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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계화운동의 흐름과 전망: 새로운 변혁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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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유마힐 이름으로 검색 댓글댓글 조회1,983회 작성일2004-04-19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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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진보평론> 제17호에 실렸던 원영수씨의 논문이다. '특집/ 반세계화운동의 흐름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되었다. 2004년 3월 15일자로 게재.
원문 주소: http://jbreview.jinbo.net/maynews/readview.php?table=organ&item=2&no=3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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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수 ∙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국제기획실장

“세계화에 대한 급진적 비판이 새로운 형태의 좌파정치의 토대로서 출현하였다. ……이 운동은 우리 시대에 가장 중대한 새로운 현상이며, 정치의 재구축을 위한 기회이다.”
-파우스토 베르티노티, 이탈리아 재건공산당 총서기 Fausto Bertinotti, "Reinventing Left Politics. Toward a Socialist Programme for the Second Globalization", TRANSNATIONALALTERNATIV@S, Transnational Institute, Amsterdam. www.tni.org


1999년 11월30일 ‘시애틀 전투’로 촉발된 반세계화운동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와 1991년 소비에트 연방해체로 상징되는 냉전종식 이후의 시대(post-cold war era)의 실질적 시작을 알리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였으며, 현시기 국제적 차원에 계급적 역관계를 규정하는 중핵적 요소로 작동하고 있다. 불과 3-4년 정도의 짧은 기간 동안 반세계화운동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제국주의 전쟁공세에 대한 전지구적 저항운동을 창출하였으며, 21세기 새로운 차원의 사회변혁운동의 가능성과 진로에 커다란 정치적 함의를 담지하고 있다.
물론, ‘시애틀전투’ 그 자체는 우르과이 라운드에 이은 새로운 무역협상을 출범시킬 예정이었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타격대상으로 포위압박전술을 수행한 대중동원투쟁이었지만, 이 초보적 수준의 전술적 행동만으로도 WTO는 개막식을 치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새로운 협상이 될 ‘시애틀 라운드’를 출범시키는 데 실패했다. 이 정치적 성과는 상징적인 것에 불과했지만, 그 파급효과는 모든 이의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시애틀에 이어, 워싱턴(2000.4), 프라하(2000.9), 퀘벡(2001.4), 제노바 (2001.6) 등으로 이어지는 반세계화투쟁의 물결은 조지 카치아피카스가 ‘1968혁명’과 관련하여 언급한 “에로스 효과” 에로스효과에 대해서는 George Katsiaficas의 웹사이트 www.eroseffect.com에 실린 논문 ‘Eros Effect' 및 ‘Eros and the Battle of Seattle'과 그의 책 Politics of Subversion(ꡔ정치의 전복ꡕ, 이후)를 참조하라.
를 연상하는 파급력으로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전투는 한편으로 투쟁의 대상을 확장함과 동시에, 국제적 타격투쟁과 일국운동과의 변증법적 상호작용을 통해 탈냉전시대의 새로운 정치질서를 창조하고 있다.
그리고 “대안세계는 가능하다!”(Another world is possible!)는 슬로건 아래 출범한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은 당초 일명 다보스포럼(Davos Forum)으로 알려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에 대항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전세계 노동․사회․민중운동의 결집점으로까지 발전하였으며, 이런 폭발적 힘과 역량은 9․11테러와 그에 이어 미국 제국주의가 조장한 국제적 공안정국을 돌파하고, 사상최대의 2․15 반전운동을 잉태하기도 하였다.
현재 반세계화운동은 세계화의 폐해에 저항하는 이슈중심 캠페인에서 출발하여, 세계화의 주도세력에 대한 포위타격투쟁과 세계사회포럼의 두 축을 중심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제국주의 공세에 대한 전세계 노동자․민중의 저항운동의 구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하였다. 특히, 일국적 투쟁을 뛰어넘는 국제적 투쟁과 국제적 논의구도의 형성은 실패한 20세기 국제주의 프로젝트에 새로운 가능성과 전망을 부여하고 있다.


