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리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 자유게시판

오래전부터 우리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땅에서 3D 업종에 종사해왔습니다.

하지만 작년 11월 한국 정부에서는 4년 이상 된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한다는 발표에

우리는 가만히 앉아만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겨울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농성에 들어갔습니다. 명동성당과 성공회성당 그리고 각 지역의 이주노동자센터를 중심으로 농성이 진행되었습니다. 아쉽지만은 않은 투쟁이었습니다. 아직도 명동에서는 30여명의 이주노동자가 힘겨운 농성을 진행 중입니다.

'강제추방'발표가 나고 두려움과 막막함에 자살한 이주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투쟁하다가 출입국 관리소에 잡혀 본국으로 송환된 이주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죽음으로 힘찬 투쟁으로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힘겨운 처지를 한국사회에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공회 성당에서 만들어진 '스탑크랙다운' 밴드를 통해 이주노동자 문제와 현실을 알리고 있습니다.

다양한 투쟁의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노래'로 사람들을 만난 경험을 토대로 밴드 결성 후부터는 본격적으로 이주노동자의 상황과 제도를 개선하는데 더 힘찬 활동을 진행해왔습니다.

우리는 가끔 '노래'가 주는 힘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가끔은 많은 말과 구호보다 마음을 움직이는 노래가 우리의 상황을 보다 개선시킬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활동을 시작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같은 이주노동자들도 만나게 되지만 한국사람, 특히 한국의 젊은 대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

노래로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는 대학생들도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서로의 생활이 달라 일상생활에서는 거의 만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대학 축제나 학교에서 열리는 포럼 등등을 통해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 공연을 하고 함께 토론하는 자리도 마련하지만 가끔은 그냥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우리는 지난 농성을 통해 이주노동자 문제를 한국사회에 많이 알렸다고 생각했지만, 아직도 많은 학생들은 우리의 현실을 잘 알고 있지 못했습니다. 그럴 때면 가끔 한국사회의 높은 벽을 실감하게 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주로 질문하는 것은 ‘왜 강제추방을 하는지?”"그렇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왜 강제추방을 하는데도 왜 꼭 한국에 있으려고 하는지?" "학생으로써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등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일일이 답해줍니다.

그러면 학생들은 이주노동자의 상황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합니다.

한국사회를 짊어질 젊은이들을 만난다는 것은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한 단계, 한 단계 좋은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결국은 노동비자를 쟁취할 수 있게 하는 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만나는 대학생들은 서울과 수도권 학생들만은 아닙니다.

대구, 진주, 저 멀리 경상남도까지 우리는 주말이 되면 악기를 들고 이주노동자의 상황을 알릴 수 있는 곳만 있으면, 우리를 부르는 곳만 있으면 달려갑니다.




아직도 농성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당장 현실이 힘들어 돈을 벌기 위해 직장으로 돌아간 이주노동자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처럼 지난 농성의 힘으로 아직까지 '강제추방'에 반대하며 이주노동자 문제를 알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아직 우리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우리가 이곳에서 그냥 돈만을 벌고 살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사회에서 일원으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길은 있었던 것도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길을 만들고 그 길을 가는 사람들이 하나, 둘, 생긴다면 우리가 진정 바라는 세상으로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강라이( stopcrackdow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