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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이주노동자 문화제에 다녀왔습니다.-하이에나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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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깨철이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2건 조회6,446회 작성일2004-04-11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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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지요. 짐승입니다. _(__)_
피플타임즈에는 처음 쓰는것 같습니다. 글쓰기 한번이 잘 눌러지지 않아서...
자주 들어오겠다는 약속, 얼마나 지킬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무튼 방갑습니다. ^^;

일요일은 경희대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문화제 - 2ndStage 투쟁은 게속된다 - 에 다녀왔습니다. 날씨 좋더군요. 밤에는 기온이 뚝 떨어져 쌀쌀했지만, 낮 동안에는 어디 잔디밭에라도 누워있으면 좋을 정도로 따뜻하고 나른한 봄날이었습니다. 하긴 그것도 화성보호소에서 언제 강제출국될지 몰라 마음을 졸이고 있는 '깨비' 나 '굽타' 씨에게는 해당사항이 없겠지만 말입니다...

나름대로 서두른다고 하긴 했지만 결국 이번에도 그놈의 잠때문에 (아침에 넉넉하게 일어나서 TV 보다가 다시 자버렸음...-_-;)늦게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문화제가 열리는 크라운관은 비교적 언덕배기에 위치해 있더군요. 겨우 고거 올라가면서도 약간 숨이 차오르던데, 정말이지 담배를 끊어야 할까 봅니다.

한편으로는 올라가면서 '왜 문화제를 야외에서 진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야외에서 진행하면 지나가는 학생들도 한번쯤 발길을 멈추고 볼수도 있을것이고, 가판 같은것들도 잘 진행될수 있을텐데, 게다가 말했듯이 날씨도 좋았고, 노는 운동장이나 야외강당도 보이던데 말이에요. 그리고 보면서 담배도 피울수 있고...( 이봐, 끊는다며? --+ ) 하지만 저녁에 나올때는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거의 8 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으니까, 만약 야외에서 했다면 저녁부터는 추워서 막 떨었을거에요. ^^;

올라가면서 먼저 눈에 띄인건 크라운관 앞에 덩그라니 서있는 전세버스 였습니다. 지난 3 월 초에 고려대에서 반전포럼과 또 이주노동자 연대주점이 같이 열렸었지요. 포럼 첫날 일정이 끝나고 같이 간 분들과 함께 연대주점에 끼였는데, 그때 다음날 반전포럼에 발제자로 나오신 명동성당 농성단의 '쇼학' 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눌수 있었습니다. 그분 말씀중에 '우리들은 이동할때도 대중교통 수단을 사용하거나 도보로 다니거나 하면 언제 연행될지 모른다. 그래서 집회에 나가거나 이런 자리에 올때에도 전세버스를 사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일주일치 농성비에 맞먹는다' 고 하시던 것이 기억이 나서 씁쓸하더군요.

문화제는, 처음엔 빈 자리가 많이 보이더니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이 들어차기 시작했습니다. 꽃다지,지민주,연영석,젠,노래공장 등 많은 분들이 오셔서 좋은 공연 보여주시더군요. 그렇지만 역시 가장 멋졌던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결성한 'stop crackdown' 과 같은 노래패들, 몸짓패들, 마임팀, 연극팀 들이었습니다. 농성 142 일째... '노동할 권리, 살아갈 권리' 를 얻는것은 고사하고 정권의 탄압만이 더 강해지는 지금의 정권을 바라보는 마음들이 담겨져 있어서 더 힘차고 강하게 표현할수 있었을 겁니다.

중간에 잠깐 쉬는 동안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가판에서 '영원히 사랑하는 동지들' 이라는 제목의, 샤말 타파씨가 직접 쓴 편지집을 한권 샀습니다. 그자리에서 제가 할수있는게 과연 책을 구입하는 이 행위뿐이었는지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됩니다. 찾아보고 뛰어보면 뭔가 더 할일이 있었을텐데...
하여튼 저란놈은 항상 이런식입니다. 언제나 뭐하나 제대로 할련지, 결국 지금 이것도 말 뿐으로 끝날거 뻔히 알면서...

경제가 성장할때는 한국인이 기피하는 3D 업종에도 군말없이 일하는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추겨세우던, 사실은 그만한 노동에 대한 댓가를 반의 반도 지불하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선호했던 대한민국이, 저임금과 폭력과 산업연수생 이라는 제도적 장치로 착취하며 경제를 성장시키던 대한민국이, 이제는 그들더러 '필요없으니 나가라' 라고 말할수는 없는 겁니다.

모든 한국인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모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경제,사회를 만들고 발전시킨 사람들입니다. 한국인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노동자의 힘, 이주노동자들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와 그들이 다릅니까? 우리와 다른것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가들, 그리고 그 자본가의 이익에 충실한 정권들입니다. 강제 추방이 필요하다면 우리에게서 짜낸 피눈물로 살쪄가는 한줌도 안되는 기득권 세력들이지, 이주노동자들은 아닙니다.

그동안 집회도 해보고, 농성도 해보고, 단식도 해보고, 대통령에게 편지도 보내봤지만 아직 아무런 대답도 얻지 못한채로, 오직 체포를 위한 몽둥이와 가스총만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그렇게 142 일이 지났습니다. 앞으로 그분들이 또 얼마나 더 싸워야 할지를 생각하면 답답할 뿐입니다.

남들 탓할거 없지요. 전 아직 한번도 혼자서 명동성당에 가본적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갈때 묻혀서 따라가서, 그져 박수나 쳐주고 힘없는 팔뚝질이나 하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것으로 생색이나 내려고 하지 않았는지 그것부터 생각해야 할것 같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심란한 밤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했던것들을 생각해볼때 이 심란함이 과연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두서없이 주절대는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또 행복하시길 바라면서...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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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최재옥님의 댓글

최재옥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투쟁이라는거...민주사회를 부르짖는 한국에서도 국가에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걸고 하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농성단은 대단한 분들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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