반세계화운동: 개념과 특징

아주 짧은 기간동안 폭발적으로 발전한 반세계화운동은 그 개념정의조차 아직 확정되지 않은 채, 여러 가지 입장으로 나뉘어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적 주류언론은 이 운동을 '반세계화운동'(anti-globalization movement: AGM)으로 규정하지만, 투쟁의 주체가 모두 이 명칭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반세계화운동 또는 반지구화운동은 운동의 투쟁대상만을 명시할 뿐, 이 운동의 정체성이나 지향을 표현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 이유는 지구화/세계화 개념자체에 대한 이해의 다양성과 차이, 또 그로부터 도출되는 전략과 전망의 차별성 등 때문이다.
이런 차이로 인해, 세계화에 대한 반대가 이 운동의 지향에 있어 최소한의 공통분모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원적 의문도 제기되고 있지만, 이 운동의 정체성과 지향을 명료화하기 위한 시도에 따라, “전지구적 정의운동”(global justice movement: GJM) 일반적으로 다수의 활동가들에 의해 무난히, 또는 실용적으로 사용되는 명칭이지만, 과거 사회정의운동(social justice movement)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전지구적 정의’ 역시 지향의 모호함과 개량화의 가능성이 전혀 배제되지는 않는다.
, “전지구적 정의와 연대운동”(global justice and solidarity movement: GJ&SM) 반세계화운동과 국제노동운동의 국제적 주논객 중의 하나인 피터 워터먼(Peter Waterman)이 주장하는 개념으로, 국제주의와 국제연대의 새로운 차원을 주장하는 입장은 www.antenna.nl/-waterman과 groups.yahoo.com/group/GloSoDia/참조.
,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 ATTAC을 비롯한 프랑스의 반세계화운동에서 유행하는 개념이며, 지는 이 이름 아래 반세계화 운동 기획기사를 연재하고 있다. Bibliography 참조.
등 다양한 이름들이 제기되어 혼용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 어떤 명칭도 진행중인 운동 자체를 포괄적으로 표현하고 있지 못하며, 명칭이나 개념에 대한 어떤 확고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상태이다.
그 이유는 세계화/지구화의 개념 자체의 많은 부분이 여전히 쟁점으로 남아있고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잘 정리된 글로는 James Petras & Henry Veltmeyer, Globalization Unmsaked, 2001, Zed Books를 참조하라.
, 본질적으로, 새로 탄생한 반세계화운동 역시 어떤 완성된 형태의 운동이라기보다는 아직 형성중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또한 형성초기임에도, 운동의 전개양상이 이론화의 초기국면에 비해 실천과 투쟁의 측면에서 현격히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에, 많은 경우에 개념 자체에 대한 논쟁은 무의미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반세계화운동은 그 주요한 특징인 주제와 주체의 다양성으로 인해, 어떤 합의된 개념과 전망의 동질성의 결여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공세에 반대하는 전지구적 사회운동․민중운동을 가리키며, 현재까지의 발전과정보다는 향후 전지구적 계급투쟁의 정세 속에서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내포하기에 ‘반세계화운동’이라는 잠정적 개념은 그 한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유의미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반세계화운동의 강고한 응집력과 급속한 발전은 범위의 포괄성과 주체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동의 적에 대한 과학적 인식의 심화와 발전을 반영하고 있다. 즉 브레튼 우즈체제의 붕괴로 표현되는 전후 자본주의체제의 구조적 위기에 대한 공세적 대응전략으로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공세를 주도하는 초국적 독점자본과 제국주의 국가(G8과 EU), 이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 등 국제금융기구 트로이카 체제에 대한 투쟁만이 새로운 대안을 향한 첫걸음이라는 인식의 확산과 보편화에 기반한 것이다.
자유화와 시장개방, 규제완화, 민영화/사유화, 구조조정, 노동유연화 등으로 표현된 신자유주의 노선은 국제금융기구들의 조율 하에서 제3세계의 주변부, 반주변부 자본주의만이 아니라, 선진 제국주의 자본주의체제에도 강요됨으로써,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전일적 지배체제 구축이 완성되는 단계로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전세계 노동자․민중운동의 공동투쟁을 가능케 하는 객관적․물질적 조건으로 작동하였던 것이다.
더욱이 9․11테러 이후의 급박한 국제정세 속에서, 반세계화운동의 반전․반제투쟁으로의 전화 및 폭발적 발전은 운동의 폭과 전망을 확장하여, 좁은 의미의 경제적 세계화를 넘어 확장된 세계화 개념, 특히 무장한 세계화론(armed globalization)과 새로운 반제국주의 전략논쟁으로 전진하였다.

시애틀전투를 계기로 폭발한 반세계화운동은 기본적으로, 세계화의 주도세력 및 국제기구에 대한 포위․타격투쟁의 흐름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대안에 대한 토론과 논쟁의 장으로서의 세계사회포럼의 흐름, 이 양대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시애틀 이전에도 일정한 동원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보다 대중적인 대규모 동원양식은 시애틀을 매개로 정착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은 투쟁형태 또는 전술은 제3세계 외채탕감을 위한 ‘주빌리 2000’운동의 G7포위투쟁 등 몇가지 전례를 원용한 것이지만, 폭발적 동원력과 포괄범위, 그 파급력에 있어 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국제적으로 연례행사로 전락한 국제노동절 투쟁을 제외하면, 일부 나라의 고유한 동원메카니즘 외에는 대규모 전투적 총동원의 경험과 역량을 갖춘 사례는 그다지 많지 않다. 그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시애틀 이후의 발전과정은 대단히 놀라운 것이다. 그러나 이미 현시기 반전운동의 엄청난 동원력은 시애틀 전투를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작은 행사로 왜소화시킨지 오래이다. 그러나 시애틀투쟁은 폭발적 동원력 이상의 정치적․조직적 파급력을 가졌고, 시애틀 이후의 세계는 전혀 달라졌다.
한편, 프랑스의 반세계화운동을 주도한 ATTAC(르몽드 디플로마티크)와 브라질 사회운동 간의 단순한 아이디어 교환을 통해,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일명 다보스포럼)에 대항하여 출범한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 WSF) World Social Forum. http://www.forumsocialmundial.org.br/home.as p 참조.
은 반세계화운동의 또다른 축을 형성하였다.
시애틀전투의 전범을 따른 동원투쟁 역시 대부분 대항정상회담(Counter Summit, or Alternative Summit) 또는 대항민중회의(People's Assembly) 등 다양한 토론과 논의의 틀을 마련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자본주의 지배엘리트들의 다보스 포럼에 맞서 남반구 민중운동의 중심지인 브라질에서, 민중의 대안을 논의하는 국제행사를 조직한 것은 반세계화운동의 발전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였다. 세계사회포럼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이 책의 다른 논문, 이종회, 「세계사회포럼: 대안세계는 가능하다!」를 참조하라.

