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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40만 이주노동자, 방송을 점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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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매닉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1,687회 작성일2005-04-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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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만 이주노동자, 방송을 점거하다
이주노동자가 직접 만드는 퍼블릭액세스 프로그램 '이주노동자세상'

  노혁강(mooknhk) 기자 
 

이주노동자들이 모여 직접 기획, 제작한 이주노동자들의 본격 퍼블릭액세스(시청자제작) 프로그램인 ‘이주노동자세상’이 RTV시민방송(스카이라이프154·케이블, 이사장 백낙청)을 통해 4월 16일(토) 밤 9시 첫 전파를 탄다.


제작과정과 형식에서 '국내방송사상 최초의 사건'으로 기록될 이 프로그램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힘든 사회적 소수자들인 '외국인노동자'들이 촬영과 영상편집 등 방송제작기술을 익혀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프로그램을 방송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은다.


한국말도 서툰 방송 문외한들이 TV프로그램 제작에 나선 것은 자신들의 문제를 다루는 기존 미디어의 시각이 왜곡, 혹은 편향되기 일쑤라고 생각하기 때문. 현실을 바로 알리고 자신들의 눈에 비친 한국사회의 모습을 여과 없이 보여 주겠다는 취지다.


‘이주노동자세상’ 제작을 위해 구성된 '이주노동자TV(Migrant Worker's TV)를 준비하는 모임'의 참여자는 현재 11명. 이 가운데 외국인노동자는 8명으로 길게는 십여 년, 짧게는 3년 정도의 한국체류 체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프로그램 준비과정에서 RTV시민방송에서 카메라 촬영 실습교육을 받았으며, 시민방송의 제작지원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프로그램 내용을 비롯해 제작에 관한 모든 결정은 이주노동자들 자신이 하고, 한국인 지원자들은 가능한 한 기술적 지원만 하고 있다.


한국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기 시작한 것은 대략 지난 80년대 말부터로 현재 이 땅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97개국에서 온 약 40만 명에 이른다. 이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이른바 3D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는 이미 우리 사회경제적 현실에서 그 존재와 필요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수십만에 이르는 불법체류자 문제는 하루속히 해결되어야 할 우리 사회의 숙제로 남아있다.


  '이주노동자TV를 준비하는 모임' 참여자들의 이야기 
 
* 해미니(네팔·30, 이주노동자TV모임 대표/'이주노동자세상' 프로그램 사회자)
"이주노동자의 눈으로, 이주노동자의 목소리를 담겠습니다. 이주노동자가 본 한국사람,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리겠습니다."


* 뚜라(버마·33·1994년 학생 신분으로 있다가 한국에 옴)
"이주노동자 관련 보도는 한국사회가 보는 이주노동자의 일면만 비춘 겁니다. 분명 이주노동자가 보여주고 싶은 현실 그대로 자신의 모습이 있습니다. 한국의 미디어가 그때그때 사회의 흐름에 따라 내용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 마붑(방글라데시·29·1999년 학생 신분으로 있다가 한국에 옴)
"이주노동자의 권익이나 생존을 위한 투쟁뿐 아니라 반전집회에 참가한 것은 어느 나라에 있든 나는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의미에서였지요.
처음이라 폭넓게 취재 못한 점이 아쉽네요."


* 최춘화(중국동포)
"발음이 서툴러 인터뷰할 때 제일 어려웠어요. 질문이 정확해야 하는데 말이 헛나와서. 편집할 때 자막 넣기 힘들어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 크리스티앙(독일)
"이주노동자 문제를 한국인이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굉장히 좋은 기회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사회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구요. 주간이면 좋을 텐데 월 1회 방영이 너무 아쉽습니다." 
 

 "그들의 목소리로 분노와 희망을 이야기하게 하라!" 
 [일문일답] 이병한 미술인회의 운영위원 
 
 '이주노동자세상' 제작을 총괄지원하고 있는 심스페이스 대표 이병한 미술인회의 운영위원과의 일문일답.

- 어떻게 이 프로그램을 제안하시게 되었습니까?
"평소 주변에서 다양하게 진행되는 이주노동자 관련 프로젝트들을 보면서 느낀 점 때문이었습니다. 많은 경우 제대로 미디어를 이용하기보다는 소규모의 자체행사 정도로 끝나버리는 것 같았고, 무엇보다 이주노동자들이 주체가 되기보다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자신의 이야기가 제작자의 사전 제작의도에 맞게 편집되고 가공되는 하나의 소재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들이 제 제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은 이미 미디어에 대한 자신들의 욕구가 있었다는 것이고, 그러니까 저는 촉매제 역할을 한 것뿐이지요.”

- 말도 서툴고 영상의 문외한인 외국인 노동자들이 어떻게 방송제작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현재 같이 진행하고 있는 분들은 대부분 한국말이 능통해서 언어적인 장벽은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만 영상작업에 경험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되기는 합니다. 서로가 배워가면서 하고 있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하나하나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계획대로 잘 추진이 되었나요?
“사실은 모든 준비가 처음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간에 시간을 내기가 힘들어서 집중이 안 된다는 점도 큰 어려움이고요. 재정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될 텐데, 당분간은 이런 상태로 어느 정도 실험적인 단계를 거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가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제가 베를린에 있을 때 '열린채널(Offener Kanal)'을 본 바에 의하면 거기에 최악이 많았었거든요. 적어도 저희는 최악에서 출발하진 않는다는 것으로 자위하고자 합니다.”(웃음)

- 작업에 임하는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아직은 각자 조금씩 다른 상을 그리고 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서로 간의 의견 조정도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이고요. 아직 많은 이야기를 서로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이것도 역시 작업을 진행하면서 성과를 조금씩 확인해 간다면 더 많은 동기부여가 있을 것입니다.

아직은 미디어의 사용에 익숙하지 못해서 당황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작업 자체에 대해서는 흥미를 느끼고 있고, '이주노동자의 방송'을 통해 무언가를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 사회적 소수자들이 직접 제작한 만큼 '대안적' 프로그램의 성격이 강하겠지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들의 이야기는 제3자가 감상적으로 접근하거나 피상적인 논리로 기술할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에서의 이주노동자들은 항상 존재의 문제와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들의 상황을 (MBC 프로그램 '!느낌표'의)'아시아, 아시아'적인 시각 이상으로 다루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따라서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분노와, 그들의 희망을 이야기해야만 하고, 우리도 그들끼리 나누는 이야기를, 그들이 우리에게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 보아야 합니다.

미디어도 칼과 같아서 이주노동자들이 비인간적인 차별과 맞설 수 있는 무기로 쓰일 수도 있고, 이들의 문화적 전통과 정체성을 유지해 갈 수 있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이들의 문화가 우리 사회 안에서 자연스럽게 융화되고 교류하면서 서로의 인식의 폭을 넓히고, 자연스럽게 문화의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로 진화하는 발판이 될 수 있다면, '이주노동자의 방송'은 한국인을 위해서도 반드시 있어야 할 구조일 것입니다.”

- 앞으로의 과제, 계획은?
“지속 제작이 가능한 안정적 여건을 만들어 가는 일, 그리고 내용적으로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사회 뒷전에 가려진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사회시스템 안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양쪽 모두의 태도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방식을 계속 모색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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