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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민중의소리] LG칼텍스 정유 노조 김용태 사무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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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쇼르쏘띠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댓글 조회6,637회 작성일2004-07-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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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LG칼텍스 정유 노조 김용태 사무국장


흔히 정유회사의 파업은 91년 베네수엘라 석유관련노조 파업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라 한다. 이유는 정유 가공 공정이 대단히 위험할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공정이 흔들리면 유독가스배출이나 폭발사고등으로 인한 대규모 환경재앙으로 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 유수의 정유 회사들은 노조측의 파업권을 존중하면서도 평소 노사간의 신뢰구축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지금 주요 언론에서는 '사측의 성실한 임금협상 교섭에도 불구하고 과격한 노조가 공장을 점거, 생산을 방해하고 안전을 담보로 협박'했다는 사측의 보도자료를 거의 그대로 보도하고 있다.
 

주요 일간지의 보도대로 노조의 과격한 공장점거와 무리한 요구로 파국을 맞고 있는 것일까? 여수지역에 남아 현지 상황을 종합하고 있는 LG정유 칼텍스 노조 김용태 사무국장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 전문이다.
 

"회사측이 전력공급 차단했다." 3일간 이미 대형사고 2건 발생
 

- 우려했던 사고가 발생했다. 노조측의 파업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데?
 

오늘 서울 경희대로 향하는 버스를 타면서 조합원들이 많이 울었다. 수 십년 피땀흘려 일한 직장, 휴가철에도 출근해서 안전관리 해왔던 직장인데 대체인력 투입 하자마자 바로 사고가 났다. 조합원들 마음이 어떻겠는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하지만 언론만 보면 정말 치가 떨리고 할말을 잃게 된다.
 



- 먼저 사고발생경위에 대해 묻고 싶다.

 
먼저 밝히고 싶은 것이 있다. 반드시 보도해 달라.
정유 공정 일체를 완전히 정지시킨 측은 회사측이다. 그것도 초보적인 안전담보도 없이,안전관리를 하고 있던 노동자들을 내몰면서 까지 'SHUT DOWN', 전력 공급을 완전 중단했다. 위험하다고 만류하던 노동자들을 공권력과 관리직을 동원해 전원 내몰면서 공정을 중단시켰다.

 


- 회사측이 전력공급을 완전 차단했다는 말인가 ?

 
그렇다. 특히 아주 위험한 <방향조 생산1,2,3팀>과 <유틸리트 동력 2팀>은 숙련된 우리 조합원만이 만질 수 있는 세밀한 공정이다. 20개 작업공정 중 회사측이 하나씩 점거를 하면서 들어올 때 이 4개부서만큼은 따로 조를 편성, '파업과 관련 없이 안전관리'하겠다고 사측에 말을 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무슨 생각인지 구사대 2백 여명을 동원 장악에 나섰다. 과정에서 구사대와 대체인력이 우리를 내모는 과정에서 바로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그렇다면 오늘 오전 사고가 처음이 아니라는 말인가 ?

 
그렇다. 불꽃과 함께 다량의 유해물질이 흘러나왔다. 회사측은 숨기고 있지만 아황산가스, CO2. O2 등 인체에 치명적이고 대규모 참사를 빚을 수 있는 물질이 이미 다량으로 유출되었다. 사고가 발생하자 다시 우리측에 인계했다. 관련 노동자 작업반을 전원 투입해서 사태를 정상화 시켜 놓았는데 사측은 갑자기 어제 오전 11시 RFCC 공정을 완전히 'SHUT DOWN'시켰다.



 
- 위험하지 않나 ?
 

미친짓이다. 세계 정유공업 역사에서 이러 일은 아마 최초일 것이다.

우리 조합원들도 너무 당황했다. 현장에 1천 명이 넘는 조합원들이 있었다. 조금만 더 '흔들렸어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아무리 노조를 무력화 시키고 막무가내로 내모는 회사라 하지만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새어나오는 모든 화학약품이 이른바 '유독성 발암물질'이다.
 



- 언론보도에 의하면 노조측의 회사점거로 공장가동이 중단된 것으로 되있는데 ?

 
말도 안된다. 정유 관리 공정이 얼마나 위험한 줄 아는가? 정유회사의 경우 작업공정이 조금만 흔들려도 유독가스가 새어나오거나 불꽃이 튀어 대형참사로 번질 수 있다. 그래서 실제 법적으로 상당기간의 안전절차를 지켜 3개월에 걸쳐 기간동안 천천히 단계적으로 공정을 정지시켜야 안전하다. 그러데 이걸 5시간만에 중단시켜 버린 것이다. 고압전기 6만6천볼트를 한꺼번에 차단하면 사고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노조의 자진 철수는 대형 사고 막기 위해서



 
- 자진 철수 결정은 왜 내린 것인가 ?