세계사회포럼은 전세계 노동자․민중․사회운동의 또다른 수렴점 또는 결집점을 제공하였으며, 다양한 형태와 수준에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을 제공함으로써, 반대투쟁 중심의 반세계화운동을 질적으로 한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메카니즘을 창출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특히, 제2차 포럼은 반세계화운동의 반전․반제투쟁으로의 전화․발전에 기폭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제적 공안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기제로 작동하였으며, 제3차 포럼은 유럽사회포럼에서 제기한 국제반전투쟁을 유럽의 경계를 넘어 전세계로 확대․확장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하였다.
그리고 이런 정치적 의의 외에도, 대륙별/국가별 포럼이나 주제별포럼의 형태를 통해 사회포럼 과정 자체를 확산시켜, 전세계 사회․민중운동 간의 수평적․중층적 상호침투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반세계화운동의 화학적 진화를 위한 토대를 쌓고 있다. 물론, 포럼의 헌장과 대안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쟁점이 있지만, 세계사회포럼 자체는 열린 구조를 통해, 새로운 미답의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특히, 국제주의와 국제연대의 차원에서는 ‘새로운 인터내셔널’로서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반세계화운동의 전사: 사파티스타봉기에서 시애틀전투까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공세는 국가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와 함께, “역사의 종언”(Francis Fukuyama)을 선포함과 더불어, 마가렛 새처의 슬로건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 TINA)로 전세계 노동자․민중운동을 악몽처럼 짓눌렀다. 그러나 자본주의 체제가 지배하는 한, 그 고유한 모순이 제거되는 것은 아니었고 다양한 수준에서 자생적 투쟁들이 폭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런 투쟁들이 반세계화운동의 전사 시애틀의 전사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하라. Aguiton, Christophe. 2003. ꡐAn Activistꡑs Guide to the G8ꡑ, Focus on Trade. No. 87, May.
를 구성한다.
1994년 1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출범에 맞서, 멕시코 라칸돈 정글에서 사파티스타 민족해방군(EZLN)은 “신자유주의에 대한 제4차대전”을 선포하였다. 이 포스트 모던한 신세대 게릴라운동은 대안을 갈망하는 전세계 좌파에게 새로운 상징적 구심이 되었고, 이들이 주도한 새로운 형식의 두 차례의 국제적 만남(International Encounter: 1996년 멕시코 라칸돈과 1997년 스페인 마드리드)을 주도하였다.
그리고 “불만의 겨울”로 알려진 1995년 12월 프랑스 공공부문 총파업, 캐나다의 “온타리오 행동의 날”, 1996-97년 한국의 신자유주의적 노동법개악 반대 총파업 등 이 투쟁들에 대해서는 Monthly Review, June-July 1998, New York을 참조하라.
일련의 강력한 노동자계급 총파업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무적 헤게모니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었으며,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European Union) 출범을 전후하여 전개된 프랑스의 실업자운동, 실업과 사회적 배제에 반대하는 유로마치, 투기자본에 대한 과세를 매개로 한 프랑스의 반세계화운동조직인 ATTAC의 출범과 확산 등의 상황은 시애틀전투로 이르는 여정의 일부이다.
그밖에도 무역이슈를 중심으로 한 캠페인의 경우 OECD내에서 진행된 ‘다자간 투자협정’(Multilateral Agreement on Investment: MAI)을 폭로하여 좌초시킨 투쟁 역시 시애틀의 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투쟁이다. 그밖에도 비록 적은 수이지만, G8/EU 정상회담, 특정 국제기구회의에 대한 시민운동의 피켓팅 중심의 포위투쟁 등도 일정한 영향을 주었다.
이와 같은 투쟁들은 산발적으로 전개되었던 한계를 가짐에도 불구하고, 21세기 새로운 반자본주의운동의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었다. 각국의 운동진영이 1989년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도 신자유주의 공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대중적 불만이 누적되고 있음을 암시하였다. 이는 시애틀 전투의 폭발로 이어졌다.


