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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뉴스메이커] 최저생계비, 최소생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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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노바리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8건 조회11,387회 작성일2004-08-1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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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규정된 식비로는 항상 배고팠어요
 
[뉴스메이커 2004-08-06 14:26]
 
 

직장인 이대원씨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기

"최저생계비는 최소생존비가 아닙니다."


좁고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 도착한 서울의 한 달동네에서 만난 이대원씨(26-직장인)는 이렇게 말을 시작했다. 그는 7월 1일부터 참여연대와 아름다운재단이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달동네에서 벌이고 있는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체험행사에 참여했다. 1인 가구 체험을 하고 있는 이씨는 이미 7월 21일 적자로 돌아섰고 한 달 동안 16만7천4백4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사회복지와는 전혀 관계없는 직장을 다니고 있는 이씨가 이번 체험에 참여하게 된 것은 인터넷 뉴스레터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평소에도 한 달 용돈을 30만원 이하로 사용해오던 그는 '조금만 허리띠를 졸라매면 최저생계비로 한 달을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대뜸 체험을 신청했다. 게다가 그는 최저생계비를 50여만원 정도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하월곡동에 도착하는 순간 그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친구들 하숙집이나 자취방 정도는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상황은 무척 심각했어요" 1인 가구 최저생계비 36만8천2백26원의 27%에 달하는 '거금' 10만원을 집세로 냈지만, 하월곡동 달동네의 주거환경은 최악이었다. 2평 남짓한 방에서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퀴퀴한 냄새가 진동을 했고, 햇볕조차 들지 않아 방 안에는 여기저기 곰팡이가 피어 있었다. 곰팡이가 핀 이불은 세 번을 빨고 3일 동안 뙤약볕에 내놨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담배를 한 대 피우면 담배연기가 3일 동안 방 안에 남아 있고, 담배 냄새는 1주일이 지나야 겨우 빠질 정도였다.


20일 만에 적자로 돌아서

게다가 7월에는 장마가 이어져 방에 들어서면 습하고 뜨거운 공기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방에 널어놓은 빨래도 제대로 마르지 않아 그는 다리미로 빨래를 말려가며 옷을 입어야만 했다. '피 같은' 돈을 들여 제습제를 사놓았지만 소용없었다. 비가 그치고 햇볕이 내리쬐자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빨래를 한 뒤 동네 마을버스 종점 근처에 빨래를 넌 것이었다. 인간처럼 사느냐의 문제가 그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탓에 빨래를 도둑맞을 걱정은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이런 환경에 있다보니 몸 여기저기에 땀띠가 생겼어요. 제대로 긁을 수도 없고, 약값이 아까워 약도 못발랐어요" 그럼에도 이곳에 최저생계비 수급권자가 몰리는 것은 서울 시내에서 10만원 정도로 빌릴 수 있는 방은 이 정도밖에 없기 때문이다.


먹는 것도 무척 힘들었다. 최저생계비에서 규정하고 있는 식료품비는 한 달에 14만9천8백99원으로 한 끼당 1,612원꼴이었다. 체험단의 규칙은 반드시 하루 세 끼를 꼬박 다 먹어야 한다는 것. 얻어먹는 것은 1주일에 두 번 이상 금지였다. 1,612원으로 무엇을 먹을 수 있을까. 결국 이씨가 선택한 것은 아침 우유, 점심 김밥, 저녁 라면이었다. 밥을 해먹기도 했지만 지급된 돈으로 해먹을 수 있는 반찬은 한정돼 있었다. 혈기왕성한 20대인 이씨가 이와 같은 끼니로 만족할 리는 만무하다. 이씨는 항상 배가 고팠다. 그래서인지 이씨는 7월 18일 동네 사람들과 함께 삼계탕을 먹은 복날잔치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때 그는 7월 들어 가장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그는 1주일에 두 번 얻어먹을 수 있다는 규정을 어기고, 친구들에게 의지하기도 했다.


생계비뿐만 아니다. 그는 대학생인 다른 체험단 7명과 달리 직장인이다. 하월곡동에서 생활하며 봉사활동을 하는 체험단과 달리 교통비가 필요하다. 현재 최저생계비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통통신비는 2만2천8백78원으로 하루에 약 738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턱없이 모자라는 금액인데 여기에 통신비, 즉 전화세까지 포함돼 있다. 그는 "군에 있는 사촌동생으로부터 수신자 부담 전화를 받았을 때 반가운 한편, 전화세가 걱정됐다"고 말했다. 


이씨는 하월곡동 달동네의 좁은 방 안에서 "먹고 자고 싸기만 한다면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생존비는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사회에 나가 교류를 하는 등 인간다운 생활을 하고 품위 있는 생활을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이곳을 일종의 '게토'라고 바라본다. 생존을 위해 아둥바둥하다보면, 바깥 세상과는 교류할 수 없게 되고, 결국 고립되고 만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험단 일부는 돈을 아끼기 위해 친구들을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런 생활에 지친 이씨는 두 번 집으로 '도망'갈 생각을 했다. 7월 9일 가족모임이 있어 잠시 집으로 돌아간 그는 '그냥 가지 말아버릴까' 망설였다. 하지만 두고 온 짐 때문에, 그리고 한 번 시작한 일이니 마지막까지 해보자는 생각에 하월곡동으로 다시 돌아갔다. 7월 25일에는 포기할 생각이 들어 집으로 탈출했다. 집은 천국이었다. 아침에 추어탕을 먹은 뒤, 점심에는 피자를 먹고 후식으로 팥빙수를 해치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까보냐'는 오기가 발동해 그는 다시 하월곡동으로 돌아왔다. 그는 이날 저녁으로 라면을 먹었는데, 풍성했던 아침-점심이 떠올라 제대로 넘기지 못했다.