 
먼저 언론에 의해 완전 고립된 우리 상황을 알려야 했고, 무엇보다 공권력 투입에 조합원들의 저항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사업장의 작은 불꽃 하나, 흔들림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때문이다.



 
- 노조는 공장의 가동중단을 원하지 않았다는 말인가 ?

 
당연하다. 우리가 4개조를 꾸려 맞교대로 계속 안전관리를 해왔던 이유는 정유공장의 한번 스톱은 주변 관련공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고 너무 위험하기 때문이다. 회사측의 대체인력투입으로 위험했을때 우리는 안전관리 4개반을 전원 투입시켜 사태를 정상화시켰다. 언론에서는 '임금인상' 때문에 파업한다고 '이기주의'로 몰아붙이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휴가철에도 공장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안전관리를 위해서다.



 
다국적기업 칼텍스, 2000억 순이익에 노동자에게 2%도 투자안해



 
- 회사측에서 왜 그랬다고 생각하는가 ?

 
'공권력 투입'을 노려서다. 흔히 공권력은 직권중재 결정이 내려지고 <직권중재위원회>구성 뒤 '직권중재안'을 노조가 거부했을때 투입된다.'직권중재안'이 제기되기도 전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안전성'을 빌미로 불러들인 것이다. 자기들이 공장을 세워놓고 노조측이 그랬다고 언론에 선전하고는 공장이 '과격노조'에 점거당했다는 식이다.
 



- 사측과의 핵심쟁점이 '인금인상'부분인가 ? 연봉이 4천이 된다는 말은 ?

 
그렇지 않다. 이런 종류의 공격은 이제 진부하다.언론에서 말하는 연봉 4천만원은 연장근무 수단을 모두 포함해서이다.우리는 연장근무를 하루에 보통 8시간이나 연장근무한다. 당연히 조합원들의 건강은 말이 아니다. 인력충원과 비정규직 철폐가 핵심 요구안이다.



 
- 사측과 합의가능성은 없는가 ?

 
우리는 언제든 사측이 조건없는 대화에 나서면 성실히 교섭을 한다.

문제는 4일간의 마라톤회의에도 불구 회사는 '비정규직 문제가 교섭대상이 안된다'고 할 따름이다. 1000명회사에서 일용직을 제외하고 618명이 비정규직, 그것도 일용계약직.하청 도급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매일 유독가스 마시면서 비정규직으로 차별받는다. 회사의 1/4분기 순이익이 2천억이다. 이중 노동자에게 들어간 인건비가 2%도 안된다. 아무리 탐욕스럽다지만 이런 회사가 하청 도급인력으로 운영된다는 것이..



 
파업대오 이상없다 1천명 조합원중 1천명 집결중



 
- 정유업계 최초의 파업이라고 한다. 정말 파업까지 필요했는가?

 
그만큼 노사간 초보적인 신뢰조차 바닥나있다는 것이다.

사측은 노조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조차 안했다. 준법투쟁을 하며 식당에서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징계하고 경고장을 남발한다. 이미 폐가가 된 교육장소 하나를 빌리려 해도 사측은 '절대불가'다. 작년 단체협약을 무려 14가지나 어겼다. 한마디로 노조를 인정할 수 없다는 거다. <직권중재>라는 칼자루를 가지고 있는데 무엇이 무섭겠는가? 매일 유해발암물질 먹어가면서 정상적으로 쉬고 싶다는 것이 무리한 요구인가?
 



- 사측은 내일부터 '정상가동'에 들어간다고 했다.
 

여론전의 하나다. 가장 손쉽고 초보적인 공정중 하나인 '정유2팀'을 가동한다는 것이다. 적어도 2달가량이 순차적으로 소요되는 것이 정상이다. 사측의 무리한 공장가동은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다.
 



- 현재 파업대열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 심리적으로 위축되지는 않았나?
 

전체 조합원 1100명 가운데 1천명이 오늘 경희대로 운집한다. 나머지 100여명은 처음부터 파업에 불참했던 사람들이다. 조합원들은 '노동자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 열받아 있다. 이번 과정에서 회사측과 정부, 언론이 보여주었던 모습을 조합원들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파업대오 이상없다.
 



- 앞으로 투쟁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 말을 회사측에 전하고 싶다. '언제든 교섭은 가능하다' 그리고 언론측에도 한마디 하고 싶다. '그런식으로 회사 보도자료 받아쓰려면 보도를 말아라' 정말 미국의 다국적기업 칼텍스사가 대단하긴 한가보다. 언론도 정부측도 어떻게 이런식으로 노동자의 투쟁을 매도할 수 있단 말인가.


금영재 기자 ⓒ민중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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