반세계화운동의 주요전투: 시애틀에서 에비앙까지

1999년 시애틀 전투로부터 가장 최근의 투쟁인 2003년 6월의 에비앙 G8 반대투쟁에 이르기까지, 반세계화운동은 아직은 초기국면에 있지만, 상당한 변화의 진폭 속에서 정세를 돌파해 왔다. 이 투쟁의 흐름은 시애틀, 워싱턴, 프라하, 제노바로 이어지는 9․11 이전의 초기단계와 9․11 테러공세를 돌파하여 반전․반제투쟁으로 확장된 복원 및 발전단계로 구분되며, 각각의 투쟁 속에서 일정한 내적 메카니즘을 통해 전체운동에 기여했다. 반세계화운동의 주요 동원투쟁에 대해서는 Jay's Leftist and 'Progressive' Internet Resources Dorectory(http://www.neravt.com/left/)의 Cuurent Issues 항목의 Anti-globalization Movement 페이지에 수록된 Commentaries를 참조하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나 정상회담에 대한 포위타격투쟁은 지역별, 시기별로 일정한 불균등성을 갖지만, 특히 사민당․노동당의 우경화와 함께 누적된 대중적 불만과 결합하여 상당한 폭발력을 가졌다. 유럽의 경우, 우파정권이 집권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반세계화운동의 동원은 새로운 대중투쟁의 고양국면을 가져왔다. 반면, 독일이나 영국의 경우 반세계화운동의 동원력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포위타격전술은 하나의 전범으로 정착하였으며, 특히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 문제와 결부되어, 범유럽적 동원과 조직화 과정이 일상적 과제로 안착하였다. 반면,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경우, 반세계화운동이 상대적으로 소수의 NGO나 사회운동에 한정된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의 전면적 파산상태를 보여주는 라틴 아메리카의 경우, 일국적 투쟁과 긴밀히 결합된 반세계화운동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시애틀전투(1999․11): 시애틀전투는 반세계화운동의 기점이며, 미국노총 AFL-CIO의 주도적 참여로 인해 , “팀스터와 거북이의 만남”으로 기록된다. 전세계 100여개국에서 모인 5만여명의 포위시위로 WTO 개막식이 무산되었으며, 협상당사자들 간의 이견조율 실패로 회기를 하루 더 연장했지만, 결국 새로운 무역라운드를 출범시키는 데 실패했다.
197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 이후, 파편화되었던 미국 운동진영이 사상유례 없는 집중동원의 경험을 통해 다시 활력을 찾는 계기로 작동하였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초국적 독점자본과 국제금융기구들에 의해 무차별적으로 추진되는 신자유주의 공세를 저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그동안 분산적으로 활동했던 운동들이 하나로 결집할 수 있는 전략적 근거점을 제공하기도 했다.
워싱턴투쟁(2000.4): 이는 시애틀전투로 고무된 미국 운동진영이 다시 총동원된 투쟁이었다. 그러나 AFL-CIO는 WTO에 비해 상대적으로 연관성이 적은 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 총회에 조직적 동원을 유보하였다. 반면, 철강시장개방 문제에 사활을 건 철강노조의 경우, 중국의 WTO 가입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투쟁을 조직하였지만, 보호주의, 심지어 인종주의적 구호까지 남발하는 등 보수적 노조운동의 본질적 한계를 드러냈다.
프라하전투(2000.9): 자본주의 체제의 반주변부로 편입된 동유럽 지역에서 이루어진 첫 번째 동원투쟁으로서, 자본주의로의 역이행 과정에서 세계은행과 IMF의 역할에 대한 대중적 분노에 힘입어, 강력한 투쟁이 전개되었다. 비록 현실사회주의 체제의 붕괴이후, 적지 않은 비판적 좌파가 존재하지만, 대중운동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적 조건하에서, 반세계화운동을 통해 좌파정치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퀘벡전투(2001.4): 일반적 오해와는 달리, 캐나다는 강력한 좌파 노조운동과 사회운동의 전통아래 1980년대부터 강력한 대중투쟁의 경험이 있었으며, 특히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저항과 국제연대투쟁에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한 바 있었다. 따라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남북 아메리카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한 FTAA 회담에 대한 강력한 동원이 이루어졌으며, 초기의 NGO류의 무조건적 비폭력옹호론에 맞서, “전술적 다양성”의 원칙이 합의되는 등 반세계화운동의 확장에 한 결절점을 이루었다.
제노바전투(2001.6): 이탈리아 중도좌파 정권의 붕괴와 우파정권의 등장이라는 정세 속에서, 사회운동의 급진화와 재건공산당의 좌선회로, 30만명이 참여한 사상 최대규모의 동원투쟁으로 발전하였다. 이탈리아 경찰의 폭력적 탄압으로 카를로 줄리아니라는 청년이 사망해서, 큰 충격을 주었다.
또한 무정부주의 그룹인 블랙블록(Black Bloc)의 폭력전술이 경찰과 연계되었음이 폭로되면서, 다시 한번 무정부주의자들의 폭력전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제노바전투는 이탈리아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의 기폭제로 작용하였고, 이탈리아 운동은 프랑스와 함께 유럽의 반세계화운동의 중심축을 구성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바르셀로나전투(2002.6): 바르셀로나 전투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반세계화운동의 무풍지대로 여겨졌던 스페인에서 새로운 투쟁의 고양을 가져왔다. 이는 5월 총파업과 함께, 무려 30만명이상이 동원됨으로써, 9․11이후 위축되었던 반세계화운동이 막강한 동원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반전운동과 결합하면서 다시 한번 도약하는 계기로 작용하였다. 스페인 운동진영은 반전운동에 폭발적 동원력을 보여주었다.
에비앙전투(2003.6): 이라크침략전쟁 종전선언 이후의 첫 국제적 동원투쟁으로, 지리적 접근성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세 곳의 캠프에 10만여명이 결집하여 반세계화운동의 동원력을 재확인하였다. 특히, 유럽사회포럼을 계기로 더욱 확장․발전하는 유럽적 차원의 사회운동 동력을 보여줌으로써, 제도정치를 뛰어넘은 범유럽적 민중연대를 현실화하였으며, 올해 9월에 예정된 칸쿤 대회전의 징검다리를 놓는 예비전의 성격을 갖는다.

