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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작은대안무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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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닉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1,178회 작성일2005-10-1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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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작은대안무역’을!
:추방된 이주활동가가 보내온 메시지
- 매닉 기자


 올해 2월경 방글라데시로 추방된 이주노동자 활동가 자히드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빚쟁이들이 수시로 집을 찾아와 돈을 내놓으라며 협박과 갖은 욕설을 퍼붓고 간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그가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 활동가로 일하기 시작한 후로 집에 돈을 보낼 수 없게 되자 그의 어머니가 빚을 내어 생활을 꾸려갈 수밖에 없었다. “결코 돈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한국에 다시 가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달라”고 말하는 문장 속에서 그의 유난스러웠던 자존심과 고집의 흔적이 묻어 나왔다.




2003년 겨울부터 2004년 겨울까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선 “미등록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노동허가제 쟁취”, “노동3권 보장”을 외치는 이주노동자들의 천막농성투쟁이 있었다. 농성 도중 많은 활동가들이 출입국에 잡혀 추방되었는데, 이중에는 출입국의 표적 연행에 잡혀 여수보호소에서 30일 넘는 단식을 한 후 강제 추방당한 농성단 대표 샤말 타파 외에도, 비두, 굽타, 깨비, 헉, 자히드가 포함돼 있었다. 자히드는 거의 농성 막바지에 붙잡혀가 강제추방을 당해 함께 하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자히드 편지 속에는 추방된 이주노동자의 절박함이 잘 나타나 있었다. 돈 문제도 문제거니와 많게는 10년 이상의 세월을 한국에서 생활한 이들에게 고국은 또 다른 ‘외국’이고 낯선 땅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주노동자 운동의 성격상 한 번 추방되고 나면 그 전의 활동과는 완전히 단절되기 때문에, 함께 투쟁해온 동료 활동가들로부터 서서히 잊혀지고 마는 망각의 고통을 함께 앓아야 한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주 활동가에게 추방의 무게란 사회적 “죽음”과 맞먹지 않을까 싶다.





법무부와 출입국도 이주활동가의 체류자격을 약점으로 삼아 이주운동 탄압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의 이주노동자 노조와 운동단체들도 당면한 국내 문제들과 씨름하느라 추방된 이주활동가의 생존과 생계 문제까지는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운동과 대안무역운동의 만남





자히드의 편지를 읽고 나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모임’의 친구들 몇몇이 후원금 모금을 시작했다. 그러나 모금은 원래 목표로 했던 금액에 훨씬 못 미쳤고 나중엔 각자 주위에 아는 이들을 “포섭”해서 후원을 요청해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모든 이주활동가들이 어려운데 누구는 돕고 누구는 돕지 않느냐, 밑 빠진 독에 물 붇기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또 일방적인 후원보다는 쌍방의 상호부조에 입각한 교류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작은 대안무역’이다. 추방된 이주활동가의 가족이 만들어 보내준 물건들을 각종 집회와 행사 때 판매해서 그 판매 금액의 50~70%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돌려주고, 나머지는 국내 이주활동가들을 위한 지원금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이를 통해 추방된 이주활동가에게 경제적인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추방되기 전에 함께 했던 활동가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어 단절되었던 활동에 연속성을 부여해준다는 것이 우리가 그린 ‘작은대안무역’의 밑그림이다.





‘대안무역’은 영어의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유래한 말로, 1세계 중심 다국적 기업이 3세계의 노동력, 자원, 생산품을 싼 값에 사서 비싼 값에 팔아 엄청난 이윤을 남기는 불공정 무역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됐다. 또 제3세계를 극심한 빈곤과 착취로 몰아가는 자본의 세계화 흐름을 생산자와 소비자 간 신뢰와 연대로써 돌파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대안무역 운동은 유럽과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으며, 한국에선 ‘아름다운 가게’가 몇 년 전부터 이 운동을 시작했다.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작은대안무역’은 이주노동자 운동에서 파생돼 나왔기 때문에 대안무역의 관점보다는 이주노동자 운동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다. 그러나 불공정 무역과 제3세계의 빈곤, 이주노동은 ‘자본의 세계화’라는 흐름에서 얽혀있으므로, 이주노동자 운동과 대안무역운동이 함께 갈 수 있는 여지는 크다.





