단식할 땐 별 생각이 없었는데 미음을 먹기 시작하자 엄청난 허기를 느낀다고, 그리고 몸이 더 힘들다고 해요. 미음도 조금씩만 먹고, 어제부터 시작한 죽도 아주 조금씩만 먹는다고요. 그리고 농성단 동지들 모두들 매일 아침마다 운동을 하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마문바이는 닭갈비를 그렇게 좋아한대요. 그래서 걱정없이 이것저것 먹을 수 있게 되면 매일 닭갈비 파티를 열자고 약속을 했습니다.

까지만 동지에게도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3, 4조 텐트 합동미팅이 어찌나 늦게 끝나던지... 심지어 소하나 생일파티를 하려고 하는데에도 끝나질 않았습니다.

네, 어제는 소하나 동지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난히 과일을 좋아하는 소하나 언니를 위해 케익과 과일을 사들고 가 축하를 해주었답니다. 케익은 비루님이, 과일은 마님이 사오고, 저는 소하나를 위해 예쁜 악세사리를 사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안 맞아 사진 못했어요. 여전히 텐트미팅 중이던 3,4조 텐트에 가서 라주 동지에게 '소하나 생일파티 할 거에요'라고 얘기한 다음, 성당 계단에 판 깔고 분위기를 돋구었습니다. 곧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는 가운데 파티의 주인공 소하나 언니가 촛불을 껐습니다. 장난기 많은 네팔 동지들이 소하나 얼굴에 생크림을 가득 묻혔어요. 민수동지는 샴페인을 잔뜩 흔들어 소하나를 향해 거품을 발사하구요. ^^ 케익을 자르고, 함께 나눠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농성단에 합류해 카메라로 기록하는 팀들도 저마다 카메라를 켜고 장면을 촬영했어요.

마숨동지는 케익 한 조각을 잘라 소하나에게 한입 베어먹게 한 뒤, 나머지 조각을 들고 도망쳐 버렸습니다. '이거 내가 먹을 거야~' 저와 마님은 '안 돼욧~ 생크림은 소화도 안 돼서 몸에 안 좋단 말얏~' 하고 쫓아갔는데, '괜차나 괜차나 조금만 조금만~'을 하며 이미 케익 한 입을 베어먹는 것이었어요. (키 크고 다리가 긴 마숨바이를 땅콩만한 제가 따라가긴 역부족.) 아누아르 동지도 옆에서 '먹으면 안 돼!' 이러시는데, 마숨바이는 '생크림이라 괜차나~ 많이 안 먹을 거야' 하면서 크림을 맛보았습니다. 마숨바이가 피자를 그리 좋아한다고 하는데, 2주 후에는 함께 피자를 먹을 수 있을까요. (... 그래도 한 달은 기다려야겠죠.)

하여간 생일파티는 그렇게 끝났습니다. 소하나 언니의 활짝 웃는 얼굴이 참 좋았습니다. 별로 안 좋던 기분, 그리고 무겁고 걱정되던 마음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어요.

반전집회를 하고, 단식동지들이 다시 돌아오고, 농성단은 다시 활기를 조금이나마 되찾은 듯 합니다. 마문바이와 마숨바이를 며칠간 보지 못해서 영 허전했는데, 돌아와서 너무 기뻐요. 이제 음식을 먹기 시작하면서 기력을 회복하면, 마숨바이 특유의 그 엄청난 재치와 익살과 유머도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22 농성장 방문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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