<표 반세계화운동 주요투쟁 일지>


9․11: 반세계화운동과 반전투쟁

2001년 9월11일 미국자본주의의 심장부인 뉴욕과 워싱턴에서 벌어진 항공기 자폭테러는 사상유례가 없는 규모로 미국 제국주의의 자존심을 짓밟았고, 부시정권과 신보수주의 세력에 의한 대테러 역공세는 국제적 공안정국을 조성하였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반세계화운동에 작별을 고하였다.
그해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기로 예정된 WTO 각료회담에 대한 국제적 투쟁계획은 국제적 공안정국 속에서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아주 상징적인 항의표시로 끝났다. 뿐만 아니라, 테러에 대한 분노 속에서 무차별적으로 자행된 아프가니스탄 공습에 세계의 민중운동과 사회운동은 변변한 저항조차 조직하지 못하는 등 반세계화운동의 위기는 명백한 것이었다.
그러나 2002년 1월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레에서 열린 제2차 세계사회포럼에 6만여 명 이상이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투쟁의 기치가 세워졌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반대라는 포럼의 슬로건에 제국주의적 전쟁반대의 슬로건이 결합되었다. 이 반세계화운동은 더 이상 경제적 내용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미명아래 자행되는 제국주의 전쟁공세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또다른 측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공유된 결과였다. 이제 국제적 공안정국 하에서, 반세계화운동이 국제적 반전운동으로 수렴되는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2002년 상반기, 포르투 알레그레가 내건 반신자유주의․반제국주의 기치아래 저항의 물결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유럽전역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서기 시작했다. 3월 이탈리아 우파정권의 노동법개악 공세에 맞서 수도 로마에서 1백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나섰고, 4월 3대노총의 주도아래 전국적 총파업이 조직되었다. 그리고 스페인과 그리스에서도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조직되었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EU 정상회담에 맞서 30만동원이 이루어졌다. 반세계화운동이 9․11 테러정국을 정면으로 돌파한 것이다. 이로써 반세계화운동에 내려졌던 사망선고는 허위로 판명되었다.
이제는 반전운동의 차례가 되었다. 더욱 노골화되는 미국 제국주의의 대이라크 전쟁공세에 대한 국제적인 저항전선이 구축되기 시작했다. 테러의 직접적 피해를 입었던 미국 본토에서도 반전투쟁의 싹이 돋기 시작했고, 2002년 하반기부터 보다 적극적인 반전투쟁이 전국적 규모의 반전운동 네트워크들에 의해 조직되기 시작했다.
2002년 9월 영국의 반전운동연합(Stop the war coalition)의 주도로 50만 명이 참여한 거대한 반전시위를 시발로, 11월의 이탈리아 피렌체에서는 유럽사회포럼에 맞추어 1백만 명의 시위대가 반전투쟁에 나섰다. 일부에서, 반세계화운동의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전쟁공세 속에서 반전운동의 전진은 계속되었다. 다시 한번 최대규모의 동원기록을 경신한 유럽사회포럼은 국제반전투쟁을 제안하였다.
이 공동투쟁은 임박한 이라크전쟁에 맞서, 전유럽적 차원의 공동행동을 제안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2003년 1월 브라질에서 열린 제3차 세계사회포럼은 유럽사회포럼의 열기를 이어받아 2․15 국제반전투쟁을 전지구적 차원으로 확장하기 위한 논의와 토론이 제안되었다. 이제, 부시정권의 전쟁공세에 맞선 국제적 반전투쟁이 준비되기 시작했다.