옷에 수 놓인 여성들의 이름





자히드와의 인연으로 작은대안무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은 올 5월 노동절 집회에서였다. 자히드의 여동생과 누나들이 염색하고 수놓은 옷들을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노동자와 시민들에게 판매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판매가 제법 잘 됐다. 그 이후에도 각종 이주노동자 집회와 대학 축제, 여성 행사 등에서 판매했다. 추방된 이주노동자과 함께 하는 대안무역이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여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보내온 옷들이 예뻐서 사는 사람들도 많았다.





6월에 있었던 문화관광부가 주최한 “Migrants' Arirang” 행사에서는 허락 받지 않고 판매부스를 차렸다가 행사장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시청 앞 광장 행사장에서 쫓겨난 우리들은 인도로 나와 6월의 뙤약볕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판매를 계속했다. 판매부스에 들러 응원해주는 사람들 덕에 다행히 상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또 큰 행사가 별로 많지 않았던 8월 중에는 홍대 앞 길거리에서 노점을 차렸다가 근처 음식점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테이블과 옷가지들을 들고 뛰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추방당한 후에 상실과 좌절에 빠져있던 자히드와 그의 가족들이 작은대안무역 이후 생활에 활기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여동생과 누나들이 옷을 염색하고 그 위에 수를 놓고, 그 옆에는 자히드가 옷을 손질하고 다리는 풍경이 눈앞에 떠올랐다. 보내준 옷 하나 하나에는 디자인을 한 여성의 이름과 디자인 명이 정성스레 기록되어 있었다. 우리는 자히드의 여동생과 누나들이 이 일을 계기로 가족 내에서 인정 받을 수 있는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여자들이 바깥일을 할 수 없고 철저히 집안에 예속되어 있다는 것을 평소 방글라데시 친구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히드가 이주노동을 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유도 그가 가족 중에서 일할 수 있는 유일한 “남자”였기 때문이다.





작은대안무역과 함께 하는 사람들





우리는 자히드의 물건뿐만 아니라 이주여성 활동가인 라디카가 만든 목걸이, 귀걸이, 팔지 등도 함께 판매했다. 라디카는 명동농성 기간에 있었던 단식 투쟁으로 인해 오래 전부터 앓던 지병이 악화되어 농성이 끝난 후에 하루 12시간 이상 일해야 하는 공장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7월에는 네팔에 있는 샤말로부터 함께 하고 싶다는 이메일을 받았다. 샤말은 명동성당 농성단의 대표였지만, 올 3월 정부가 농성단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으로 그를 강제 추방했다. 추방된 뒤 지금은 네팔 노조의 이주노동자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주지부의 활동자금이 없어 작은대안무역을 통해 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게 그의 생각이지만 그의 개인적인 경제사정도 결코 좋은 형편이 아닌 듯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추방되거나 자진 출국하여 네팔에 돌아온 사람들은 1, 2년 고국에 머무르다 다른 나라로 이주노동을 떠나게 되는 것이 다반사라고 한다. 고국에 와도 먹고 살 일자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 생활에 익숙해져 고국에 적응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샤말도 다른 나라로의 이주노동을 생각해봤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다시 이주노동자로 차별 받고 탄압 받는 것보다 고국인 네팔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다른 동료, 친구들에게 스스로 증명해 보여주고 싶다는 게 그의 소망이다.





자히드, 라디카, 샤말 외에도 작은대안무역이 함께 해야 할 이주노동자들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작은대안무역이 제안하는 것은 정부나 기업, 큰 단체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크게 벌여 가능한 많은 이주노동자를 한 번에 도와주자는 야심찬 프로젝트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의 주어진 능력 안에서 투쟁을 통해 맺어진 이주활동가들과의 끈끈한 개인적 친분을 기반으로 ‘가늘고’ 소박하게 가자는 것이 우리의 운동 방식이다.





우리의 운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공명되어 여기 저기에서 서로 다른 작은 대안무역 모임이 생겨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커다란 운동의 대의명분보다는 이주노동자 개인의 삶에 더 밀착된 풀뿌리 모임들이 모여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만들어가는 운동의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길 진정으로 바란다.





* 이주노동자와 함께하는 작은대안무역(stopcrackdown.net)에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이주노동자 집회나 반전집회, 각종 여성행사, 소수자 행사에 차려지는 작은대안무역 부스에 한번쯤 관심의 눈길을 보낸다. 둘째, 수중에 돈이 있고 물건이 마음에 들면 주저 없이 산다. 셋째, 좋은 물건은 주위 사람에게도 권한다. 넷째, 작은대안무역의 활동가가 되어 판매에 직접 참여한다.


 
 


www.ildar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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