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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날, 대학로에서 울려퍼진 구호 '노동비자 쟁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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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8,324회 작성일2004-04-1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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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그제 디립다 하려다가 제대로 못 했지만 광고했었죠. 어제 대학로 마로니에에서 집회 있다고. 투표 하자마자 잽싸게 달려갔습니다. 교육투쟁 하는 학생동지들과 함께 마련된 집회였어요. 노동자 민중 투쟁결의대회. 이주노동자 강제추방 저지, 비정규직 철폐, 대학인실업대책 등등의 구호가 울려퍼졌습니다. 1시부터 선전전과 사전집회를 했고, 2시가 좀 지나서 집회가 시작됐죠. 저는 두시 좀 안 되어 도착했습니다. 인원이 정말 초라하더군요. 그러니 시간이 갈수록 동지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그리 많지 않은 숫자. 날씨가 워낙 좋아서 다들 놀러들 가신 것인지... 그래도 이 날, 하이에나새끼님과 조우를 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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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자히드 동지


수원대, 경기대 등에서 열심히 교육투쟁 하는 친구들도 나와 발언을 했습니다. 수원대는 학교측에서, 열심히 싸우고 있는 학생들 협박해서 수업을 야간으로 바꾸게 하고, 자취집까지 알아내 협박하는 등의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하네요.

이 날도 물론, 명동성당 이주노동자 농성단의 마임팀인 '전태일'의 공연이 빠질 수 없었겠죠? 나날이 우리 동지들의 마임은 예술의 경지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도 조금 틀리긴 했습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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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중인 '전태일' 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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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왼쪽이 농성단 최고의 꽃미남 선주동지,
가운데가 긴머리가 너무 멋진 라주동지,
오른쪽이 마임의 여왕 소하나 동지입니다. ^^



이밖에도 학생팀의 마임과 율동 공연이 있었습니다.

참 재미있게도, 어제 집회 역시 사회부터 발언, 마임, 여성동지들 일색이더군요. 물론 집회 참여자도 여성동지들이 많았구요. 그래서 분위기가 참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그랬답니다. ^^ 활짝 웃는 얼굴로 율동하는데 너무 이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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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중인 아누아르 동지.


농성투쟁의 승리를 다짐하며, 연행이라고는 하나 실제로 납치를 당해 여수보호소에 있다가 강제추방된 샤말 타파 동지의 자리를 대신해 명동성당 농성투쟁단 대표 대행, 평등노조 이주지부 지부장 대행을 맡고 있는 아루아르 동지의 힘찬 발언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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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짱 아누아르 동지!


날씨가 정말 좋더군요. 마로니에 공원의 나무 향기, 꽃향기 속에서, 조금 더웠지만 집회는 계속되었습니다. 총선이다 뭐다 정신없었지만, 한편으로는 저 역시 가족과 친구들을 대상으로 '정당투표는 12번'을 외쳤지만, 총선결과에 목을 매달게 되진 않더군요. 우린 승리하리라!란 믿음이 있어서였을 겁니다. 국회에서 의석을 따내고 아니고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겠지만, 그보다, 진정한 승리란, 우리 스스로 싸우면서 만들어 가는 것이란 생각을 하니까요. 총선은 중요한 문제이긴 하지만, 제게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는 얘기죠. 우리 이주동지들에겐 더욱 그렇고요.(그래도 정당투표는 12번!을 강조했던 이주동지들...)

이후 종묘공원까지 행진을 했습니다. 대표대행 아누아르 동지가 맨 앞에 서고, 검 동지와 또 누구였더라... 하여간 민주노총 깃발과 농성단 깃발을 들고, 마문 동지와 자히드 동지와 마닉 동지가 번갈아 구호를 선창하고, 네 명의 이주동지가 선전 피켓을 들고 맨 앞에 섰습니다. 대학로에서 종교공원까지, 이제 어디에 무슨 가게가 있는지도 다 알 거 같아요. ㅎㅎ

마침내 종묘공원에 도착해 정리집회를 가졌습니다. 아참, 재미있는 게, 언제나 이 루트로 행진을 하고 종묘공원에 도착하면 꼭 집회를 훼방놓고 큰소리로 욕과 비난을 하는 할아버지들이 한두 분은 꼭 계셨는데, 어제는 한 분도 없었다는 겁니다. 도리어 집회 대열 맨 앞에서 피켓 등을 유심히 보시는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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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집회에서 발언 후 구호를 선창하고 있는 쇼학 동지


DSCN1228.JPG 정리집회 사회를 보았던 마문동지


마문동지는 단식이 끝나자마자 엄청 바쁘게 이것저것 활동을 합니다. 지난 수원집회에서도 행진 때 목이 터져라 구호를 선창했는데, 어제도 행진 때 구호를 외치고 정리집회 사회를 보고, 또 다른 때는 지역조직화에 여념이 없답니다. 마문 동지한테 맛있는 죽을 사 드리기로 했는데 아직 약속을 못 지키고 있네요. 에고.

명동성당에 돌아와보니 탄핵무효를 외치며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요즘 집회를 해서 묘한 기분을 들게 만드는 촛불집회 팀이 멀티비전으로 개표방송을 켜놓았습니다. 열린우리당 과반석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하고 방방뛰고 기쁨의 비명을 질러대고 춤을 추고 하는데 정말... 에구, 어리둥절하데요.

이주노동자 합법화를 위한 모임(http://stopcrackdown.net)과 이주동지들 간 정식 간담회가 어제 저녁 7시에 있었습니다.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들을 했지요. 이주동지들에게, 연대하다가 어느 날 사라져버리는 한국동지들에 대한 아쉬움이 큰 것 같았습니다. 뭐 저희야, 모임 목적 자체가 이주노동자 운동이니 연대하다가 사라질 염려는 없습니다만. 그런 모습을 보고 또 속이 상했습니다. 뭐, 앞으로 계속 함께 싸우는 것밖에 없죠. 어차피 우리는 한 배의 운명 아니겠습니까. 내가 자본가가 되기 전에는... ㅎㅎ

간담회가 끝나고 평가를 하고 집에 가보니 11시 반. 씻고, 개표방송을 보려고 하는데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걍 잤습니다. 제 주변엔 세 시까지 잠을 못 잤다는 분들이 꽤 있네요. 진보누리앙들도 그랬을 거 같고.

어쨌건... 집회는 어제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25일 일요일, 이주노동자 총력투쟁을 위한 집회가 있습니다. 종묘공원.
5/1 메이데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는 벌써부터 가슴이 콩당콩당 뜁니다.

이주노동자 합법화 모임에서는 메이데이를 위해 모종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크하하하. 아, 이번주 토요일날 대학로로 놀러오세요. 합법화 모임에서 부스를 차리고 예쁜 초대장을 드릴 겁니다.

오늘로 이주동지들의 투쟁이 154일입니다. 많이 지치신 듯합니다. 그러나 '연대만이 희망'입니다. 매일 밥먹고 싸고 자고 일을 하고 또, 그렇게 투쟁을 합니다. 가끔은 힘들고 눈물도 나고, 가끔은 만사가 다 귀찮기도 하지만, 그래도 힘을 내 싸우고 외치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하나다! 라고. (그리고, 싸움 속에 삶이, 희망이, 사랑이 있습니다.) 한국노동자, 이주노동자 단결하여 노동해방 쟁취하자는 구호가 보다 멀리, 높이 메아리칠 수 있기를... 보다 많은 한국동지들의 연대를 기대해 봅니다.

* S.C.D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4-16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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