2월15일 반전투쟁: 반세계화운동의 새로운 전기

2․15 반전투쟁은 문자 그대로 인류사상 최대의 동원이었다. 특정한 날에 전세계의 수백개 도시에서 1500만 명이상이 동시에 참여한 투쟁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유럽 각국의 수도는 대규모 동원의 기록을 갱신하였다. 2002년 9월 40만 반전시위로 반전투쟁의 불길을 전유럽에 예고했던 런던에는 150만 명이 참가한 반전시위로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고, 완강하게 전쟁을 고집하던 토니 블레어 신노동당정권을 고립시켰다.
그리고 2001년의 제노바 투쟁 이후 급속히 투쟁력을 높여 가는 이탈리아는 250만 명이라는 사상 최대의 동원을 기록하였다. 특히 2002년 3월 베를루스코니 우파정권의 노동법 개악시도에 맞선 총동원과 총파업, 하반기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과 100만 반전시위의 경험은 단연 이탈리아가 반전․반세계화 투쟁의 선봉에 나설 수 있도록 인도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작년 바르셀로나 40만 동원으로 반세계화투쟁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던 스페인 역시 마드리드 200만, 바르셀로나 100만, 세비야 20만 등 수도만이 아니라 전국의 주요도시에서 대규모 동원에 성공함으로써, 아스나르 보수친미정권에 맞서 노동자․민중투쟁의 격화되는 양상을 반영하고 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부진한 양상을 보였던 독일의 경우도 베를린 50만을 비롯, 슈투트가르트 10만 등 반전투쟁이 고양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네덜란드, 노르웨이, 아일랜드, 스웨덴, 덴마크 등의 북유럽과 크로아티아 등 일부 동유럽 국가에서도 상대적으로 대규모 반전시위가 조직되었다.
또한 9․11의 충격을 딛고 반전운동의 급격한 확산을 보여준 미국의 경우에도 뉴욕 50만과 로스앤젤레스 10만을 비롯하여, 미국 각지와 캐나다 전역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의 반전시위가 조직되었다. 그리고 특히, 주목되는 곳은 바로 호주였다. 노동운동의 중심지인 멜버른의 20만 동원 외에도 뉴캐슬, 퍼스, 캔버라 등 대규모 시위를 보기 힘든 도시들에서도 강력한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그리고 아시아 지역에서도 한국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반전시위가 조직되었다. 아프리카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 등에서도 반전시위가 벌어졌다. 그야말로 지구상의 전역에서 반전시위의 물결이 밀물처럼 번져나간 것이다.

이번 2월15일 국제반전투쟁의 날 제안은 2001년 11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사회포럼(European Socail Forum, ESF)에 의해 제기되었다. 이 시기 제안은 유럽차원의 공동행동, 특히 유럽 각국 수도 집중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런 제안을 각종 네트워크와 인터넷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었고, 마침내 올 1월말에 열린 제3차 세계사회포럼에 참여한 사회운동 활동가들에 의해 전세계적 행동의 날로 확대되었다.
2․15 국제반전 투쟁은 한편에서 반세계화운동을 통해 발현한 새로운 국제주의를 한층 더 고양시켰으며, 그로 인해 1970년대 후반 이래 지속된 30여 년간의 신자유주의 공세, 특히 베를린 장벽붕괴 이후 가일층 불리해진 국제적 계급 역관계의 변화 가능성, 미국 중심의 일극체제의 균열가능성을 점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반전운동은 9․11 테러의 직접적 여파 아래 일시적으로 위축되었다. 하지만 시애틀 전투를 통해 축적한 투쟁력에 기반하여 2002년 4월의 팔레스타인 연대투쟁을 계기로 회복의 기미를 보이다가, 2002년 하반기 새로운 반전운동의 고양을 맞이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미국전역의 지속적 반전시위는 1970년대 베트남 반전운동을 넘어설 잠재력을 보여주었고, 비록 비제도 좌파와 노동운동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광범한 대중성을 획득하고 있다.
그리고 진보적 노동조합운동 진영 내에서도 반전운동연합(US Labor Against the War)이 결성되는 등, 스위니 지도부의 대테러 전쟁에 대한 전폭적 지지로 운신의 폭을 제한 당했던 노동조합 활동가들의 활발한 조직화 움직임은 부시정권의 전쟁기도에 맞선 미국내 반전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넣어주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영국의 강력한 반전운동은 토니 블레어의 제3의 길을 다시 한번 웃음거리로 만들었고,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 남부유럽의 강력한 반전운동은 제국주의간의 균열을 야기할 정도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와 같은 범유럽적 반전운동은 단지 전쟁반대 평화운동의 정치적 효과뿐 아니라, 각국의 우파정부와 중도좌파 정부로 하여금 정당성의 위기로 몰아넣음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책마저 위기로 몰아넣었다.
2․15 반전투쟁의 정점에 이르렀던 국제반전운동은 비록 3월의 이라크 침략전쟁을 저지시키지는 못했지만, 전체적으로 전쟁공세를 주도한 부시․블레어 제국주의세력을 정치적으로 고립시켰으며, 제국주의의 분열과 그로 인해 미국주도의 제국주의 단일헤게모니체제를 정치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특히, 전쟁발발 이전의 반전운동의 전지구적 고양은 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제국의 지배질서에 대한 세계민중운동의 정치적 역량과 새로운 대안적 국제질서의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기회였다.