현재 최저생계비는 최소생존비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최저생계비는 5년마다 한 번씩 실계측을 통해 책정된다. 1999년에 책정된 현재의 최저생계비는 올해 실계측을 통해 다시 책정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의 최저생계비가 현실적인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하월곡동을 찾은 한 여당 정치인은 체험단에 "1인시위를 할 수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인 시위를 한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이 알아줄 것 같지도 않고, 다수의 동의를 얻을 만한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선거철이라면 저소득층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이 관심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선거철도 아니다.


이씨의 원래 집 근처에는 두 개의 초등학교가 담장을 마주하고 있다. 근처의 부유한 아파트의 학부모들이 학교 옆에 세워진 임대아파트의 아이와 자기 자녀를 함께 공부시키기 싫어 학교를 아예 하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저생계비를 인상하지 않아 이곳의 사람들을 고립시키는 것이야말로 학교 하나를 통째로 지어버린 것과 마찬가지가 아닐까'라고 그는 생각한다. 이곳의 생활은 모기조차도 안다. 그는 "이곳에는 희한하게도 모기가 없다"며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피에 영양가가 없다는 사실을 모기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사진[정재용 기자 politika95@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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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바나나웅님의 댓글

바나나웅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음.... 뭐 외노들은 저임금받는 이들도 생활이 되는 이유는 숙식이 되기 때문이다 ㅇ리 저속등층은 그런 자리도 없으니.... 아 정말 짜증 난다 둑봐라

Huns님의 댓글

Huns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먹고 자고 싸기만 한다면 현재의 최저생계비로도 어느 정도 생활할 수 있다"  인간다움에 대한 노라비님의 생각은 먼가요. 그것이 먼저 전제 되어야 하지요. 과연 인간다움이란 무엇일까 하는 것 퍼온 글의 화자가 말한 그 비용이 보장되면 인간다움인가요? 그럼 지구상의 기아와 빈곤에 허덕이는 60%의 하루 일달러 미만의 생활자들이 다 윗글의 화자가 이야기 하는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기에 지구의 생태적 임계치가 과연 버텨날 수 있을까요. 저는 생태경제학자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한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인 것 같아요. 과연 미개발된 모든 국가가 서울 등의 한국의 도시만과 같은 문명의 수준을 이용한다면 혹은 단 한가지 예로 교통망 통신망 및 냉난방 시설을 이용한다면.. 지구 환경은 그리 오래갈 것 같지 않네요.

Huns님의 댓글

Huns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늘 그 액수를 챙기는 이들은 브로커들이다.  양국의 노동부들 중기청 대사관 영사관 직원들... 그리고 그나마 한국행을 할 수 있는 이들은 처지가 나은 사람들이다. 조선족 교회에서 소송을 내었다. 그 브로커들을 상대로....... 할일 없어진 서목사가 먼가를 또 저지른 것이다. 장사될만한 건덕지를 찾은 것이다. 인간은 파멸을 위해 도시로 몰려든다. 다른 건 없다. 파멸을 위해서만 도시의 몸둥아리를 늘릴뿐이다. 정말 부유함이 먼지도 모른다. 풍요로움이 먼지도 모른다. 촌놈들은 서울로 온다. 그것이 한국의 촌놈들이건 다른나라에서 온 촌놈들이건 그리고 뉴욕과 도쿄로 떠날 꿈을 꾼다. 파리와 런던으로 갈 꿈을 꾼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만 가는 것이아니다. 파멸을 위해간다. 케냐의 여성들은 커피나무를 죽이고 그 밭에 곡물을 심었다. 이주노동자들은 자신의 땅조차 버리고 한국이라는 이 괴기스러운 나라로 온다. 이성이고 체면이고 다 떠나서 나는 묻고 싶다. 머하러 왔냐고 가족들 편히 살게 해주려고? 그럼 가족은 머하러 만들었냐고.. 한국에서 바람이나 필껀 뻔한것이고 자기네들끼라 싸우고 사기치고 투전판 놀음 판 벌이고.. 그러지 않는가. 가리봉동은 그렇게 굴러간다. 내가 아는 어두운 면은 그렇다. 그리고 다치고 병들면 그나마 교회가 운영하는 센터를 찾아가고 라파엘에서 운영하는 무료 진료소를 찾아간다. 그냥 돌고 도는 것이다. 영주권을 주건 시민권을 주건 다 그게 머가 중요한가. 결국 또 떠날 것이고 그것이 한국인이건 그렇지 않건 간에 그럴 것인데.. 돈벌이 잘되는 곳으로 갈 건 뻔한 일이고 결국 목적은 돈벌이인데.. 케냐의 여성들은 커피나무를 죽이고 그 자리에 곡식을 심었다. 모두가 함께... 이주노동자는 자신의 땅을 버리고 한국으로 일본으로 미국으로 간다... 도시는 네온은 술은 이성은... 마약은 범죄는 ...... 부패는 타락은...... 방법은? 풋

Huns님의 댓글

Huns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사람의 얼굴을 하고 있는 이들은 없다 다들 돈의 얼굴을 하고 있을뿐..

Huns님의 댓글

Huns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그럼 그들은 한국에서 돈을 벌고 의식주 소비는 자기 고국에서 하는 분신술의 대가란 말이냐?"라고요.  몰라요.. 그런거 알아서 머하게요. 그게 해법이 아닐걸요. 아마도.

Huns님의 댓글

Huns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돈들 많이들 벌어야지요. 그럼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꼭들 그럴 수 있지요. 당분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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