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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끔찍투성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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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젤리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595회 작성일2009-12-1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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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야 너무 끔찍한 글이라 읽는 내내 불쾌했네요.

아무튼 님이 퍼오신 글은
"이주노동자들은 불쌍하기는 커녕, 자해공갈과 성폭력을 일삼는 무뢰배들이다"
정도로 한 줄 요약이 되는군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네요.

이주노동자들은 불쌍하지 않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불쌍하다고 대상화시키는 것은 자신이 가진 계층적 혹은 계급적 우월함을 온정주의로 가장한 것에 다르지 않습니다.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이주노동자들을 전락시킴으로써 얻고자하는 효과는 자신의 노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스스로 싸우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을 무력화하고 이 체제와 이 체제의 이데올로기에 복무하는 사람들의 도덕적 권위를 세우기 위한 것이죠.
이주노동자들이 불쌍한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들에게 노동권을 물론 인권조차 허용하지 않은채 마구잡이로 착취하고 마구잡이로 사냥하듯이 잡아가는 이 체제가 끔찍한 것입니다. 반면 자신들의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힘든 상황에서도 싸우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면 인생 정말 너무하지만 그래서 더욱 멋지고 멋지고 멋질 따름입니다. 불쌍하다뇨. 누가 누구를 감히 불쌍하다고 하나요. 투쟁하는 이주노동자들은 정말 너무 멋있습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 자해공갈범에 성폭력 추가"라는 도식은 틀립니다.

물론 일부 이주노동자들이 무리지어 다니며 여성들에게 성폭력을 가하는 행위는 단연코 지탄받아야 하는 일입니다. 성폭력은 있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이주노동자 뿐만 아니라 한국인 더 나아가 인간이라 자처하는 모든 생물체 중 누군가 성폭력을 가했다면, 한 사람이라도 빠짐없이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지만 성폭력의 끔찍함과는 별개로 한국내 모든 이주노동자들을 성폭력범이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지요. 이런 일반화가 옳은 것이라면, "한국인 = 자해공갈범에 성폭력 추가"라는 말도 옳고 "인간이라 자처하는 모든 생물체 = 자해공갈범에 성폭력 추가"라는 말도 옳게 되겠지요.

또한 이주노동자들 일부가 성폭력을 저질렀다 할지라도 그것이 단속추방의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제발 세상 그누구도 성폭력같은 파렴치한 짓 좀 안했으면 좋겠고, 개인적으로 사형에 반대하지만 왠지 성폭력범은 사형시켜도 괜찮을 것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저이지만, 성폭력은 성폭력으로 이주노동은 이주노동으로 분리되어 사고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들 일부가 한국 땅에서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마치 이주노동자 전체가 그렇다는 식으로 확대하는 경향은 현재 한국땅에서 자행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차별적인 단속과 추방을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교묘히 이용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외부에서 침입한 범죄자 집단으로 묘사하고 특히 한국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부각시키는 점이 특징인데 정말 너무나 끔찍하군요.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여부와는 상관없이 여성의 성폭력 피해를 바라보는 시선 기저의 남성중심적 사고 말이에요. 민족국가의 재산이란 거죠 그러니까. 어휴.. 

자해공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보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일부러 프레스기 안에 자신의 손을 넣는다구요. 돈을 받기 위해 고의적으로 자신의 손을 끊어낸다구요. 너무나 끔찍합니다. 이것이 어쩌면 이주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는 비극적 단면일지도 모르겠근요. 도대체 무엇이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손을 없애면서까지 돈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을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의 참상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것 같아 소름이 끼칩니다.

자본주의 생리상 자본은 계속해서 이윤을 축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영세공장, 중소기업들 도산의 원인은 더 많은 이윤을 축적하기 위한 자본들끼리의 경쟁 속에서 대기업의 경쟁력에 의한 도태가 다반사입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SSM만 해도 그렇습니다. 영세 상점이 직원 산재금 지급으로 망하는 경우보다는 홈플러스같은 대형 상업자본에 밀려 문닫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영세공장이 영세공장 그 자체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반대가 이주노동자의 손 절단을 탓하는 것보다 더 빠른 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산재금을 지급할 능력도 안되는 회사가 도대체 어떻게 임금을 주며 공장 운영을 해왔을까 하는 의문도 드네요. 공장운영의 비밀은 필시 글 쓴 님이 쓴 것처럼 이주노동자들이 "(사장한테 맞지도 않고) 자신이 일한만큼 임금을 잘 받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자신이 일한만큼, 그러니까 하루에 14시간씩 주 6일 일하고 정당한 월급 90만원을 잘 받아왔기 때문이겠지요. 심지어 맞지조차 않았다니 고것참 괜찮은 노동조건입니다.

그런데 때리지도 않고 꼬박꼬박 월급도 잘 줬는데, 이주노동자들이 아 글쎄, 자기 손을 스스로 기계 안에 넣어 잘라버리고는 회사를 망하게 하더니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가 있으면 "야반도주"를 합니다. 이 대목에서 글 쓴 님이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이 드러납니다.

첫째는 외부에서 침입한 범죄자였다면, 둘째는 노예인거죠.

그러니까 밤중에 몰래 도망을 간 겁니다. 노동자가 시급 1000원을 받고 일하다가 1500원 주는 곳을 발견해 직장을 옮기는 행위를 도망이라고 부르는 것이군요. 정확히는 야반도주라고 칭했지만요. 때리지도 않고 천원씩 잘 쳐서 줬더니 도망을 가다니. 노동자가 노예입니까? 물론 그렇게 말도 없이 떠날 것이 아니라 이직 의사를 밝힌 뒤 후임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갔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좋겠지만, 이주노동자들이 그렇게 말도 없이 훌쩍 떠나게 되는 이유는 이주노동자들이 개념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 나라 법이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이동 횟수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탓해야 할 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이 나라 법입니다.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이 "야반도주"를 막는 지름길입니다.

글 쓴 님은 이런 자신을 두고 사람들이 인종차별주의자라 비난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도 인종차별주의자 맞네요.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노동자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 여기고,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부 사람들의 행위를 일반화시켜 성폭력범이라는 낙인을 찍잖아요.

한국 땅에서 피해를 입는 이주노동자들은 극히 일부라고까지 썼는데, 한국 땅의 100만 이주노동자 중에서 한 99만9천9백90명 정도는 만나보셨나봐요. 전 여태까지 살면서 천명이나 만나봤을까요. 그 중 그 사람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건 10명도 채 안되는데 대단하십니다.

글 쓴 님은 그렇다치고, 이 글을 긁어오신 님은 과연 이주노동자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도 궁금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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