일국운동과 국제운동의 변증법

반세계화운동은 일차적으로 국제금융기구와 G8/EU 등 정치기구를 대상으로 한 투쟁이었기에 막대한 국제적 파급력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각국의 운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국제적 동원투쟁의 대상이 되는 국제회의가 열린 국가의 경우, 이런 반세계화투쟁은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고립분산적으로 존재했던 활동가들과 운동을 한데 모으고, 신자유주의의 공세 속에서 상대적으로 무기력했던 부문운동을 자극하는 촉매제의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냉전시대 사회적 합의주의의 틀에 갇혀 있던 유럽의 노동조합들이 변하고 있다. 2002년 3월 노동법개정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노동조합의 50만 로마시위, 5월의 스페인 총파업과 그리스 총파업, 2002년 8월 영국 공공부문 파업 등은 한편에서 반세계화운동의 역학에 자극받은 투쟁임과 동시에, 국제적 공안정국 하에서 위축당한 반세계화운동이 새로운 공세를 준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 투쟁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영국과 호주에서 진행되는 좌파들의 정치적 통합 프로젝트 또한 반세계화투쟁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대중적 압력에 힘입은 바 크다. 그 결과 초기에 반세계화운동을 일부 NGO들의 개량주의적 캠페인으로 폄하했던 비제도적 좌파세력 역시 이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페루 등 남미지역에서의 노동자․민중투쟁 역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반대투쟁의 성격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지난 사반세기 동안 신자유주의 공세 하에서 무기력했던 노동자․민중운동은 도움의 손길을 자처했던 바로 그 세계은행과 IMF가 경제위기와 실업, 빈곤의 주범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이에 대해 강고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국제적 동원․타격투쟁은 일국적 수준의 투쟁을 총화하는 계기이자, 이후 투쟁의 고양과 확산의 계기로도 작용하고 있다.
특히, 2001년 12월의 아르헨티나 봉기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신자유주의의 총체적 파산을 의미함과 동시에, 피케테로스 실업자운동, 바리오 주민회의운동, 노동자 공장점거운동 등 새로운 형태의 운동을 촉발하였다. 이와 같은 투쟁들은 남미 수준의 FTAA 반대운동, 반세계화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인식되고 있을 뿐 아니라, 국제적 투쟁의 일국적 투쟁과의 유기적 결합의 전형을 창출하고 있다.


반세계화운동의 잃어버린 고리(Missing Links)

사실, 반세계화운동의 폭발적 전개 속에서 빠져있는 두 개의 핵심고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노동운동과 좌파정치운동이다. 국제적으로, 또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의 현황은 한마디로 “위기” 그 자체로 집약될 수 있다. 비록 작년 유럽에서 노동운동의 부활을 알리는 주요한 투쟁들이 벌어졌지만, 국제적으로 노동운동 전반이 21세기의 새로운 주체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미국의 운동은 시애틀전투를 경과하면서 베트남 반전운동이후 20여년간의 공백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지난 1995년 미국 노총 AFL_CIO 위원장 선거에서 예상을 깨고 승리한 개혁파 존 스위니 지도부는 부분적 성과를 제외하면 미국 노동운동의 전면적 혁신에는 실패하였다. 반세계화투쟁은 미국 노조의 의제에서 제외되었고, 반전투쟁의 결정적 시기에 미국노총은 전선에 나간 군인들을 지지하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하였다.
그 외에도, 세계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유럽의 노총이나 국제자유노련(ICFTU), 국제산별노련들 역시, 과거의 반공주의 노선은 탈각했지만 여전히 사회적 합의주의(social partnership)의 틀에 갇혀, 반세계화운동과 거리를 두거나, 설사 참여하는 경우에도 국제적 NGO들의 하위파트너역할에 만족하고 있다.
물론, 각국의 일부 좌파노조를 중심으로, 또 아래로부터의 투쟁을 조직해온 독립노조들을 중심으로, 활동가 대오가 반세계화운동, 반전반제투쟁에 적극적으로 결합하고 있지만, 계급대중을 동원할 역량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이와 같은 노동운동의 국제적 상황은 거시적 흐름 속에서 노동운동의 세대교체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냉전시대의 노동운동이 제도화와 관료주의 틀 속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데 기인하는 것이다. 이는 현시기의 반세계화운동이 새로운 단계로 질적 도약을 함에 있어 노동운동의 중핵적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의 빠진 고리는 바로 국제적 좌파운동이다. 국가사회주의 진영의 붕괴이후, 특히 제도좌파의 우경화로 인한 정치적․이데올로기적 공백을 채우기는커녕, 주변화의 길을 걸었던 비제도적․변혁적 좌파정당의 경우도 이 반세계화운동의 동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시애틀전투 이후, 적지 않은 세력들이 변화를 보이고 반세계화운동과의 결합을 다양한 수준에서 모색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비록 전반적 수준에서 비제도적 좌파세력이 아직은 부르주아 제도정치에 대한 대안세력으로 등장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스코틀랜드 사회당, 영국과 호주의 사회주의동맹, 스페인의 통합좌파, 포르투갈의 좌파블록, 프랑스의 양대 트로츠키주의 정치조직인 LO-LCR의 유럽의회 공동선대본 등 다양한 수준의 좌파통합 움직임은 새로운 정치적 방향과 전망을 열어주고 있다. 특히, 지난 유럽사회포럼의 경우, 이탈리아 재건공산당(PRC), 프랑스의 혁명적 공산주의자동맹(LCR), 영국 사회주의노동자당(SWP) 등 비제도적 좌파의 트로이카 연대축은 유럽사회포럼의 급진화와 반전운동과의 적극적 결합을 추동하는 동력이었다.


실천의 과잉(?), 이론의 빈곤: 반세계화운동의 이론화를 모색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동안 성장과 발전, 우회와 돌파, 확장 등 대단히 역동적 과정을 경과한 반세계화운동은 실천적 차원에서 엄청난 동원력과 정치적 파급력을 보여주었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그 이론화의 과정은 정치적․철학적 빈곤 속에서 헤매고 있다. 어쩌면 이는 운동의 초기국면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운동발전과정에 대한 단순한 기록마저 체계적이지 않으며, 그나마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이론적 접근의 경우 역시 신사회운동론적 접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세계화운동이 보여준 주요한 특징들, 즉 다양성과 수평적 확장성, 지속성과 수렴성, 현실과 사이버스페이스의 긴장과 상호작용, 운동 자체의 내적 모순과 긴장 등을 충분히 설명해내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신사회운동론의 경우, 일련의 반세계화 동원의 메카니즘을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론과 다원주의적 정체성주체론 등에 입각하여 설명하려 하지만, 반세계화운동의 시공간적 확장․발전과정과 그 속에 내재한 변증법적 동학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이 운동의 전망에 있어서는 로컬리즘(localism)이나 참여민주주의 수준 이상의 것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1970-80년대 서구의 신사회운동이 사회정치적으로 주변화되거나, 제도화되고 있지만 경험 이상의 거대한 스펙터클을 보여주는 현시기 반세계화운동이 이를 담지할 이론적 틀을 갖지 못한다는 결정적 약점은 우리 운동이 시급히 극복해야 할 지점이다.

분명히 반세계화운동은 노동권을 포함한 민중생존권 일반, 여성, 원주민, 아동, 성적 소수자 등의 인권, 민주주의, 부패와 투명성, 투자와 교역, 환경 및 식량안보, 열대우림 및 생태 등 다양한 이슈를 포괄하되,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계급주체와 여성, 원주민, 성적 소수자 등 정체성주체, 노동조합, 농민단체, 사회운동단체, NGO, 좌파정당 등 조직주체가 사회운동을 매개로 중층적으로 결합된 구조를 통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반세계화운동의 주체에 대해서는 몇가지 시론적 분류가 제기된 바 있으며, 피터 워터먼은 최근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1) 알렉스 캘리니코스: 반동, 부르주아, 지역주의, 개량주의, 아우토노미아, 사회주의, 혁명, 2) 크리스토프 아기통: 급진 국제주의, 민족주의, 신개량주의, 3) 스타 & 아담스: 급진개혁, 민중의 세계화, 아우토노미아. 이에 대한 논의에 관해서는 Peter Waterman, The Global Justice and Solidairity Movement and the World Social forum: A Backgrounder(미출간 논문) 참조하라.

게다가 이데올로기적 스펙트럼 상에서는 개량적 NGO에서 극좌정치조직(반세계화운동에 대해 비판적인 일부 계급환원주의․교조주의적 극좌조직은 제외한)에 이르기까지, 또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에 대한 대안의 유형에서 탈중심적 지역고립주의(localism), 좌파 민족주의, 사회주의와 유토피아주의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운동의 역사를 공간적으로 집약시킨 구조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로선, 이런 다양하고 중층적인 운동구조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아니면 과연 이 운동이 현존하는 자본주의․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있을지 등의 의문에 대한 선험적 답은 없다. 그러나 시애틀에서 2․15 국제반전투쟁에 이르는 역동적 과정은 낡은 신사회운동론의 틀을 이미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운동주체들의 정치적, 전략전술적 상상력이 요구된다.

기본적으로, 반세계화운동은 현단계에서 공동의 적에 대한 공동전선 외에는 어떤 전략적 통일성이나 대안의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항주체를 형성하는 운동이며, 21세기 새로운 변혁운동을 구상함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이다. 동시에 21세기형 새로운 투쟁과 운동의 한 전형, 새로운 변혁의 전망을 일국적 투쟁과 국제적 투쟁, 일국운동과 국제운동의 변증법적 연관 속에 제시하는 만큼, 보편과 특수의 변증법적 통일을 실현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가능성은 국제좌파운동에 대해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 반세계화운동은 그동안 분열․반목했던 좌파들에게 투쟁을 통한 상호침투의 가능성을 제공하며, 현단계에서 수준은 낮지만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유럽사회포럼의 예). 또한 사회주의동맹에 대한 이해의 차이(단순한 선거연합 또는 좌파통일전선/연합전선으로 이해하는 기술적 접근과, 사민주의의 신자유주의로의 흡수로 발생한 구조적인 정치적 공백을 채우기 위한 초동주체의 결집을 위한 전략적 접근), 선거정당에 매몰되지 않고 제도권을 포위한 노동자․민중투쟁과 결합할 주체형성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1999년 시애틀 전투에서 촉발된 반세계화운동은 현단계 계급투쟁에서 주요한 결절점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냉전적 진영대립체제가 붕괴된 조건 속에서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와 군사적 패권주의로 표현되는 제국주의 체제에 대한 거의 유일한 저항주체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반전운동을 추동하는 중추적 기제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단계 반세계화운동은 아직 초동단계이며, 현재로서는 국제적 동원타격투쟁과 세계사회포럼운동 양축을 중심으로 확대․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적 지향과 주체형성, 지도력 구축의 문제는 진행형의 열린 과제로 남아 있으며, 여기에 노동운동과 비제도적 변혁좌파의 조직적 참여여부가 향후 반세계화운동의 진로와 국제적 계급역관계를 규정하는 결정적 요소로 작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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